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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필요하다고!
코로나시대의 전시

라이크디즈1601에서의 망중한

위드코로나시대의 전시 시장은 예상대로 힘들다. 실물 작품을 보고 싶은 관람객들이 찾는 이벤트인 만큼 운영이 원활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공공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예술의전당과 같은 큰 규모 전시장은 임시 운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느 때보다 예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블루(우울감)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이 지닌 치유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나 역시 1년 남짓 혼자 일 한데다 사회적거리두기를 실천하다보니 최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혼자 잘 지내는 성향이었지만 막상 원치 않던 외로운 환경에 놓이니 마음이 달라졌다. 수많은 날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보내다보니 심심함을 너머 적적하고 괴로웠다. 그마저 해왔던 문화 관련 취재일이나 영화 시사회에 참석할 기회가 적어지니 외출의 이유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집순이 생활'에 익숙해져 외출은 귀찮지만 외로움은 싫었던 것. 그래서 홈트레이닝을 위해 러닝패드를 샀고 한 달에 1, 2회씩은 가족을 만나 잠깐의 나들이를 즐겼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외출하자'라고 다짐했을 무렵에는 연이은 비가 내 계획을 망쳐놨다. 미친듯이 내리는 비와 꼬리잡기를 하는 듯 찾아든 태풍은 내게 '넌 집에 있을 운명이야'라고 명령하는 것 같았다.


9월 8일. 아침에 미팅이 잡혀 외출할 일이 생겼다. 목적지는 남산골한옥마을. 전날 매서운 바람을 자랑하던 태풍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췄다. 외출하기에 최적의 날씨를 맞아 좋은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태풍과 함께 여름도 지나간 듯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끈적한 땀을 흘려야했던 날씨는 BYE. 맑게 갠 하늘과 유유히 흐르는 구름, 태풍의 여운으로 선선한 바람이 나를 휘감았다. '역시 난 날씨 요정이야'라고 자만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은 남산골한옥마을. 대학로에 살던 시절, 대한극장을 찾을 때 자주 들렀던 곳이다. 최근에는 갈 일이 없었는데 일 때문에 찾게 된 것. 태풍이 지나간 초가을 오전에 본 한옥마을은 '와, 그냥 와, 와!' 아름다웠다. 평일이라 인적이 적어서 더 좋았다.




미팅을 끝낸 후. 아름다운 날씨 때문에 그냥 집에 돌아가기 아쉬웠다. 그래서 이따금씩 들르는 아지트인 '라이크디즈1601'에 방문 예매(네이버 예약을 통해)를 했다. 라이크디즈는 갤러리카페로, 국내 신진 작가들의 개인전을 열어 소규모 전시를 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나는 이곳에 평일 오전에 가곤 한다.


라이크디즈 입장료는 6,000원이다. 이 금액에 작품 감상은 물론 음료와 마카롱, 해당 전시 작품이 프린트된 엽서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악산뷰도 감상할 수 있다. 늘 북악산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멍 때리곤 하는데, 어제도 그랬다. 더욱이 어제 내가 방문했던 때는 관람객이 나 혼자여서 멍 때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오랜만에 망중한을 즐겼다(이날은 날씨가 다했다. 구름도 정말 아름다웠다).



이곳이 마음에 드는 또 다른 이유는 공간을 메우는 사운드가 내 취향이라는 점. 피아노곡이나 재즈풍의 음악이 잔잔히 깔리는데, 이게 또 멍 때리는 데 한 몫 더한다.


현재는 '오킹: SECRET GARDEN'이 전시 중인데 9월 12일이면 끝난다. 다음 전시는 16일부터 재개된다(다음 전시도 보러 갈테야).



작가가 직접 여행하며 느낀 바를 표현한 작품들은 우울감을 씻겨줬다. 사실 작품 감상 시간보다 마운틴&스카이뷰를 즐기는 시간이 더 길었지만... :)



어찌됐건 라이크디즈1601은 예술 작품과 좋은 음악, 자연뷰 등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어서 사랑하는 장소 중 하나다.



코로나19 때문에 운영 시간이 단축됐고 1일 방문 가능 인원도 절반(50명)으로 줄었지만 운영 중단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덕분에 감성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위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가성비 좋은 복합문화공간 라이크디즈1601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혼자 한적한 시간대에 찾으면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속히 이 시국이 지나가고 문화예술계가 부흥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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