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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물들> 리뷰,
속물이 판치는 세상

영화 <속물들>은 제목 그대로 속물 근성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베끼며 '차용미술'이라는 말로 포장하며 활동하는 미술작가 '선우정'을 중심으로, 그녀의 연인 '김형중', 큐레이터 '서진호', 미술계 퇴물 '유지현', 딱 봐도 속물 '탁소영'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이용'한다. 모두가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공통된 범주에 속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나름의 '급'이 있다.


선우정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과 열등감으로 가득하다. 금수저 친구 '탁소영'에 기생하면서 살아왔던 그녀의 속물 근성은 연인, 동료들에게까지 이어진다. 어쩌면 가장 당찬(?) 속물로 불 수 있겠다.



<속물들>은 2000년대 초반 미술계 입시 부정과 불법 비자금 횡령 및 탈세, 비엔날레에 반발해 생긴 '안티 비엔날레' 등의 미술계 사건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화 기반의 작품이다.


작품 속 이야기들이 허구가 아닌 실제로 팽배한 사건이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기의 끔찍함을 체감할 수 있다. 더 섬뜩한 것은, 이기를 행하고 있는 자들의 뻔뻔함이다.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현실이 '이기심의 경쟁판'과 다름 아님을 보여준다. <속물들> 속 인물들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 같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만큼 극단적이고 화려한 스킬을 휘두르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속물 근성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세속적인 삶을 살 것인지, 비교적 청렴하고 양심적인 삶을 살아갈 것인지는 내면의 급에 따르지 않을까.


이렇듯 <속물들>은 속물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스스로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영화 속 인물들을 화끈하게 손가락질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현실이 블랙코미디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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