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어느날 내린 비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잠자리에 들기 전, 여느 때였으면 비가 새어들어올까봐 틈 하나 허용하지 않았을 텐데.
오랜만에 세차게 내린 비가 반가웠던지, 창문을 꽤 활짝 열어젖혔다.
빗줄기는 세차게 땅을 때렸다.
실내에 있음에도, 지칠대로 지친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비 내리는 바깥 풍경이 절로 그려졌다.
빗소리는 침묵하던 땅을 깨웠고,
함께 동반한 선선한 바람은 뙤약볕에 찡그렸던 주름들을 달아나게 할 만큼 머리맡을 기분 좋게 스쳤다.
초여름의 비는 마치, 이방인 같다.
무더위와 뙤약볕에 지칠대로 지친 우리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존재.
뿐만 아니라, 고요하게만 느껴왔던 새벽녘 분위기를 흔들어깨우는 과감함까지 지니고 있다.
초여름의 비가 이렇게 기분 좋았던 때는 처음이다.
축 처진 일상에서의 일탈을 경험케 해준 그는 묵었던 피로마저 씻어준 고마운 존재.
다음 비는 언제쯤 내릴까.
마냥 불편하게만 여겨왔던 비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_201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