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내가 만난 첫 마케터였네

뭐든 잘 갖다 붙이는 엉뚱한 마케터의 세상 읽기 #1

by And yet

사십이 훌쩍 넘기고 나니

몸이 먼저 계절을 눈치챈다.


해는 떴는데 빛이 얇고,

바람도 없는데 괜히 어깨가 으스스한 느낌이다.


감기는 아니야. 이쯤되면

감기는 아니라 확신한다.

하지만 회의를 미루기위해 쓰는 용어는 있다.

'감기 기운'


약을 먹을 정도까진 아닌데

기분도, 몸도 조금 느려진다.


그런 날은 여지없이 할머니가 생각난다.


늘 콜록콜록 훌쩍훌쩍.

할머니는

아픈 무릎에 파쓰를 붙여가면서도

감기 달고사는 다 큰 손녀를

육교 건너에있는 소아과병원에 매일이다시피

업고 다니셨다.

"할머니 손은 약손, 니 배는 똥배"

할머니 손으로 배를 문지르면 꼬이는 것 같던

배고 고요해지고

할머니가 달여주는 생강 도라지차 한잔이면

기침도 가라앉고 스스르 어느새 잠이든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건 하나의 ‘설득’? 플라시보?


“다 괜찮아질 거야.”


문득 뜬금없이, 요즘 내가하는, 마케팅이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누군가는 효과가 먼저라고 하는데,

우리는

믿음을 설계하는게 먼저라고 이야기한다.


그게 곧 플라시보다.

그리고 브랜드도, 때론

그런 플라시보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내게 생강차를 끓여주던 그 손은,

즉각적 효능’을 기대하기보다는

‘경험’과 '감상'을 설계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후후. 그런 면에서 보니

우리 할머니는 내가 만난

첫 마케터, 설득력이 좋은 신뢰가 가는 마케터셨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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