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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리스>
이동진 시네마톡 리뷰

11월 13일,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영화 <모리스> 이동진 시네마톡에 참석했다(초대해주신 (주)알토미디어 공동대표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참고로 나는 영화를 세 번째 보게 된 건데, 극장에서 관람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1987년작인 <모리스>는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봉됐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제작과 각본(각색)을 맡았던 제임스 아이보리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이동진 평론가에 의하면 제임스 아이보리가 가장 잘 하는 것이 원작이 있는 작품을 명품스럽게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했다. 그가 만들어내면 '믿고 보는' 관객들이 있을 만큼 '명작 메이커'였다는 것. 그의 대표작으로는 1985년작 <전망 좋은 방>과 1992년작 <하워즈 엔드>, 그리고 <모리스> 등이 있다.


2017년 '콜바넴(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줄임) 신드롬'이 일어난 후 제임스 아이보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고, 그 여파로 <모리스>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이어진 것 같다.


물론 <모리스> 자체는 아름답다.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이 영화는 영국 특유의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그려냈을 뿐 아니라 관객들로 하여금 당대 영국에서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 계급사회의 실정을 인식하게 만드는 시대작이기도 하다.


사실, 퀴어영화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장르만으로도 거부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모리스>는 다르다. 이 영화는 다양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제임스 윌비와 휴 그랜트의 꽃미모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고, 앞서 언급했듯 그들이 누비는 영국 곳곳의 고풍스러움도 갖추고 있다. 소위 '영국 때'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나의 찬사에 극히 공감할 것이다.


한편 <모리스>는 지성까지 갖춘 영화다.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문학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의 격을 한층 높인다. 이는 영화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동성애 코드와 이어지기 때문에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네마톡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내용은 영화 속 '동성애의 형태'였다. 모리스(제임스 윌비)가 클라이브(휴 그랜트)와 알렉(루퍼트 그레이브즈) 사이에서 취하는 사랑의 형태를 비교해보면 된다. 클라이브는 자신의 계급(신분) 때문에 모리스와의 사랑에 제한을 둔다. 플라토닉 사랑은 하지만 육체적 관계는 맺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지켜내려고 하는 클라이브는 끝내 여성과 결혼을 하는 등 스스로를 속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사랑에 열정적인 모리스는 클라이브에 대한 애정 행각에 거침이 없다. 사랑에 대한 가치관과 온도가 서로 다른 둘은 완전한 사랑을 이뤄내지 못한다.


하지만 알렉은 다르다. 모리스, 클라이브, 알렉 중 가장 아래층의 계급인 그는 사랑에 대해 꽤나 진취적이다. 모리스는 알렉과 처음으로 육체적 관계까지 맺게 되는데, 이로 하여금 모리스는 '진정한, 전인적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신분과 계급, 사회적 시선 따위에 속박되지 않은 채 '진짜 사랑'을 찾게 된 것이다.


<모리스>는 동성애라는 코드를 지우고 보면 이성 간의 사랑 이야기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을 갖춘다. '진짜 사랑'은 신분이나 계급,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상대만을 바라보고 서로에게 열정을 던질 수 있는 것이 진짜 사랑이다. 모리스와 알렉의 관계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33년 전에 등장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혁신적인 스토리와 아름다운 비주얼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 첫 개봉한 작품인 만큼 언제 다시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런지는 확신할 수 없다. 좋은 작품인 만큼, 꼭! 극장에서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다시 한 번 시네마톡에 초대해주신 알토미디어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챙겨주신 뱃지, 북클립, 캘린더 등 감성 굿즈 덕분에 2020년까지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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