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 실전 마음챙김: 작심삼일 대처법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감정이야

새해 다짐으로 시작한 아침 해변 달리기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2주일째 계속 달리고 있으니 참 다행입니다. 작심삼일을 넘겼다는 것도 좋지만, 일상에서 느껴지는 '반듯한' 몸의 느낌이 운동을 지속해야 하는 새로운 이유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작할 때는 결코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옮기고 직접 경험하는 과정에서 얻어가는 것은 언제나 놀랍습니다. 움직임이 가진 힘일 겁니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습니다. 오른쪽 발바닥에서 통증이 올라왔거든요. 족저근막염일 것이라 의심됩니다. 모래 위라는 환경과 매일 자극을 주는 상황 때문일 것이라 추측됩니다. 이러다가 수술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걱정들이 끝없이 올라오며 '멈춰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운동에 진심인 조카의 조언이 나를 다시 바로 잡아 주었습니다. 육체적인 운동은 몸이 적응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통증과 괴로움이 따른다, 이것을 지혜롭게 넘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요.


결국, 저는 속도와 강도를 조금 줄여서 몸이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오늘 아침에도 해변 달리기를 했습니다. 하마터면 새해 다짐 하나가 사라질 뻔했습니다.


계속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를 '의지가 아니라 감정'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로운 대처법이 생겨납니다.


진심을 담은 새해 계획이 중간에 멈춰서는 일은 아주 흔합니다. 무리한 목표, 또는 막연한 목표 세우기가 주요 원인이라고 하는데요, 열명 중 한 명 정도는 연말까지 목표를 유지한다고도 보고 되었습니다. (2024, Drive Research) 심지어 그 효과가 몇 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고 하니 무작정 포기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새해 다짐을 연말까지 유지하는 팁!!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라!
적절한 환경 갖추라!
작게 실행하고 보상하라!
진척상황 관리하고 유연하게 조정하라!


전문가들의 조언은 분명하고 또 한결같습니다.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어려울까요?

이번에는 저만의 조금 다른 방법을 넌지시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마음챙김은,
감정을 없애거나 참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이해한 뒤 선택의 폭을 넓히는 연습이다.


아침 해변 달리기에도 유난히 힘든 날이 있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도 부는데 심지어 어저께 늦게 잠든 탓인지 몸도 많이 피곤합니다. 힘이 없고 기분은 마냥 쳐집니다. 이런 상태로 해변을 달리는 것은 위험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내의 출근길 운전 내내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늘도 달리기 하나요?"


아내의 단순한 호기심 덕분에 나는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해변은 늘 생각보다 덜 추웠으며, 가볍게 땀 흘리던 쾌감도 뿌듯한 성취감도 기억해 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달릴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할까 말까'하는 찰나의 순간이 마음챙김이 가장 실용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순간입니다. 잠시 멈춰서 찬찬히 살펴볼 때 우리는 습관적인 반응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으로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흔들릴 때는 잠시 멈추고 살펴보기

우리를 흔드는 것은 언제나 감정입니다. 과학적으로는 외부의 자극과 신체 내부의 신호를 뇌가 해석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예측하는 과정을 감정이라고 설명합니다. 감정이나 기분은 즐겁거나 불편하거나 때로는 중립적인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신체 반응을 동반합니다. 이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예를 들어, 날씨는 추운데 피로까지 쌓여 불안하고 무기력해지면, 몸은 더 무거워지고 '이런 날에 운동은 무슨...' 하면서 침대에 다시 누워버리기도 합니다. 즉각적인 판단과 반응은 반드시 필요한 생존 반응이지만, 삶의 모든 상황을 이런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불합리해 보입니다.


만약 이때, 판단과 반응을 잠시 미루고 현재의 상황을 찬찬히 살펴보면 어땠을까요? 날씨가 춥다고 하니 모자와 장갑, 따뜻한 물을 준비해야지, 오늘은 조금 피곤하니 달리는 거리와 속도를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침대를 벗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일상의 많은 순간에서 반응 속도를 늦추면 좀 더 현명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일수록 찬찬히 살피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경험을 배움의 기회로

배움의 최고 재료는 바로 경험입니다. 복잡한 일이라도 오랫동안 반복하다 보면 더 잘하게 됩니다. 게다가, 배움에 대한 의도를 가지고 경험할 때는 더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는 감정에 대한 반응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불안과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집에서 머무르는 결정만을 반복하면, 우리는 집에 머무르는 것만 더 잘하게 됩니다. 불안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에만 익숙해지는 거죠. 하지만 달리기 하러 밖에 나가는 경험을 하고 나면, 다음번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두 가지 선택권을 가지고 고민하게 될 겁니다.


더 나은 배움을 위해서는 선택과 실행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해서 스스로에게 들려주면 좋습니다. 불안하면 피하거나 마주한다라는 단순한 이야기보다는, 불안 속에 담긴 보살핌의 목소리를 듣고 유연하게 대처한 결과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훨씬 더 깊은 배움으로 이어집니다.


잘 해석되고 정리된 기억은 단순한 반복보다 더 좋은 재료가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정과 기분이 전하려는 메시지

불안과 무기력 같은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힘을 쓰다 보면 놓치게 되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감정들이 진정으로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입니다. '위험해, 얼른 피해야 해'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감기에 걸리지 않게 준비를 철저하게 해 줘'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감정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느껴지는 감정을 좀 더 긴 말로 표현하는 것이 도움 됩니다. 말은 짧을수록 그 의미가 커지고 모호해지는 반면, 길고 구체적일수록 분명해집니다. '불안'이라는 말은 '감기에 대한 걱정'으로, '무기력'이라는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봐 실망스러워'로 표현하고 나면, 그 의미가 좀 더 분명해지면서, 다른 대안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제대로 느끼려면 언제나 몸으로

감정은 몸으로 드러납니다. '불안'과 '무기력'이 몸의 어떤 부위에서 어떻게 느껴지는가?라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명치 부위가 떨릴 수도 있고, 내장 기관이 무겁게 가라앉는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느낌들과 함께 숨을 쉬면서 머물다 보면, 또 다른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느낌이 약해지면서 마음에는 여유가 생겨 느긋하게 운동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불편한 느낌들이 더욱더 커지기만 한다면 '위험'신호로 이해하고 즉시 다른 행동을 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느낌 속에 머무르는 과정에서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여유가 생깁니다.


감정은 단지 감정으로, 느낌은 단지 느낌으로

불편한 감정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나는 왜 내 몸조차 보살피지 못할까' '왜 이리 무책임할까' '나는 왜 이렇게 약할까' 하며, 감정과 자신을 일치시키며, 스스로에게 실망과 비난을 퍼붓기도 합니다.


감정이나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진이 일어나서 정작 힘을 내야 하는 순간에 주저앉아 버리고 맙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감정과 느낌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생각조차도 그저 정신 현상에 불과합니다. 그 어느 것도 '나 자신'과 동일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도적을 기억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감정을 단지 감정으로 바라보고, 그것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과 함께 일어나는 몸에서의 느낌을 알아차리고 그것과 함께 머무는 것이 도움 됩니다.

스스로를 보살펴야 하는 책임

잘 달리다가 넘어지기도 합니다. 저처럼 발바닥에 통증이 올라와서 방법을 바꿔야 할 때도 있습니다. 새해 다짐을 열에 한 명 정도만 끝까지 하는 걸 보면, 중간 과정에 많은 우여곡절이 생긴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나만 왜 이럴까?' 하며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말고 '이 일이 이런 특징이 있구나'하고 성찰하는 것이 도움 됩니다. '참 애쓰고 있구나'하며 스스로를 수용하며 애틋하게 보살필 수도 있게 됩니다.


장거리 경주일수록 끝까지 자신만의 속도로 완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좀 더 긴 호흡을 갖고, 스스로를 보살피며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태도로 끝까지 가야 합니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원하는 결과들이 하나둘 나옵니다.


때로는 멈춰 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멈춰 선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게다가, 바로 옆에서 함께 하는 동지가 있으면 더없이 든든합니다.


스스로 완전히 멈출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닙니다.


[짧은 연습: 감정과 감각 알아차리기]

1. 바로 지금, 휴대폰을 손에서 내려놓고, 감정과 감각을 살펴보겠다고 마음먹습니다.

2.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이 있는가? 하고 궁금해합니다.
-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나요?
- 좀 더 긴 이름을 붙여 보기도 합니다.

3. 감정이 몸의 어느 부위에서 느껴지는가? 하고 궁금해합니다.
- 머리에서 발까지, 몸 전체를 살펴보면 좋습니다.
- 가능하다면, 천천히 호흡하며 감각 속으로 들어가 머물러 봅니다.

4. 감정과 감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 점점 작아지든 커지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 감정은 감정일 뿐이고, 감각은 감각일 뿐입니다.

5. 지금 이 순간 가장 바람직한 행동이나 태도를 선택해서 실행합니다.


이 연습은 잘 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알아차렸다면, 그걸로 이미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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