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 백만 스물한 가지

by And yet

끝없이 튀어나오는 의욕과 무력감의 반복..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생각을 떠올린다. 지금 당장 가고 싶은 여행지, 배워보고 싶은 언어, 시작해보고 싶은 프로젝트, 사보고 싶은 책과 LP까지. 목록을 적다 보면 꼭 끝말잇기처럼 이어진다. "이걸 하면 저것도 해야지"라는 식으로 꼬리를 물며, 결국 종이에 적힌 건 ‘하고 싶은 것 백만 스물한 가지’. 사실은 하나도 제대로 시작 못했는데, 머릿속은 언제나 벅차다.

욕망은 풍경이 된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건 게으름의 반대말일지도 모른다. 아직 닿지 못한 세계를 그려보는 상상력,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래를 향한 손짓. 그게 꼭 실행으로 옮겨지지 않아도, 이 욕망들은 내 일상의 풍경을 만든다.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언젠가 저곳을 날아갈 수 있을까?” 상상하는 순간, 내 마음은 이미 떠나 있다.

실행하지 못해도 괜찮은 이유
우리는 종종 ‘시작하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닐까. 기회가 오면 붙잡을 수 있는 준비된 마음, 아직 호기심이 꺼지지 않았다는 사실. 그래서 나는 내 안의 ‘백만 스물한 가지’를 다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 자체로 이미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에너지니까.

내일을 향한 작은 출발
물론, 언젠가는 그 긴 목록 중 하나를 조용히 꺼내어 실행해보고 싶다. 아주 작게라도. 언어 공부를 하루 5분 시작한다거나, 여행지를 위한 정보 검색을 한 줄 적는다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은 것을 실행하는 순간, ‘백만 스물한 가지’는 더 이상 허망한 욕망이 아니라 내 삶의 구체적인 풍경으로 변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무런 계획이 없는 스페인 여행 회화책을 사고,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카페에 가입을 한다. 그냥 공상에서 끝나도 좋다. 중요한 건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 백만 스물한 가지를 가슴에 품고만 사는 사람이 아니라, 뭐라도 꿈쩍 움직이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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