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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누키 우동을 좋아한다면 영화 <우동>을!

일본 여행, 사누키 우동투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면 싫어하시는 분 없죠? 면의 세계는 무궁무진한데요. 그 중에서도 우동을 좋아하신다면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영화에 흥미를 갖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의 영화는 <우동>입니다. 제목 그대로 우동에 대한 작품인데요. 한국인의 소울 면이 국수라면 일본인들의 소울 면은 우동입니다. 일본에는 3대 우동이 있습니다. 카가와현의 사누키 우동, 아키타현의 이나니와 우동, 군마현의 미즈사와 우동이 그것인데요. 영화 <우동>은 사누키 우동을 소재로 다룹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카가와현의 우동집 아들 코스케 마츠이가 뉴욕에서 코미디언의 꿈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잡지사에 취직한 뒤 우동집을 탐방하는 '우동 순례기'로 히트를 칩니다. 이로 인해 카가와현에는 우동 붐이 불고 축제까지 열리는데요. 하지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카가와현 우동의 맛과 품질이 떨어지면서 난항을 겪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이 영화는 지역정보지의 편집장을 맡아 우동집 탐방기를 연재한 카가와현 출신의 다오 카즈토시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코스케가 우동 순례기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카가와현을 찾는 관광객들이 우동에 대해 궁금해하지만, 그에 대한 책이나 잡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카가와현은 우동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역인데요. 사누키 우동 가이드가 관광자원으로 특화된 고장입니다. 실제로 카가와현을 '우동현'으로 바꾸려 했을 만큼 우동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지역입니다. 사누키 우동은 카가와현의 옛 이름인 사누키현에서 따왔다고 해요.

저는 2017년 여름, 카가와현이 있는 시코쿠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사누키 우동을 자주 먹었는데요. 실제로 카가와현의 여행 목적이 '우동'이라고 할 정도로 어딜 가든 우동으로 가득했습니다. 사누키 우동 면은 다른 면보다 굵고 탄력이 있어 쫄깃쫄깃하고 매끄러운 식감이 인상적인데요. 개인적으로 탱글탱글한 우동면을 좋아하는 제겐 사누키 우동은 최고였습니다. 호텔 조식으로 나왔던 심플한 국물에 담겨 나왔던 우동마저 맛있었던 기억으로 보아, 사누키는 그냥 우동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카가와현에는 우동버스 투어와 우동학교에서 운영하는 우동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데요. 우동 장인과 함께 면을 만들고 직접 우동을 끓여 면발을 맛볼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합니다. 저는 미술관을 가기 위해 배를 탄 적이 있는데요. 심지어 배 안의 간식 메뉴로도 우동이 있을 정도로 카가와현은 우동에 진심이었습니다.

사누키 우동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국물 없이 파와 뜨거운 간장 소스를 부어 먹는 우동, 삶은 면을 건져서 간장에 찍어 먹는 우동, 면이 뜨거울 때 날달걀을 넣어 비벼 먹는 우동 등 색다른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파와 뜨거운 간장 소스를 부어 먹는 파우동이 취향 저격이었어요. 사누키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다면 꼭! 드셔 보길 권해드립니다.

영화에 등장했던 우동집 중 인상 깊었던 곳이 있는데요. 질 좋은 땔감을 쓰기 위해 산 속에 위치한 수제 우동집이었어요. 그곳은 가스가 아닌 화력이 높은 장작을 때서 면을 재빨리 삶아냅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좋은 우동을 대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가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일본인들에게 우동은 단순한 요리가 아닌 하나의 전통입니다. 반죽 후 숙성 과정을 거치는 시간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는 우동에는 영혼과 진심이 담겨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우동 붐이 일자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비롯해 주차, 쓰레기 처리 등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지는 상황이 발생하는데요. 끝내 문제만 남게 되어 사람들은 불만을 갖고 멀어지고 맙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코스케는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가업을 잇기로 결심합니다. 아버지와의 추억과 단골들이 잊지 못하는 훌륭한 맛을 이어가기 위해 마음을 고쳐먹는 코스케의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영화 <우동>은 몇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먼저 '당신의 소울푸드는 무엇인가요?'인데요. 이 영화가 앞세운 소울푸드는 단연 우동입니다. 또 다른 질문은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입니다. 영화에는 코미디언이 되길 원했던 코스케와 작가를 꿈꿨던 쿄코 등 다양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현실 때문에 꿈을 포기했거나 미뤄왔던 이들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갖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꿈은 여기에 없어. 단지 우동만 있을 뿐이야." 코스케의 아버지가 했던 말입니다. 우동이 꿈을 키우고 살아가게 만든 원동력이자 소울푸드임을, 꿈은 더 크고 넓은 곳에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 아닌가 곱씹어보게 됩니다.

저에게 <우동>이라는 작품은 지난 여행의 추억을 상기하게 만든 동시에 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고마운 영화입니다. 우동 마니아라면, 카가와현 우동 투어가 궁금한 분이라면 영화 감상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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