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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마더 워터>

욕심 없이, 평범하게, 슬로우 슬로우~



일본 슬로우무비 <마더 워터>는, 평범함과 소박함의 교훈을 전달한다. 애써 잘 하려고, 안 되는 상황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바탕에서 소소하게 살아가는 것의 힘을 일깨워준다. '마더 워터'의 의미는, 위스키를 만들 때 베이스가 되는 물을 의미한다. 즉, 영화와 이어봤을 땐 '삶의 근간' 쯤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은 교토의 작은 마을이다. 등장인물 역시, 동네 주민 몇 사람들 뿐이다. 위스키만 파는 바를 운영하는 '세츠코', 카페를 운영하는 '타카코', 두부가게를 운영하는 '하츠미', 그리고 동네터줏대감 할머니 '마코토'. 목욕탕을 운영하는 남자 '오토메'와 그의 아들 '진', 세츠코의 바를 즐겨찾는 '야마노하'. 영화는, 이들의 소소한 일상의 반복을 스케치해낸다.



영화 속 인물들은 매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가고 가끔씩 마주칠 때면 인사를 나눈다. 보다 가까워진 그들은 함께 간식이나 식사를 나눠먹으며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고 또 들어준다. 특히, 세츠코와 마코토의 가치관이 영화의 주 메시지를 함축한다.



"조금 천천히 살아도, 매일이 똑같아도 지금 이대로 괜찮아." 느리고, 반복되는 삶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메시지다. 성급하든 느리든, 욕심이 크든 작든지의 여부를 떠나 내일의 해는 반드시 뜬다. 원치 않아도 다음날은 온다. 따라서, 일과 돈 등에 치여 너무 피곤하게 살아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영화는, '너무 많은 고민을 갖지 말라'고도 말한다. 어차피 고민하든 그렇지 않든간에, 그 생각 자체가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걸 받아들이기. 너무 많은 고민으로 자신을 옭아매지 말라는 것. '토닥토닥' 위로가 되는 한마디다.


하지만, 이 느림과 반복되는 삶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드러나지만, '하츠미'와 '진'이 그들이다. 그들은 현재의 삶에 불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생활에서 언젠간 질릴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하츠미는 이곳에 터를 잡은 듯 하지만, 진은 앞날을 어디에서 보내야 할지 갈등 중이다.


교토 특유의 한적함이 영화 전반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타카코의 말처럼 '커피와 거리의 냄새가 좋은 느낌'을 준다. 특히, 벚꽃이 아름다운 계절인 봄의 교토는 더욱 아름답다.


영화에는 오기가미 나오코 사단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고바야시 사토미, 카세 료, 이치카와 미카코, 모타이 마사코, 미츠이시 켄. 이들의 '변함없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욕 없이, 소소한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변함없는 연기는, 마치 그들 실생활도 그러할 것 같은 예상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이런 쉼과 여유가 주 메시지인 영화들을 '이상적'이라는 이유로 꺼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의 무게와 속도에 지친 이들에게는 <마더 워터> 같은 영화가 위로 요소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느리고 소박한 영화. '물 흐르듯한 삶'을 그린 부드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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