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은밀한 가족>

출구 없는 고통

영화<은밀한 가족>은, 단 몇 분 안에 벌어지는 영화의 도입부부터 충격적이다. 생일을 맞은 11세 소녀는 파티를 즐기다 갑자기 베란다로 나와 자살한다. 그것도 아주 태연하게, 마치 오래 전부터 계획에 둔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이 '의문의 자살사건'의 이유를 찾아나선다. 경찰과 사회복지사들은 소녀의 집을 방문하고 가족과의 상담을 시도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문제점을 찾아낼 수 없다. 평범해보일 뿐, 그 어디에서도 이상한 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가정은 이상하다.

비상식적이며, 그 어디에서도 이해해야 할 부분을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섬뜩하고 잔인한 가정이다.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인 가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감상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 영화가 더욱 잔인한 이유는 '실화'에 근거한다는 점에 있다.



이 은밀한 가족들의 삶은 찢어질 듯한 고통, 그 이상의 것이다. 우리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 올 때면 울부짖는 등, 그것을 바깥으로 분출한다. 하지만, 이 가족들은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고 그 어디에서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들의 고통은 켜켜이 쌓여만 갈 뿐이다. 결국, 11세 소녀는 출구 없는 고통을 감내할 자신이 없었기에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 것이다.


끝내, 이 가정은 파국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 결론이 오히려 당연하게, 나아가 달갑게 느껴졌다. 그래서 <은밀한 가족>은 더 잔인하다. 죽음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아버지의 초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