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의 성 정체성 찾기
잘 나가는 광고회사 CEO '제레미'는 게이다. 그에게는 갖출 건 다 갖춘, 사귄지 10년 째 되는 애인이 있다. 제레미는 15살 때 가족에게 커밍아웃했고, 지금껏 스스로 '100% 게이'라며 살아왔다. 게다가 현 애인과 결혼까지 계획 중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한순간 완전히 뒤바뀐다. 바로 '아드나'라는 스웨덴 여성을 만나면서부터다.
제레미는 생애 처음으로 여자와 잤다. 아드나와의 원나잇 스탠드를 하게 된 제레미. 술김이었다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제레미의 머릿 속에서 아드나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제레미는 딜레마에 빠진다. '아닐거야'라며 현실을 부정하지만, 그럴수록 아드나가 계속 떠오른다. 그녀와의 관계를 끊고자, 친구의 온갖 조언들을 실행해나가지만 좀처럼 아드나의 매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난 그녀와 키스했다>는, 제레미가 성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아드나의 말처럼, '앞날은 예측할 수 없이 열려있는 것'임을 제레미는 자각한다. 성 정체성의 변화는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인생 전체가 뒤바뀌는 일이다. 그렇게 제레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다. 지난 인생은 접어둔 채, 완전히 새로운 앞날을 시작한다.
이렇게, 인생 판도가 뒤바뀌는 영화들을 볼 때면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제레미는 아드나를 만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이전의 삶도 훌륭했지만, 앞날의 삶은 더 기대된다. 만약 제레미가 아드나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전의 삶이 지속됐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100% 게이라는 생각으로, 전 애인과 결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성애자'가 됐다. 물론 이것 또한 단정지을 수 없다. '앞날은 열려있는 것'이니까. 그는, 다시 게이임을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드나와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양성애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레미의 앞날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어찌됐건 이 영화는 동성애자의 성 정체성에 대한 딜레마를 통해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유쾌한 퀴어영화 <난 그녀와 키스했다>는 단순한 로맨스 그 이상의 메시지를 위트있게 담아낸다. 성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은 접어두고, 세상 모든 사랑을 응원하자. 우리의 앞날도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