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세일즈맨>

복수의 칼날


2016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은 <세일즈맨>은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2011년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접한 후,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에 비해 <세일즈맨>은 조금 더 차분해진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인간 본성을 후벼파는 감독의 냉철한 시각과 통찰력은 한층 더 강화됐다. 또한 아쉬가르 파라디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이야기꾼'의 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해내는 데 성공한다.

영화의 시작은 연극 무대에서부터 시작된다. 남편 '에마드'와 아내 '라나'는 연극 배우다. 에마드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도 겸하고 있다. 어느날 이들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살던 집이 붕괴돼 급하게 이사를 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연극 단원의 도움으로 급하게 집을 얻게 된 부부. 하지만 이들이 살게 될 집의 전 세입자가 의심스럽다. 급하게 떠난 전 세입자는 자신의 짐들을 그대로 둔 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할 수 없이 짐들을 밖으로 꺼내둔 채, 새 집에서 적응해나가려던 어느날, 라나는 신분을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극심한 폭력을 당한다. 이에 분노한 에마드는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집에는 도난 흔적은 없고, 돈더미가 놓여 있다. 이 돈더미와 집 앞에 주차된 트럭이 범인을 찾는 결정적인 단서다. 결국 에마드는 범인 찾기에 성공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범인을 찾은 후부터 시작된다. 이때부터 진행되는 상황들은, 에마드와 라나 부부의 무대 위 캐릭터들과 상징적인 대칭을 이룬다.

부부가 배우로 활동하는 연극은,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자본주의 사회 속 한 가장이 자식들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스스로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을 다룬다. 가족을 향한 사랑이 죽음이라는 슬픔으로 변화되기까지의 과정을 아이러니와 잔혹함 그 자체다. 또한 이 상황은 한 가정의 붕괴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얼룩진 비극을 보여준다.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 그리고 그로 인한 폭력의 피해자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 폭력을 또 다른 폭력으로 재현하는 에마드에게는 더 큰 가해에 대한 무게가 부과된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부부에게 벌어진 사건 때문에 이들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바뀐다. 이들 부부에게 남은 것은 폭력으로 인한 고통과 절망, 그리고 허망함이다.

<세일즈맨>은, 한 남자가 일삼은 복수의 재현을 통해 폭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진정한 용서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사회에는 수많은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든 또 다른 폭력과 비극을 초래하는 복수는 정답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재개봉 영화 <샤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