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가 죽던 날> 리뷰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

그 누구에게도 이해와 위로 받지 못해 힘들었던 경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넓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지독한 외로움은 누군가에겐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일 수 있다. <내가 죽던 날> 속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한때 잘나갔던 형사 '현수(김혜수)'는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 소송 중에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팔에 마비가 오는 바람에 교통사고를 내 경력에 흠집이 간다. 복귀를 위해 외딴 섬에서 발생한 여고생 자살사건의 마무리를 맡게 되는데, 여기엔 이상한 점이 있다. 자살로 추정된 '세진(노정의)'의 사체를 찾을 수 없다는 것. 의문을 품은 현수는 사라진 세진을 찾아 나선다. 수사 과정에서 세진과 유일하게 왕래한 이웃 '순천댁(이정은)'을 알게 된다. 전신마비의 조카를 돌보며 살아가는 순천댁은 남동생(조카의 아빠)을 따라 자살하려고 농약을 마신 후 목소리를 잃었다.

사건을 쫓는 과정에서 현수는 세진의 삶이 자신과 닮았음을 직감한다. 부유한 삶을 살다 한순간에 외딴 섬에 고립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죽은 아빠가 연루된 밀수 사건의 주요 증인으로 채택돼 보호 중에 있던 것이다. 풍족한 삶을 살던 여고생의 삶이 한순간에 뒤바뀐 것이다. 그렇게 절망 속에 살아가던 세진은 유서 한 장만 남겨둔 채 절벽 끝에서 사라진다.

현수와 세진은 '벼랑 끝에 놓인' 여성들이다. 낭떠러지에 선 현수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 몸부림치던 세진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본다.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문제를 피하려고만 했던 과거를 벗어 던지고 삶의 의지를 다진다.

순천댁은 세상과 등지려던 세진의 구원자이다. 순천댁은 세진에게 힘겨운 쇳소리로 "아무도 안 구해줘. 네가 너를 구해야지. 인생은 생각한 것보다 길어"라며 위로와 의지의 말을 건넨다. 여기에는 세진이 자신과 같은 행보를 걷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내가 죽던 날>은 절망에 놓인 여성들의 상처 극복기를 다룬 영화다. 홀로 고통을 감내하던 여성들은 비슷한 경험을 한 타인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새 삶을 향해 나아간다. 이전의 삶을 죽이고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나 역시 위로 받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지나간 아픔은 묻어버리고 힘찬 미래를 걸어나갔으면 한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 2010)>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도 취향에 맞을 것. 분위기는 다르나 주제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