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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리뷰, 모두가 꼭 보길!

다양한 인간 군상 그린 정치 드라마

서울의 겨울은 계속되었다


<서울의 봄>은 침체된 한국영화 시장에 '봄'을 부른 영화다. 개봉 전부터 평단에서 '잘 나왔다'며 입소문이 돌아 궁금했었는데, 막상 보니 기대만큼 훌륭했다.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실화를 그린 것, 배우들의 호연,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연출. 이 삼박자의 앙상블이 좋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개봉 6일 만에 21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00만 관객은 거뜬히 넘길 것이고 내년 영화제 수상을 휩쓸 것으로 예상한다.


김성수 감독의 신작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12·12군사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렸다.



12·12군사반란은 군부의 실세였던 전두환과 노태우 등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사건이다. 전두환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적인 '하나회'를 중심으로 신군부 세력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최규하의 재가 없이 휘하 부대 병력을 동원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군사반란이 일어났다. 유혈충돌이 발생한 하극상 사건이었다. 이후 이들은 군 내부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1980년 5·17사건을 일으켜 새로운 권력까지 획득했다.



영화는 1979년 10·26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된 시점부터 시작된다. 최규하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정승화를 계엄사령관에 임명한다. 정승화는 군 장악을 위해 윤성민, 장태완, 정병주 등을 중용하여 지휘계통을 개편했다. 군에 대한 지휘체계를 확보하고 정치를 이끌어가는 데 핵심역할을 담당하려 했던 정승화. 그러나 하나회는 이를 가만히 보지 못한다.


전두환은 정승화가 김재규의 내란에 방조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정승화를 강제 연행하기로 계획한다. 정승화의 연행을 위하 11월 중순, 유학성, 황영시, 차규현, 노태우 등과 모의한 뒤 12월 12일을 거사일로 결정한다.


결국 최규하는 13일 새벽, 정승화의 연행을 재가할 수밖에 없었고, 노태우와 정호용은 각각 수경사령관과 특전사령관에 취임했다. 당시 군부가 반란의 주도세력에 의해 장악되었다.


<서울의 봄>은 이 여정은 촘촘히 그린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숨죽이게 몰입하게 만드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처음 김성수 감독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다소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졌고 연출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꾸만 시나리오 생각이 자꾸만 들었고 결국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한다. 실존인물들의 이름을 한두글자씩 고쳤다. 전두환은 전두광, 노태우는 노태건으로. 그리고 실화를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상황 속에서의 인물들의 모습, 판단하고 결정하고 또 따라가는 과정을 다루고 싶었다고 한다. 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인간 군상을 보여주려 했다고. 이런 이야기들을 원하는 대로 풀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연출 의도에 맞게 <서울의 봄>은 얼룩진 정치판,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데 성공했다. 탐욕의 화신, 굶주린 늑대무리의 왕인 전두광, 반란군에 맞서 정의를 지키려는 이태신을 비롯해 저마다의 욕망과 신념을 위해 행동하는 개인을 지켜보는 묘미가 있다.



반란군과 진압군이 목표를 위해 필사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교차시키며 몰입력을 높인 것이 <서울의 봄>의 특장점. 두 집단의 치열한 대립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분노를 유발케 만드는 캐릭터는 단연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분노뿐 아니라 실소를 연발케 한다. 전두환의 인상을 잘 묘사한 민머리와 납작하게 눌린 코, 열받게 만드는 언행이 실소를 터트리게 만든다. 그의 행동은 미친 놈 그 자체인데, 원래 미친 놈의 행각은 먼발치서 구경하면 웃긴 법이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지만 실제 하나회 단체사진이 영화 끝에 등장한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1993년 초까지 12·12군사반란은 집권세력에 의해 정당화되었으나,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후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자는 국민들의 요구로 김영삼정부는 하극상에 의한 쿠테타적 사건으로 규정했다. 1993년 7월 19일 정승화 등 22명은 전두환, 노태우 전임 대통령을 비롯한 38명을 12·12군사반란 혐의로 고소했다. 전두환의 반란은 전두환에게 당장의 승리를 가져다줬을지언정 영원하진 않았다.



극중 최한규(모티브 최규하) 대통령의 말처럼 '이런 정치 안 해야'하는데, 우리나라의 정치판에는 잘못된, 삐뚤어진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울의 봄>은 이미 지난 문제이지만 잊지 말고, 눈 똑바로 뜨고 보고 느끼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동안 극장가는 <서울의 봄>이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CGV골든에그지수 99%를 기록 중인데, 이는 상업영화에선 보기 드문 수치다. 의미와 함께 재미까지 갖춘 작품. 많은 관객들이 보고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141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걱정은 접어두시길! 시간 순삭을 경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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