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안경>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면, 이 영화에 몸을 싣자.

최근, '미니멀'이라는 단어가 인기다.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대에 따라, 의미는 비슷한데 용어는 달리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미니멀 또한 그 중 하나다. 이전에는 이와 비슷한 용어로 '심플', '슬로우' 등이 쓰였던 것 같다. 심플! 단순하고, 슬로우! 느린 삶에 이은 미니멀!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다 보면, 결국 단출하고 느린 삶을 살아가는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예전부터 슬로우무비를 좋아해왔다. 특히 일본영화나 드라마들 중에 이같은 사상에 걸맞은 작품들이 많다. 슬로우무비를 꾸준히 만들어 온 일본의 여류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그녀의 영화들은 일률적으로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단출하고 소박하지만 그 속에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다뤄낸다. 물론, 캐릭터들은 개성 넘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혹은 살아가고자 하는 터전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곳들이다. 영화<카모메 식당>을 접한 후로 그녀의 작품들을 모조리 찾아봤다. 일종의 '사단(社團)'으로 보여지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재회하는 느낌이랄까?


영화<안경>은,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들 중 특히나 느리고 느린 작품이다.

주인공 타에코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지만 아직은 삶의 많은 부분들이 정리되지 않은 도심 속 우리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우리는 타에코의 여정을 따라 동행하면 된다. <안경>을 감상하는 방법은 이뿐이다. 몸과 마음 모두를 타에코에 이입시키면 된다.


자, 이제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첫 번째 단계부터 실행에 옮기자.

먼저, 휴대전화와 이별하라!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으로 떠나고자 작정한 그녀가 도착한 곳은 몇 명의 마을사람들이 살아가는 조용한 섬마을이다. 타에코가 섬마을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은 침묵의 고군분투에 다름 아니다. 무슨 연유인지는 설명되지 않지만, 어쨌든 타에코에게는 과거의 삶을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그래서 아는 이 없고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았지만, 섬마을 사람들은 타에코에 대해 관심이 많다. 소위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이 타에코만의 시간을 앗아간다. 그들에 대해 타에코는 '역시나'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과 매일 아침 체조를 하는가하면, 특별할 것 없는 팥빙수의 매력에 빠지는 등 섬마을 사람들에 동화된다.


2222.jpg


영화에는 '젖어든다'는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도심의 삶에 염증을 느껴 섬마을을 찾은 타에코는 결국, 섬마을 풍경 속 일부가 되면서 소박하고 욕심 없는 삶의 가치를 발견한다. 이미 많은 짐을 버리고 마을을 찾았던 타에코이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더 많은 부분들을 정리해나간다.


하지만 타에코가 얻은 것이 있다. 수많은 삶의 무게를 내려놓은 대신, 행복의 가치를 얻게 된 것이다. 소박하지만 함께 즐기기에 의미가 큰 식사시간, 많은 재료가 들어있지 않아도 주재료 본연의 정직함이 배어있는 세상 가장 달콤한 팥빙수, 함께해서 즐거운 적당한 운동, 자연 풍광을 즐기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낚시(취미) 시간. 이것들이 섬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행복의 주재료들이다. 분명 누군가는 이 상황들을 조롱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같은 삶이 행복하냐고 묻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뭐든 많이 소유한 그대는 행복한가?


555.jpg


나는 이 영화의 엔딩신을 가장 사랑한다. 타에코의 안경이 바람에 날아가는 장면 말이다. 그녀는 세상을 더 '잘 보기' 위해 여지껏 안경을 써왔다. 하지만 과연 그녀가 보고 겪어왔던 것들이 참된 삶이었을까? 어쩌면 그녀의 과거는 색안경을 쓴 듯 희뿌연 시간들이었을게다.


이 영화가 제시하는 삶이 정답은 아니다. 이같은 삶을 지양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현자들은 무소유를 강조해왔다. <안경>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를 결심한 이들에게는 훌륭한 교육자료가, 이미 실행 중인 이들에게는 공감과 소통의 영화가 되어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