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년 향교에서 만나는 은행나무
가을의 전주한옥마을은 늘 활기로 가득하지만, 몇 걸음만 옮기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돌담 너머로 금빛 차양이 드리워지고, 발밑엔 바스락거리는 은행잎이 카펫처럼 깔린다.
바로 400년 넘은 은행나무가 지키는 전주향교다. 이곳은 단순히 사진 명소가 아니라, 호남 지역 교육의 중심이었던 국립 교육기관의 터전으로, 가을의 정점에서 무료로 그 고요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139에 자리한 전주향교는 11월 초중순이면 두 그루의 거대한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이 장관은 〈구르미 그린 달빛〉, 〈성균관 스캔들〉 등 드라마의 배경이 되며 더욱 유명해졌다.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텨온 나무 아래에서 관광객들은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 노란 잎비를 맞으며 추억을 남긴다.
그러나 전주향교의 진면목은 그 화려한 풍경 뒤에 숨은 깊은 역사에 있다. 고려 공민왕 3년(1354년)에 처음 세워져 여러 차례 이전을 거듭한 끝에 조선 선조 36년(1603년) 지금의 자리에 자리 잡았다.
1992년 사적으로 지정된 이곳은 무려 670년의 역사를 품은 교육의 터전으로, 유학을 가르치고 제례를 올리던 지방의 중심 향교였다.
향교의 중심 건물인 대성전은 공자와 여러 성현의 위패를 모신 제사 공간으로,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 제7호다. 효종 4년(1653년)에 중수된 기록이 있으며, 맞배지붕의 간결한 선이 인상적이다. 학문을 논하던 명륜당과 동재, 서재 등도 함께 남아 있어 조선시대 향교의 전형적인 배치를 보여준다.
입장료는 없으며, 하절기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동절기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월요일은 휴관이지만 공휴일이면 대신 화요일에 쉰다.
주차는 국립무형유산원 무료주차장을 이용하거나, 한벽문화관에서 향교까지 산책하듯 이동하는 것도 좋다. 아침 햇살이 스며드는 시간대, 고요한 돌담길과 금빛 은행잎 사이를 걷다 보면 전주가 가진 진짜 시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