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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멜로영화 <박쥐>

박찬욱 영화들 중 단연 최고!



개인적으로 박찬욱 영화들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박쥐>다. 영화는, 인간의 본능과 쾌락에서부터 구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적 요소와 거기에서부터 비롯된 갈등을 총체적으로 다룬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명작들을 만들어낸 박찬욱이지만, <박쥐>에서 방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쥐>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들의 집결체다. 뱀파이어물인 동시에, 가톨릭 신자가 주인공인 종교영화이기도 하다. 살인을 노리는 악의를 지닌 팜므파탈이 등장하는 범죄영화이기도 하고, 뱀파이어와 인간의 종을 뛰어넘는 지독한 멜로 영화이기도 하다. 음울하고 음산한 분위기로 일관되지만, 중간 중간에 위트 있는 대사들로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제공한다. 웃음으로 둔갑된 역설적 메시지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함축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따라서 <박쥐>는 블랙코미디물로도 훌륭한 작품이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상현'은 온 몸에 욕망과 쾌락을 입은 성직자다. 한 마디로 괴물로 전락된 인물이다. 백신 실험자들 500명 중 유일하게 살아돌아온 그를, 신격화하는 사람들로 인해 상현의 욕망은 한층 더 짙어진다. 그 와중에 그의 욕망의 끝을 체험하게 만드는 인물 '태주'를 만나게 된다. 태주는 상현의 옛 친구의 부인이다. 금기를 넘어 사랑에 눈을 뜬 상현은, 섹스는 물론이거니와 절대 금기시했던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의 피를 마셔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절대 살인만은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상현이다. 하지만 그는 사랑 때문에 변해간다.





상현을 변하게 만든 이유는 사랑이다. 사랑 때문에 몸의 욕망에 눈을 떴고, 내적 갈등을 무릅쓰고 최악의 범죄자가 되고 만다. 본능에 눈 먼 나머지, 태주의 목을 물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상현과 태주는 같은 종이 된다. 이때부터 뱀파이어들의 사랑과 욕망이 펼쳐진다.

불멸의 존재가 된 태주의 욕망은 끝이 없다. 이기심으로 가득찬 그녀는 복수와 살인을 서슴없이 해댄다. 그런 태주의 욕망을 제지시키는 인물은 상현이다. '의식 있는 뱀파이어'인 그는 태주의 욕망을 지켜봄으로써 자신이 행한 죄들을 재인식하게 된다. 불멸의 존재인 그들의 목숨이 사라지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햇빛에 노출되는 것. 상현은 태주와 함께 자신들의 죄를 사하기 위해 일출 앞에 나선다.

<박쥐>는 괴물이 된 성직자의 타락 과정을 보여주지만, 그것들을 잠재우는 소재는 지독한 사랑이다. 물론 상현이 겪은 사랑은 모든 신념을 무너뜨린 파멸의 길로 인도했지만, 그만큼 사랑이 강렬한 욕망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사랑 때문에 많은 변화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인생의 판도를 뒤바꿀 정도로 강렬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사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타락된 인물을 그대로 놓아주지 않는다. 스스로 죄를 사함으로써, 새 날의 시작을 알림으로써 마무리된다.





나는 <박쥐>의 최애 장면을 엔딩 신으로 꼽는다. 우리들에게는 희망찬 하루를 알리는 일출이 누군가에게는 생애 마지막 순간에 이르게 만든다는 면도 인상적이었지만, 색다른 속죄 방법을 확인하는 즐거움도 있기 때문이다. 괴기스럽고 음울한 동시에, 섹시하고 로맨틱기도 한 영화. 더불어 다양한 역설과 상징적 코드로 가득하기에 해석하는 재미까지 갖춘 영화 <박쥐>. 박찬욱 영화들 중 베스트로 단언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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