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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거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분명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했으리라


류시화 시인의 잠언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의 제목으로 익숙한 이 시는 미국작가 킴벌리 커버커의 'If I Knew'를 우리말로 변역한 것이다.



카페에서 e-book으로 읽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시인을 좋아해 소장 중인 도서인데, 다시 읽어도 또 좋았다. 1998년에 첫 출간한 이 책은 여전히 인기 많은 스테디셀러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생의 지혜가 담긴 잠언을 엮은 책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밖에 없다.


지혜를 얻는 방법, 해답은 없다는 것이 해답이자 진리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라 가치 있다. 해답은 스스로 살아가면서, 걸어가면서, 터득하는 것임을 일러준다. 잠언의 잠(箴)이 '바늘'을 뜻하는 것처럼, 허를 찌르는 글을 접할 때면 뒤통수가 얼얼해지곤 했다.


잠언을 뻔한 말 쯤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관성에 젖어 주의 없이, 안주하며 살아가는 일상의 관점 변화에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사색하고 받아들여 행동을 바꾼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잠언집의 좋은 점은 훌륭한 말(글)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몰랐던 위인들을 알게 되고, 그들의 기록의 출처를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재미이다.


단 한 장도 버릴 수 없는 글들로 구성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포켓북도 있으니 휴대하며 틈틈이 읽는 것도 독법으로 추천한다.


책 속에서


동물


나는 모습을 바꾸어 동물들과 함께 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평온하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땀흘려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환경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밤 늦도록 잠 못 이루지도 않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지도 않는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의무 따위를 토론하느라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불만족해 하는 자도 없고, 소유욕에 눈이 먼 자도 없다.

다른 자에게, 또는 수천년 전에 살았던 동료에게 무릎 꿇는 자도 없으며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잘난 체하거나 불행해 하는 자도 없다.


    월트 휘트먼(1855년작)  



모든 것은 지나간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땅과 하늘과 천둥,

바람과 불,

호수와 산과 물,

이런 것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만일 그것들마저 사라진다면

인간의 꿈이 계속될 수 있을까.

인간의 환상이.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라.

모든 것은 지나가 버린다.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 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엘렌 코트  



일찍 일어나는 새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만일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하지만 만일

당신이 벌레라면

아주 늦게 일어나야 하겠지. 


    쉘 실버스타인  



젊은 수도자에게


고뇌하는 너의 가슴속에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모든 마당과

모든 숲

모든 집 속에서

그리고 모든 사람들 속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목적지에서

모든 여행길에서

모든 순례길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진정으로 사랑하기 원한다면

그리고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광활한 우주의 어느 구석에서도

진리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스와미 묵타난다  



결실과 장미


크건 작건간에,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자 하는 이는

허리를 굽혀서 땅을 파야만 한다.


소망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서 극히 적은 까닭에

우리가 원하는 가치있는 것은 무엇이건

일함으로써 얻어야 한다.


당신이 어떤 것을 추구하는가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의 비밀이 여기 쉬고 있기에

당신은 끊임없이 흙을 파야 한다.

결실이나 장미를 얻기 위해선.


    에드가 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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