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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 선라이즈>

운명적 만남, 아쉬운 이별! 짜릿하고도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


언제 봐도 좋은 '비포 시리즈'. 시간을 기록하는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로맨스 3부작은, 제시와 셀린느의 로맨스 전과정을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반영한다. 따라서, 비포 시리즈에는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세월까지 반영돼 있다.


<비포 선라이즈>는 비포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제시와 셀린느는 기차에서 만난다. 단시간에 느낌이 통한 둘은 비엔나에서 내린다. 어떠한 계획도 없이, 무턱대고 내린 둘은 그렇게 하루를 그들만의 시간들로 채워나간다. 생각해보면, 둘은 20대 초반. 소위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적 풋내기였기에 이런 활동에 응했던 것 같다. 만약 이들이 열 살 정도 더 나이 든 후 만났더라도 비엔나에서 내렸을까? 글쎄? 나라면 안 그랬을 것 같다. 물론, 20대 초반이었어도 셀린느와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쨌든 둘은 강렬하게 끌렸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의 사랑.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알차게 사랑했던 그들. 사람은 모두 죽어가기 때문에, 즉 우리에겐 죽음이라는 문이 있기에 삶이 가치있는 것이다. 제시와 셀린느에게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기반돼있었기 때문에 흐르는 시간들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었다. 끝을 알지만, 이별은 아쉬움과 슬픔을 동반한다. 아무리 작심하더라도 태연하게 대할 수 없는 것이 이별이다. 그래서 이들은 6개월 뒤, 동일한 장소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막연하지만 로맨틱한 다짐이다. 제시가 이렇게 말했다. "최악의 이별이 뭔지 알아? 추억할 만한 게 전혀 없다는 것." 그렇다. 둘은 추억이 가득 들어차있기 때문에 이별마저 로맨틱했던 것이다.



이들이 거니는 비엔나 거리 곳곳들은 여행에 대한 환상을 드높인다. 돈 없고 철 또한 부족한 둘은, 거리 곳곳을 누비며 많은 추억들을 쌓아간다. 다채로운 구경거리들과 마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포 선라이즈>에서 필자를 사로잡는 부분은 제시와 셀린느 사이를 오가는 대화들이다. 미국 남자와 프랑스 여자. 둘은 확연히 '다른' 존재다. 성별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각자 처한 삶이 다른 둘은 낯선 곳에서 만나 생경한 감정을 느낀다. 이 낯선 것들이 온 몸으로 파고드는 걸 그들은 '사랑'이라 명명한다. 운명적인 만남이라며 스스로, 그리고 서로에게 말한다.


하루동안 펼쳐지는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는 제시와 셀린느 각각의 캐릭터와 그들이 안내하는 여행지들이 배어있다. 제시는 사랑에 대해 로맨틱하다기보다는 다소 현실적이다. 얼마 전, 애인과 이별한 이유 때문인지 그의 사랑 철학에는 냉소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셀린느는 사랑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랑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게 셀린느의 입장이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평생 일에만 매달려 살았어. 52세에 문득 깨달았지. 사랑을 줘본 적이 없다는 걸. 삶이 무의미해졌대. 울면서 그렇게 말했어. '만일 신이 있다면 우린 안엔 없을거야. 너나 내 안엔. 우리 사이의 공간에 존재할거야.' 마법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 있을거야. 실현이 거의 불가능하겠지. 그럼 어때? 해답은 노력속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 사랑을 위해서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것이 셀린느의 사랑 철학이다.


결혼에 대한 둘의 대화를 보면 확연히 파악할 수 있다.


셀린느:

할머니는 남편밖에 모르는 분 같았어.

그런데 고백하길

평생 맘속으로 딴 남자를 그리며 사셨다는 거야.

운명에 순응한 거지. 정말 슬픈 일이야.

한편으론 기뻤어.

그녀에게 그런 감정이 있다는게.

제시:

차라리 잘된거야.

그 남자와 만났으면 결국 실망했겠지.

셀린느:

네가 뭘 알아?

제시:

난 알아.

사람들은 낭만적 환상을 갖길 좋아해.

아주 비현실적이지.



어찌됐건, 이들은 아직 결혼 전이고, 무엇보다 진득한 연애도 시작하기 이전이다. '비포 선라이즈'. 해가 떠오르기 전, 그들은 생기발랄한 우연의 만남을 통해 기분 좋은 사랑의 서막을 열었다. 그렇게 황홀하게 보였던 비엔나 거리 곳곳은, 제시와 셀린느가 떠나고 난 후 그저 텅 빈 거리로만 비춰진다. 두 남녀의 아쉬운 체취를 남긴 비엔나 거리들. 그렇다. 우리는 비엔나의 풍경들보다 두 남녀에게 집중돼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둘의 로맨틱한 만남과 아쉬운 이별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리고 <비포 선셋>으로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우리에게 '진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포 선셋'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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