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 실전 마음 챙김: 불편함의 시작을 다루기

"그냥, 늘 그렇죠 뭐"라고 말하는 순간

"요즘 어때? 잘 지내?"

참 평범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왠지 불편합니다. 내 사정을 정말 알고 싶은 것인가? 말하면 달라질까, 차라리 둘러 댈까 하다가 툭 튀어나온 말이,


"그냥, 늘 그렇죠 뭐"입니다.

참 유용하면서도 간결한 말입니다. 어색한 침묵이 잠시 이어집니다.


질문을 한 상대방보다 지금의 제 처지가 더 불편합니다. 불편한 마음의 이유를 알기 어렵기도 하고, 알아도 그 불편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이 찝찝한 기분에서 어서 벗어나고만 싶습니다. 즐거웠던 기억으로 이 기분을 떨쳐내려 하지만, 불편함이 끌어당기는 힘은 마치 지구 중력의 열 배쯤 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누군가의 대답이 '그냥'이라면, 꼬치꼬치 캐묻는 대신 '커피라도 한잔 할까, 아니면, 바람 쐬러 잠깐 나갈까'라고 해주면 더 반가울 때가 있습니다. 단지 불편한 모습을 포함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기를, 그리고 스스로 정리하는 동안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기를 바랄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기를 기다린다. 나를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면서.





감정을 드러내선 안돼, 그건 약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야.


우리는 감정을 드러내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세상은 전쟁터다,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런 곳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약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고, 때로는 사치스러운 일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감정적인 것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자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로 바뀌어버립니다.


우리는 보통 문제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인을 찾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찾아오는 불편함도 많으니까요. 심지어 피할 수 없는 사람이나 일처럼 뾰죡한 대안을 찾기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어쩔 수 없는 감정의 상처들 앞에서 경험하는 무력감, 고개를 돌려 외면하려 해도 쌓여가는 상처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유 없이 우울하고 기분이 처지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극히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비로소 이해됩니다.




그럼, 혼자서만 느끼는 미묘한 '불편함'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툰 방법 1. 억누르기, 싸우기

일단 참아 봅니다. 슬픔, 불안, 무시도 참아 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온몸에 힘을 잔뜩 줍니다. 하지만 애쓰면 애쓸수록 더 불편해집니다. 어느덧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폭발해 버립니다.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자주 하면 더 쉽게 폭발하게 되지만, 그만큼의 후회도 늘어납니다.

서툰 방법 2. 무시하기, 피하기

불편한 감정이 폭발했던 때는 떠올리며 이제는 미리 조심하기 시작합니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하며 안 그런 척 무시해 봅니다. 심지어 나에게 험담하는 사람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일 거야'하며 마음의 상처를 외면하기도 합니다. 대범하고 쿨하다는 주변의 인정에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합니다.


서툰 임시방편으로 당장은 잘 넘어가는 것 같지만, 오래가지 않아 제자리걸음인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우리에게는 불편함을 다루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바로 치료와 예방에 대한 것입니다.

근본적인 대책 1. 감정적 상처 치료하기

AI에게 기분 전환 방법을 물어보면, 가벼운 운동, 장소 바꾸기, 따뜻한 차 한잔이나 음악 듣기, 샤워하기, 영화 보기 등 수많은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합니다. 자연환경에서 걷는 것은 스트레스나 반복적인 걱정을 감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사후 조치에 가깝습니다. 다쳐서 이미 생긴 상처에 바르는 연고와 밴드 같습니다. 물론, 잘 회복하고 나면 전보다는 더 단단해져 있을 겁니다.


근본적인 대책 2. 상처를 예방하는 3 단계

하지만, 놀랍게도 감정의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바로 불편함의 끝이 아니라 그 시작을 다루는 3 단계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단계: 불편함을 알아차리고 멈추기

스파이더맨이 피부로 위험을 감지는 '피터 찌리릿 (Peter Tingle)' 있듯이 우리에게도 이와 비슷한 능력이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아랫배가 묵직해지는 느낌이나, 어깨나 뒷목, 또 어쩌면 혈관이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를 느끼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감정마다 위치가 다를 뿐, 우리에게는 불편함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 불편함을 참거나 무시하는 것 같은 본능적인 반응을 멈추고 나면,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할 여유로운 마음의 공간이 생깁니다.


2단계: 불편함을 메시지로 바라보기

불편함을 문제로 바라보는 대신 몸이 전하는 메시지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좀 더 지혜롭게 대응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몸의 어디에서 긴장감이 일어나는지, 느낌과 생각은 어떠한지, 주변과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막연한 불안과 조바심의 안개가 걷히고 시야가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3단계: 선택의 힘 발휘하기

더 나은 선택을 위해서는 마음을 먼저 안정시켜야 합니다. 몇 차례의 자연스러운 호흡이나 손, 발의 감각에 잠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도움 됩니다. 선택과 행동에 용기가 필요하지만, 실수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조금은 놓입니다. 누구도 완벽하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다음번에는 더 나아지겠다는 의도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라는 실험실에서 좀 더 다양한 선택과 시도를 하는 만큼 성장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친구나 동료들과의 즐겁게 대화하다가 갑자기 명치끝이 간질거리며 불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조바심이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이때 무작정 참거나 무시하는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편함과 잠시 머물러 보는 선택을 해보는 겁니다.


자세가 불편한 건 아닌지, 조바심이 계속되는지, 혼자서 딴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동료들의 표정들도 살펴봅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돌보기 위한 대안들을 찾아봅니다.


기지개를 켜거나,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물 한잔을 떠 올 수도 있습니다. 고민거리를 털어놓거나, 피곤하다며 먼저 자리를 일어날 수도 있겠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그것을 알아야 다음번에 더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


일상의 불편한 대화, 이른 아침 침대에서 나오기 싫은 순간, 막히는 출근길, 우연히 마주한 낯선 사람의 눈빛처럼, 삶에서 마주하는 불편한 순간과 감정들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쌓여만 갑니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넘치고 폭발하기도 합니다.


미루고 외면하는 대신 소중하게 다루기로 선택해 보면 어떨까요? 예상치 못한 많은 선물 같은 순간들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이 번 글은 한 마디로 '불편함과 새로운 관계 맺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편한 감정을 위험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는 것이 바로 선택의 힘입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신호들을 받으며 살지만 단지 알아차리지 못할 뿐입니다. 불편함이 찾아올 때 잠시 멈춰서 그 신호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짧은 연습: 불편함 센서 찾기]

1. 잠시 시간을 내서, 조용한 환경을 만듭니다.
- 몇 차례 천천히 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킵니다.

2. 불편했던 몇 가지 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가능하다면 중간 정도 크기의 불편한 장면들을 선택해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생하게 떠올려 봅니다.
- 감정이 격해질 때는 언제든 멈출 수 있음을 기억합니다.
- 불편함의 순간에 몸과 마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봅니다.
- 몇 가지 순간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몸의 감각이나 생각, 느낌들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만의 센서입니다.

3. 방금 발견한 센서에 이름을 붙여 줍니다.
- 일상의 순간에 센서가 발동하면 잠시 멈추고,
- 알아차림과 선택의 힘을 발휘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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