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정돈하는 가장 은밀하고 개인적인 방식, 향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
가볍게 스치는 오렌지향이나 캔디 같은 향이 있다면
그날의 피로가 잠깐 접힌다.
귀가라는 행위에 작은 여운이 생긴달까.
향은 때로 ‘괜찮아’라는 인사를 대신한다.
향은 단지 취향이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정돈하고 싶은가에 대한 태도다.
그리고 그 태도는 나를 위한 것이면서,
이 공간을 함께할 누군가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거실엔 블랙베리 향을 둔다.
약간 어둡고 차분하지만
햇살과 섞이면 은근히 달콤해진다.
그래서 오전 11시의 공기와 잘 어울린다.
방 안엔 밤쉘을 은은히 눌러뒀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적당히 고요한 향.
창문을 살짝 열면 바람이 향을 데려가기도 한다.
욕실은 늘 청결하지만
귀가 후엔 불가리처럼 묵직한 향을 한 겹 뿌려둔다.
샤워 전에 마주하는 그 향이
하루를 정리하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보이지 않지만,
공기를 타고 흐르는 이 향들은
공간에 질서를 만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다.
아, 오늘도 나는 내 공간을 이용해 나 자신을 잘 존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