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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기> 후기,
엉뚱하고 발칙한 시선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영화 <메기>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마리아 사랑병원 엑스레이실에서 성관계를 하던 연인의 모습이 누군가가 누른 버튼 때문에 엑스레이사진으로 남게 된다. 이 흔적은 금세 병원의 화젯거리가 된다.



이는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충격적인' 장면이다. 지극히 사적이고도 은밀한 모습이 공개된 후 병원은 위기에 봉착한다. 부원장 '경진'과 자신이 사진 속 주인공이라 믿고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출근한 '윤영' 외 모든 직원들이 결근한 것이다. 직원들은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에만 집중할 뿐, 누가 '찍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이 점을 꼬집는 캐릭터는 병원 어항에서 살아가는 '메기'다.



우주선을 타지 않고도 우주에 갈 수 있는 방법은 하나의 우주라고 볼 수 있는 인간의 몸을 엑스레이로 찍는 것이라고 말하던 메기는 영리하게 우주, 즉 자신만의 세계관을 펼쳐낸다.


영화는 엑스레이 버튼을 누른 가해자보다 피해를 입은 자들이 속앓이를 하는 아이러니를 짚어내는 동시에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불분명한 상황과 사람을 믿는 것이 맞을까, 의심하고 비틀어보는 것이 맞을까. 영화는 여기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맹목적인 믿음도, 부풀려진 추측과 의심 중 어떤 편이 옳다는 당위성을 부여하려 들지 않는다.



자신을 엑스레이 속 주인공이라 믿는 윤영과 성원, '몸이 안 좋아서', '아내가 아파서' 등의 이유로 결근 사유를 밝힌 직원들을 의심하는 경진의 모습, 성원이 잃어버린 커플링을 동료가 훔쳐갔다고 오해하는 모습 등은 '믿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다.


특히 경진의 "내가 개를 고양이라고 우겨도 믿을 사람은 믿고 떠들 사람은 떠든다"는 대사 역시 믿음과 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명쾌한 대사다.



이 외에도 <메기>에는 기발하고 엉뚱한 상상력을 갖춘 현실 메시지들이 존재한다. "사직서는 쓰지 말라고 획이 많은가봐"라고 말하는 성원의 말, 갑작스럽게 발생한 싱크홀로 임시직으로나마 청년 일자리가 생기는 상황, 출근 카드를 찍는 곳이 너무 높은 곳에 설치돼 있어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고 있는 병원 직원들의 모습은 청년들의 웃픈 직장 현실을 반영한다.



이렇듯 <메기>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엉뚱하고 발칙하게 담아낸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제23회 판타지아영화제 베스트 데뷔상 특별언급,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오사카아시안필름페스티발 대상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 및 이슈몰이를 한 것으로 입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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