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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이성한 감독 인터뷰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포스터(출처: DAUM 영화)


지난 11월 6일,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언론배급 시사회 및 간담회 후 그룹 인터뷰를 통해 이성한 감독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 면밀하게 들을 수 있었다. 30여 분의 짧은 시간 동안 다섯 명의 인터뷰어가 질문을 하는 시간이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성한 감독 @부영엔터테인먼트

Q 1.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됐을 때 관객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을 때 관객들이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줘서 고마웠다. 힐링받고 위로받으신 분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감동이었다.



Q 2. <바람> 이후 다시 학창시절을 담은 영화로 돌아왔다. <바람>과의 공통점과 차별점이 궁금하다


성장영화의 연작을 생각한 건 아니다. <바람>과 이번 영화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공통점을 꼽자면 가족, 친구 등의 '관계'를 다룬 것이다. 차별점은 <바람>은 학생의 시선에서 본 학창시절이고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선생님의 시선에서 본 학생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Q 3. <바람>과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모두 실화 기반의 청소년 이야기다.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은가


실화가 지닌 강력함이 있다. 책이든 영화든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독자, 관객들의 몰입도가 크다. 나는 감독을 꿈꿨을 때부터 아버지(어른),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35세가 되던 해에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직장에서 뛰쳐나왔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나와 같이 꿈을 이루고 싶어하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적부터 '괜찮은 어른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바람>을 만들면서 정우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했고.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를 만들면서도 힘들었던 나의 어른이 시기를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 전작의 실패로 인한 슬럼프로 괴로웠던 차에 미즈타미 오사무 선생님의 에세이를 읽게 됐고 거기에 영감을 받아 제작을 결심했다.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아 단숨에 책을 읽었고, 선생님(작가)를 직접 찾아뵙고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책에는 그가 '왜 밤의 선생이 되었는지'에서부터 갖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나가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청소년 이야기는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잘 알고 있다. 나는 감독이 육감이 발달된 사람들이라 생각하는데, 디테일한 연출을 통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 이야기를 잘 만들어서 소개한다면 관객들이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4. 다른 나라의 원작을 영화화하는 과정이 힘들었을 것 같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고 어떠한 과정으로 완성해냈나


미즈타미 오사무 선생님의 바람이 있었다. 선생을 영웅시하지 말 것,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기를 바랐는데 그 점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각색의 과정에서는 원작이 에피소드의 나열인 에세이 장르라 영화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었다. 다행히 전정 작가를 만나 얼개가 잘 잡히게 됐고, 이후에는 내가 쓰고 그리고 싶었던대로 각색해 마무리지었다.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에는 혼자 카메라를 들고 나가 내레이션에 쓰일 영상을 계절마다 촬영했다. 거기에 영화에 어울릴 만한 음악 등의 작업에도 직접 관여했다.


혼자 영화를 완성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이들은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등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고 분위기 면에서는 '왜색이 짙다'는 이야기도 들어왔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밀어붙였다.


제작기 영상



Q 5. 영화 속 인물들이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감독의 10대가 궁금하다


성격이 불같고 급한 편이다. 화를 잘 내면 사람들이 싫어하기에 순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사실 나의 학창시절은 찌질했다. <바람> 속 에피소들 중 내 이야기도 많다. 강해보이고 싶었고, 도망가야 할 시기에 도망가지 못해 얻어 맞은 적도 많았다. 나 역시 남다를 것 없는 10대를 보냈다.



Q 6. <바람>과 비교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소재는 비슷하지만 이번 작품은 사건에 비해 서정적인 면이 돋보인다. 이번 작품만의 특별한 연출 포인트는?


관계를 보여주는 것에 힘을 싣고 싶었다. 작중 준영(윤찬영)의 엄마가 "잘 데는 있니?"와 같은 가슴 뭉클한 대사와 수연(김민주)이에게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 점 등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완성해낸 점이 포인트다. 한편,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는 요소들은 집요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이와 같은 연출은 <바람> 때도 같았다. 문법대로 만들어나가지 않겠다는 나만의 고집이 있다. 이렇게 해도 관객들이 충분히 이해해주리라 생각한다.



Q 7. 영화 속 내레이션이 명언록 같은 느낌이 있다, 특별히 연출한 것인가


내레이션의 대부분은 책 속의 내용을 인용했고 거기에 몇 가지를 더했다. 내가 추가한 내레이션들 중 대표적인 것이 "이 아이가 더 소중해서가 아니다, 더 위태롭기 때문이다"인데, 이것이 최고의 처방이라 생각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등 문제아가 있다면 그 아이에 집중 케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피해만이 갈 것이고, 케어받은 아이도 사랑받고 있음을 인지하면서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8.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느낀 점


출연 배우 모두가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출신 배우라는 딱지가 붙을 것이다. 또한 모두 성공하길 바란다. 함께한 모두가 원석 같은 배우였기에, 10년 후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리라 확신한다.



Q 9. 윤찬영(준영/지근)의 1인 2역 비하인드 스토리


원래 준영과 지근을 각각 다른 배우로 캐스팅하려고 했다. 1인 2역의 계획은 오디션 현장에서 결정한 것이다. 오디션을 보면서 '이 친구라면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우에게 부탁했다.



Q 10.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를 통해 관객들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는


To. 어른들

출처: DAUM 영화


영화 속 내레이션에도 등장하지만 아이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실패하거나 힘들어할 때 질책하는 것보다 공감해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아이들에게 "나도 수없이 실패했어. 철이 들어서 어른이 아니라 나이를 먹다보니 어른이 된 것이다. 나 역시 '어른이'로 살아가고 있으니 너 역시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되길 바란다.


우리나라에도 자해하는 청소년들이 상당수다. 누군가가 관심을 주지 않아 외로워서 그런 친구들이 많다. 영화 속 용주(손상연)가 그런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캐릭터다. 실제 사건들을 조사해 보니, 자살을 감행하는 친구들에게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와 가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친구들의 협박에 의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곤 한다. 그러니 어른들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식들이 집에서 대화를 시도하지 않거나 웃지 않는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To. 아이들

출처: DAUM 영화


나 같은 사람도 도움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으니, 당신 역시 누군가로부터 도움 받을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절대 죽는 일만은 하지 마라. 살아만 달라.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기자 간담회


영화 <어제 일은 괜찮아>는 미즈타니 오사무의 에세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청소년들의 어두운 민낯을 보여주는 동시에 어른의 성장기를 다룬 이 작품은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개봉일은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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