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나를 표현하는 한마디가 적혀있는가?
사회생활을 꽤 하다 보니 내 이름이 걸렸던 명함의 종류도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문뜩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매번 새로운 명함을 바꾸기보단, 아예 평생 쓸 명함을 한 개 만들어볼까?
평생 바뀌지 않을 정보들만을 추려보니 명함에 쓸 수 있는 것이라곤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뿐이었다.
따지고 보니, 정작 수많은 명함이 나를 거쳐갔지만, 결국 그 명함들이 내게 남기고 간 것은 속 빈 껍데기뿐이었다. 회사와 직급이 없다면 명함 속 내 모습도 사라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되었다.
나를 표현하는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가끔씩 한평생을 한 분야에 몸담고 자신의 비석위에 그것을 남기고 가는 분들을 보면, 존경과 부러움 그리고 감히 따라 하기도 두려운 아우라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과학자, 철학자, 음악가, 화가, 시인, 소설가 등이 내가 생각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스타트업이 한창 인기 몰이를 할 때, 나는 사업을 한답시고 무턱대고 법인을 만들고 일을 벌인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는 시작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끝내 남은 것이라곤 다 뿌리지도 못한 그럴싸한 이사직함의 명함뿐이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참 패기가 넘쳤다고도 할 수 있고, 무모했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의 성장통이 지금의 나를 만든 셈이니까. 오히려 더 과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책에서 많은 통찰력을 얻으려 노력할 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받는다 "당신이 가진 진정한 무기는 무엇인가?" 두근거리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답변이 나올 것 같지만, 입으로 표현하기란 쉽지가 않다.
나 자신을 하나의 독립된 기업으로 바라본다면 더 쉬운 답변이 나올 수도 있다. 회사는 유무형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무형 자산 중 브랜드란 상품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또한 기업의 가치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 개인에게 있어서 브랜드란 어떤 문제인가.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가치를 알려주는 가격표일 것이다. 그래서 명함은 지난날의 나의 급여를 대략적으로나마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되었을지도 모른다.
브랜드라는 개념은 20세기에 들어 그 형태나 정의가 조금씩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아직까지도 정확한 정의나 개념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매우 과도기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고 XX브랜드 전략, 브랜드마케팅, 브랜드 디자인 등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브랜딩 혹은 브랜드라는 용어를 어렵지 않게 접목시킨다.
개인을 대표하는 그 가치표현도 브랜드라는 단어로 대체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의 브랜드는 결국 나 자신을 포장하고 제3자에게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브랜드에 대한 고민은 내가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나의 정체성과도 연관 있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브랜드를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브랜드를 평가하는 것은 철저히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브랜드의 표현에는 상대방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며 내가 있어야 할 시장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무리에 속할 것인가? 조금은 냉정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목표로 하는 집단과 시장에 특화되려면 불필요한 관계와 인맥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
내가 누군지 파악하고 정의해야 한다. 회사의 전략 그리고 상품의 마케팅에서도 흔히 하는 실수가 이 부분이다. 나의 강점과 내가 잘하는 부분을 어필하기보다는 나의 단점을 보안하려고 할 때 브랜드의 강점은 평범함이 되어버린다. 나의 약점은 과감히 포기한다. 그리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내가 가진 무형자산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나의 가치관을 유지하고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최근 유수의 기업들이 ESG (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회적 기여란 기업의 본질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잘 나가던 기업들이 경영진의 비리와 각종 부정행위로 몰락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 왔다. 뚜렷하고 투명한(혹은, 올바른) 가치관의 확립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나의 브랜드를 지켜내려면 약간의 손해와 이익을 포기해서라도 지켜야 할 더 중요한 가치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은 위기의 상황에서 나와 내가 만들어 놓은 명성을 지키는 중요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이 거창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필자 역시 이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나름의 경험과 전문가들이 정리해 놓은 책을 읽고 공부하며 나름 정리해 낸 내용이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들에게도 개인의 브랜딩은 차후 이직 또는 독립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짧지만 여러분과 저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에 관한 몇권의 책을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 데이비드 아커의 브랜드 경영 (데이비드 아커 저)
- 포지셔닝 POSITIONING (잭 트라우트 저/ 안진환 번역)
- 광고 불변의 법칙 광고 불변의 법칙 (데이비드 오길비 저/최경남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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