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공포에서 드러난 인간 군상
영화 <더 바>는 밀폐된 공간에서 펼쳐진다.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마드리드 광장의 충격적인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바'에 갇힌 다양한 사람들의 진퇴양난의 상황과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밀도 있게 담아낸 영화.
영화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테러 수준이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순식간에 벌어진 사건에 의해 일면식도 없던 이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이기심을 발휘하고 일쑤다. 유럽을 집어삼킨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를 축약된 공간으로 잘 옮겨낸 이 영화는, 최악의 상황을 위트 있게 표현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상황의 원인도, 흐름도 예측 불가한 상황. 당신이 만약 영화 속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영화 속 캐릭터들은 지극히 욕망적이며 이기적이다. 그 어느 것 하나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는 불안,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인한 이기심, 상황과 타인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직면하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극단적 공포의 순간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집적적으로 표현하는 <더 바>는, 삶과 죽음, 실존과 불확실성, 인간의 본성에 대한 다양한 사색거리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스릴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