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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종' 리뷰,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스산한 공포

기획 단계부터 비범한 작품의 탄생을 예고했던 '랑종'이 베일을 벗었다. '곡성' 나홍진 감독과 '셔터'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만난 것부터 평범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결과물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영화는 고어물에 가깝다. 태국어로 무당을 뜻하는 '랑종'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태국 이산 지역의 일가족이 경험하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 실제 상황 같은 날 것 그대로를 스크린에 옮긴 듯한 연출은 관객에게 가상과 실재를 혼동하게 만든다.


극중 촬영팀은 '님'과 '밍'을 중심으로 취재한다. 님은 '바얀 신'을 모시고 있는 무당이다. 젊은 시절 언니 '노이'가 신내림을 거부해 대신 무당이 됐다. 어느 날부터 노이의 딸이자 님의 조카인 밍이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딸이 신내림을 받는 것을 거부하던 노이도 밍의 증세가 거듭되자 결국 바얀 신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나 밍이 바얀이 아닌 다른 존재들에게 빙의된 것을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랑종'의 대표적인 특징은 스산하고 축축한 분위기다. 모든 것에 혼이 깃들었다고 믿는 태국인들의 시각 때문인지 숲, 산, 나무 등 모든 공간이 내뿜는 기운이 묘하다. 특히 퇴마식 6일 전부터 포착된 CCTV 속 밍의 모습들은 기괴함의 연속이니 심약자라면 주의를 당부한다.



영화는 촘촘한 서사와 리얼리티를 강조한 연출, 페이크 다큐멘터리에 걸맞은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독보적인 색을 만들어냈다. 특히 낯선 땅을 배경으로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다. 덕분에 가문에 얽힌 비밀, 신내림을 거부한 자들이 치러야 할 끔찍한 대가는 익히 듣고 봐온 소재이지만 낯설게 다가온다.


개봉일은 영화의 분위기와 절묘한 궁합을 자랑한다. 무더움과 습함으로 불쾌지수가 최고조에 이르는 7월 14일. 나 감독이 구축한 기이한 세계로 입장하고 싶다면 발빠른 예매는 필수다. 개봉 후 입소문으로 인한 화제성이 얼마큼의 흥행율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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