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런 날이 올까 두려워…
보는 내내 두려웠다. 정말 이런 시대가 온다면, 인류의 종말이라는 씁쓸하고도 허무한 상황에 직면한다면? 예상하기 싫지만, 사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내 주변만 봐도 그렇다. 불임에 힘들어하는 지인들이 꽤 있다. 영화에서도 언급되듯,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과는 불임.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불임은 곧 인류의 종말이다.
<칠드런 오브 맨>은 이 끔찍한 상황을 전개한다. 2027년. 전 세계 여성들이 불임 상태다. 세계 각국은 테러와 폭동으로 위험하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건재한 국가, 영국. 그 땅 위의 남자 '테오'는, 아들을 잃은 충격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여 년 만에 재회한 전 부인 '줄리안'은 테오에게 기적적으로 임신한 흑인 소녀 '키'를 부탁한다. 임신 자체가 생소한 무리들 사이에서 과연, 어린 소녀는 안전할 수 있을까?
상황 설정만으로도 잔혹한 영화. 어둠과 난동의 코드가 휘날리는 가시밭 위에서 발견된 기적의 씨앗. 절망의 시대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희망의 불꽃을 발견한 테오는 '인간프로젝트'를 '마음 가득 담아' 실행해나간다. 경험에 근거하여, 침착하게 소녀를 인도하는 그. 이들의 운명은 끝까지 희망적일 수 있을까?
사실, <칠드런 오브 맨>의 메시지는 다분히 교과서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서 그칠 수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힘이다. 영화가 현실이 될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감상자들을 섬뜩하게 만든다. 가혹한 상황에서도 휴머니티의 불씨만은 꺼뜨리면 안 된다. 인간은 살아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있다. 인간의 존엄성 앞에서는 모두가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인류의 종말이 닥쳤다면, 성별과 인종, 종교 등의 차별이 무색할 수밖에 없다. 대체 그 차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 우리는, 이 '심각한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내 가족이 불임으로 힘들어하고 있더라도, 인류의 종말까지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두려워해야 할 상황이지만, 마주하기를 기피한다. 끔찍한 상황이기도 하고, 당장 펼쳐질 상황도 아니라는 생각이 기피의 주 원인이다. 하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칠드런 오브 맨>은 어쩌면 닥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우리 안에 내재한 인류애와 희망 등 따듯한 본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