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대부분의 주인공은 여성들이다. 하지만 개중에 남성이 주인공인 에세이가 두 권 있다.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와 <내 누나>. 이 두 작품 속 주인공은 남성이다. 좀처럼 느껴볼 수 없는 (상대적인) 남성미를 확인할 수 있는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를 다시 읽었다.
주인공은 서점 직원으로 근무하는 서른 둘의 '쓰치다'다. 그는 존재감이 크지 않아, 별명까지 쓰치다다. 게다가 연애에까지 서툴다. 솔로 경력 6년차인 그는, 데이트에 영~ 서툴다. 따라서, 고급 레스토랑을 들러본 경험이 부족하다. 푸아그라 한 번 먹어보지 못한 그는 '내 결혼식에는 반드시 푸아그라를 내놓겠다!'라는 귀여운 발상까지 한다.
특별히 즐거운 일 없이, 서점과 집을 오가는 다소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다소 재미없는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는 쓰치다이지만, 서점에서 맡은 바 임무 이상의 일까지 솔선수범하여 진행한다. 업무에 열심이인 그다. 쓰치다의 일상을 좇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의 가족사와 직장 동료와의 관계, 연애사들이 두루 다뤄진다. 그리고 서점에서 일하는 캐릭터를 그리기 때문에, 다양한 테마에 대한 책 소개도 동시에 이뤄진다. 그리고 독자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수짱'과의 썸 타는 기운도 책의 마지막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록 남성이 주인공이지만, 필자는 충분히 공감하며 읽었다. 성이 다르지만, 쓰치다처럼 필자 역시 결혼과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문구들이 많아서 고개 끄덕이며 읽는 시간들이 많았다. '오늘 아침 만원전철에서 무인도로 공간이동하고 싶었거든요.' '열심히 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것 같은 이 느낌'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앞서 언급한 '수짱'도 같은 맥락이지만,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에서는 반가운 인물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마스다 미리가 직접 등장하여, 쓰치다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 외 수짱과 친구들도 일러스트 속 행인들로 활약(?)한다. 특히, 마스다 미리와 쓰치다의 대화에서는 마스다 미리의 작가로서의 소망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인상깊었다. 그 소망, 이 책에서 실현된 셈이다.
'저, 만화에서 조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마스다 미리 그대로 만화 속에 들어가 주인공과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자기 만화의 주인공은 자신의 일부지만, 자신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니죠. 그러나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만나보고 싶어져요.'
마스다 미리는, 이 작품에서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자기 자신은 물론, 자신이 구현해낸 캐릭터들과 만나게 된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낀 것은, 남녀 불문하고 일정한 시기가 되면 그에 맞는 고민들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쓰치다가 그랬던 것처럼, 마스다 미리의 다른 작품들 속 캐릭터 모두 미혼의 싱글여성이라면, 결혼과 직업(일)에 대한 고민들에 휩싸인다. 뿐만 아니다. 기혼자들도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한다. 마스다 미리의 책들은, 이러한 '현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캐릭터들은 우리들(독자)에게 힘을 실어준다.
마스다 미리의 책들은 언제나 깊은 공감대를 선사한다. 귀여운 캐릭터들과 특유의 위트있는 대사들은, 마스다 미리가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게 만든 요소들이다. 최근, 그녀의 책을 다시 하나둘씩 읽고 있다. 책의 장점들 중 하나는, 그 자신의 형태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독자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여느 책들보다 필자에겐 마스다 미리의 책들에서 그것을 깊이 느낀다. 마스다 미리의 책들을 읽을 때면 행복하다. 공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안고 있는 그녀의 책, 필자는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