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리뷰,
진심은 아무도 모른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가족 관계과 개인의 진실(진심)을 다룬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가 말하는 가족은 혈연에 의한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택에 의한 후천적인 관계 역시 소중하게 다룬다. 이번 작품에서도 한 가정을 면밀하게 조명함으로써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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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파비안느가 기자의 질문에 응하는 인터뷰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파비안느는 전설적인 배우로, 회고록 발간을 앞두고 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미국에 살고 있는 딸 뤼미르와 사위 행크, 손녀 샤를로트가 찾아왔다. 파비안느와 뤼미르의 관계에는 묘한 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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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르는 엄마의 책을 읽고 "이 책에는 진실이라고는 없네요."라며 날을 세운다. 여기에 대해 파비안느는 "나는 배우라서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아. 진실은 전혀 재미없거든."이라며 뻔뻔한 자세를 취한다. 뤼미르는 엄마의 삶보다 배우의 길에 집중했던 파비안느에 대한 원망을 안고 살아왔다. 뤼미르가 회고록을 읽으며 분노한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회고록에는 뤼미르의 기억에 없는 것들이 진실인 냥 버젓이 쓰여 있다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한편,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사라'라는 인물이 있다. 그녀는 영화 속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뤼미르와 파비안느의 입을 통해 꽤 자주 등장한다. 배우이자 파비안느의 친구였던 사라는 죽었고, 뤼미르는 파비안느가 그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라라는 인물은 모녀간 불화의 원인이기도 한 셈이다.


이렇듯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모녀의 에피소드들(다툼이 대부분이다)을 통해 한 가족의 어긋났던 과거사를 보여주고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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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한 여성의 삶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파비안느의 엄마로서의 삶과 배우로서의 삶을 확인할 수 있다. 파비안느의 삶은 배우라는 직업에 집중돼 있다. "나쁜 엄마, 나쁜 친구여도 좋은 배우인 게 나아."라는 철학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비안느는 뤼미르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기적인 인물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파비안느의 마음 속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무가치한 존재는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했을 뿐이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배우로서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는 영화 곳곳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뤼미르와 애정을 나누는 씬에서의 "왜 그때 이 감정으로 연기하지 않았던 거지?"라며 스스로를 한탄하는 모습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영화가 말하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시선에서 거짓으로 보일 수 있는 회고록에 온전히 담겨 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고독한 삶을 살아왔을 파비안느는 마지막까지 '비밀'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며 속내를 쉽게 내비치지 않는다.


파비안느의 진실(심)은 결코 표면화되지 않는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이를 통해 실체에 대한 사색거리를 제공한다. 타인에 대한 감정은 결코 명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표현해야 할 것이다. 파비안느처럼 오해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