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된 성추행과 여성 비하 발언에 노출되어 온 현지 여직원의 이야기 속에
존엄성은 자기 결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허수아비로 만들거나 조정함으로써 존엄성을 빼앗는 다면 존엄성의 상실은 자기 결정의 상실과도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복종하여 나의 존엄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거나 하는 것도
나 자신에 대한 결정권을 잃어버린 것을 뜻합니다. -자기 결정권 by페터 비에리-
인도네시아 출장 이튿날 저녁 자리에서
나는 한국에서부터 떨쳐버릴 수 없던 나의 의심들을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로 꺼내 들었다.
그녀는 나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얼음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나 또한 오랜 시간 이 대화를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나눌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그녀는 지난 2년간 있어왔던 수많은 기분 나쁜 흔적들의 시작과 그 일부를 이야기했다.
처음엔 다수가 참석한 회의 중에 상사의 손이 자신의 허벅지에 자연스럽게 올라온 것에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었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 이후에도 벌어진 일에 대해 스스로 완벽한 자각에 이르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고 본인의 연인과도 고민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렇게 성추행과 여성 비하적 행동들은 가속화되었고, 그 정도 또한 깊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사직서를 낸 이후에도 그녀는 성추행 상대가
상사로써 그 사직서를 처리해 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가해자는 퇴사의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며,
"나의 행동 때문이면 인사부에 신고를 해라.. 돈이 문제라면 내가 월세도 내주겠다.. "
등의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오만함에 이르기까지 한 태도에서 그녀는 더욱 회사 안에서 인사 프로세스를 통해 정의를 구현할 수 없을 것이라 느꼈다.
또한, 아무리 같은 여성이라 하여도 본인의 감정에 모두가 공감해주지 않을 현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는 2주 뒤면 퇴사를 앞두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조용한 퇴사”에 대한 의지를 존중했지만.
우리가 어떻게 의식적으로 회사에서 더 이상 하이힐과 치마를 입지 않게 되었는지,
내가 어째서 화상 카메라를 잘 켜지 않는지,
Why I need to let my work speak before me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과정에는 우리는 인종, 나이, 문화를 막론하고 악인은 존재함을 인지했다.
그리고 우리가 왜 항시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러한 일이 애초에 벌어나지 말아야 하며, 그런 행동과 말이 절대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조직문화를 구성하여야 하지만
개인의 노력을 통해 방어와 대처를 배우는 것 또한 역시 필요한 노력이다.
안타깝게도 나와 그녀 모두 이러한 경험을 하지 않은 여성이 현저히 적을 것이라 추측한다.
따라서, 우리는 항시 여러 상황에서 마주하게 될
시나리오를 한번쯤은 머릿속으로 그려 보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이 상황에 대처할 것인지
마인드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마주한 강력한 당황스러움과 수치심 앞에서 우린 얼어붙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수치심이란 누군가가 원하지 않는 순간에
원하지 않는 만큼 나의 경계선을 침범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이러한 순간들에 NO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선택권,
즉 나 자신에 대한 결정권을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며,
위에서 언급한 나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순간인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거듭 이 일을 통해 그녀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과 대처를 찾아나가길 바랐다.
그녀는 나에게 중년 남성으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 10년 넘게 성장 중인 프로페셔널 여성으로서의 조언은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5가지를 꼽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이는 지극히 사적인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1. 마인드 트레이닝 -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여러 상황과 이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시나리오를 떠올려 보라
2. 캐릭터 분석과 인지 - 보통은 그리고 특히 직장 내에서 갑작스러운 추행이나 폭행 사건은 흔하지 않으리라 본다. 그리고 가해자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내 주변의 사람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가 자신의 사생활을 너무 과시한다면(TMI) 또는 결혼생활을 자꾸 폄하한다면.
이유 없이 자주 나를 1:1 상황으로 불러들인다면.
그저 공감받기 위해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있으니 육감을 곤두세우고 그 내용의 일관성과 의도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3. Do not close the door - 외국계 회사에선 이미 흔한 문화지만 이성과 일대일로 ‘closed door’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회의실이나 개인사무실의 문을 꼭 열어두거나 초대된 자리에 제3자를 동행시킨다.
4. 비언어적 소통 - 말보다 더 큰 파동은 비언어적 소통에서 오기도 한다.
그 누구에게도 내가 ”약자“ 또는 ”초식동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말라.
나 또한 많은 곳에서 C / C-1 level까지도 만나 뵙지만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는다 (더 이상은). 대신 눈을 맞추고 악수를 청한다.
미팅 중에 상대가 팔짱을 끼고 이야기하면 나도 똑같이 행동을 미러링 하며 경청한다.
나의 조직도 클라이언트도 나의 서포트와 의견을 듣고 싶어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는 사회적으로 그들에게 아랫사람이 아니다.
5. 언어적 소통 - 무례함을 듣고 함께 어색하게 웃어 보내지 말라.
시니어 매니저와 남자동료가 현지에 가족 하나
해외에 “또 다른 가족”을 만들면 어떠냐는 농담을 던질 때,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한다
“Do not endorse such culture here.”
나의 외모를 표현하고 칭찬할 때, “Thanks but let my work speak and Iet’s refrain from such comment.”라고 답했다.
마지막 사례는 약간의 시니시즘이 섞인 것이니..
나의 무례를 용서하길.
지속적으로 여성 직원들의 외형에 대해
이야기해 온 시니어 매니저가
어느 날은 특정 클라이언트를 기억하기 위해
그가 키가 컸는지 몸이 다부진지 물어볼 때
이때다 싶어 “As you said, given my height, I guess everyone is relevantly tall. But you are all a middle-aged man to me, so can’t easily tell by such descriptions” 이라며 비꼬아준 적이 있다.
가끔은 거울치료가 답이기도 하다.
그대가 iron face와 강심장을 가졌다면..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정답은 아니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존엄성 그리고 자기 결정권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한 번쯤은 고민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