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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리뷰

상실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여정

넷플릭스에서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봤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고 폴란드 바르샤바로 여행을 떠난 명지와 같은 사고로 동생을 잃은 지은, 단짝 친구와 이별한 해수가 상처를 극복하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어느 봄날, 도경은 지용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 안타깝게도 둘은 유명을 달리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 도경을 잃은 명지는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모른다. 사촌언니의 연락을 받고 잠시 바르샤바로 떠나고, 도경의 소식을 모르는 대학 동창 현석과의 만남을 갖는다. 현석과 함께하는 동안 불쑥불쑥 남편과의 추억을 마주하게 된다.



같은 사고로 단짝 친구 지용을 잃은 해수는 친구의 빈자리를 느끼며 하나뿐인 동생을 잃고 전신마비가 된 지용의 누나 지은을 돕는다. 그러던 중 해수는 지은에게 새 편지지와 명지의 주소를 건넨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17년 출간된 소설집 《바깥은 여름》에 수록된 작품은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상실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며 제8회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명지로 분한 박하선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은 후 슬픔과 상실을 극복해가는 여정을 담담하게 연기했다. 어떻게든 슬픔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가 이 연기를 잘해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친동생의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은 아닐까. 한 예능 방송에 출연한 박하선은 어린 나이에 하늘나라로 가게 된 동생의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지은은 작동이 멈춘 몸을 회복하려는 재활의 의지를 통해 슬픔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해수는 삶에 대한 의지를 상실했던 지은을 북돋아주는 구원자, 혹은 조력자 역할을 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말미에 몰아쳐 등장한다. 저마다 상실의 상처를 치유하던 인물들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준다. 같은 사건을 겪은 인물들의 연대는 그 어떤 위로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눈물을, 슬픔을 마음 깊숙한 곳에 꾹꾹 억누르고 있었던 명지는 지은의 편지 한 통에 펑펑 눈물을 쏟아낸다. 해수가 지은을, 지은이 명지를 생각하고 위로하는 마음이 애잔하고도 아름답다.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피하고, 외면하고 싶지만 마주해야만 하는 죽음. 아무리 학습한다해도 죽음으로 인한 상실을 회복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부쩍 추워지는 때면 장례식이 잦아지곤 하는데, 이맘때 보면 더 와닿을 영화가 아닌가 싶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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