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강연 내용 중에서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된 동영상이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뻔한 내용으로 치부해 그냥 지나칠 법도 했는데 그날따라 왠지 그 사람이 열정적으로 강연하는 모습과 내용이 인상 깊게 뇌리에 꽂혔습니다. 바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성공하게 된 이유'라는 강연 내용이었죠. 인상적이었던 강연의 일부를 발췌하면 이렇습니다.
성공한 사람에게 왜 사업을 시작했는지 물어보면 거창하게 얘기하는데 자신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퇴직 후 재취업이 안되니깐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만약 재취업이 되었다면 사업은 안 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왜 죽을둥살둥 일을 하느냐는 물음에는 망하면 큰일 나니깐 안 망하려고 그랬다고 합니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이왕 시작했으니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또 돈을 많이 벌면 돈을 쓰게 되는데 그것도 금방 질린다고. 그다음에는 좀 더 큰 꿈을 꾸는데 나라에 민족에 도움이 되는 꿈을 꾸게 된다고 합니다. 그다음엔 어려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고 말이죠.
왜 갑자기 그의 강연이 뇌리에 꽂혔던 걸까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고 영웅담으로 각색한 여느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와는 달리 여과 없이 토해내는 그의 솔직 담백한 성공 스토리가 묵직한 돌직구처럼 나의 마음 한켠에 내려 꽂혔던 것 같습니다.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이었다고 할까요. 의식적이고 체계적인 성공에 대한 인위적 노력보다 상황의 맥락적 흐름에 맞춰 온 힘을 기울인 결과가 오늘에 이르렀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세간에서 회자되는 성공의 핵심 키워드인 원대한 꿈과 목표 설정, 실행력, 부자의 생각과 습관 가지기, 독서와 부단한 자기 계발, 끊임없는 쇄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애기,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윈-윈 하는 생각하기, 좋은 인간관계와 멘토 만들기, 갓생 살기, 심지어 끌어당김의 법칙 등 숨 막히는 여느 성공 키워드들과는 판연히 달랐던 것이죠.
물론 그가 강연에서 말한 성공의 핵심 키워드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절박함'이었습니다. 《서정진, 미래를 건 승부사》라는 책에서 그는 흙수저 출신이고 SKY도 졸업하지 않았고 전공과도 무관한 사업에 도전하게 된 것은 바로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절박한 사람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잘못되었으면 다시 되돌아가면서 자신이 성공할 때까지 가진 모든 것을 바쳐 본능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절박하면 인생의 배수진을 치게 되고 도망갈 구멍이 없으니 어떻게든 사업에 올인하고 사업을 키우게 된다고 말합니다. 흙수저라서 힘들다고 탓하기 전에 자신이 가진 절박함이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충분히 고민해 본다면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물론 겸손한 그의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직관과 통찰력, 분석력과 의사결정력, 선택과 집중, 실행력과 추진력, 문제 해결 능력, 혁신, 팀워크 등 다양한 측면의 핵심 성공 요인(critical success factor, CSF)들이 있었을 겁니다. 직장 재직 시절 그는 대우자동차의 중역을 맡아 김우중 회장에게 인정을 받을 정도로 남다른 업무 능력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대적인 운도 따랐을 것이고 그로 인한 시의적절한 투자도 그의 성공 신화에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성공 요인들 중에서도 절박함을 성공의 핵심 키워드로 언급한 것은 성공에 목말라하며 인위적으로 만들고 다듬어진 성공 방정식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추종하는 현세대들에게 성공에 관한 간결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원대한 목표나 포부를 반드시 가질 필요도, 또 그것을 실행한다고 의식적인 노력과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주어진 삶의 악조건을 탓하거나 불평할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필요한 것은 상황이 좋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또 그것을 향해 절박하게 이루려고 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가용한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부어 정면돌파를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또 그것을 이루고 나면 그다음 단계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결핍을 느끼고 그 갭을 메우기 위한 열정과 절박함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어쩌면 이런 간결한 성공 방정식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일찍부터 성공을 꿈꾸고 성공에 목말라하며 '갓생 살기'에 도전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갓생 살기'는 '갓(God·신)과 인생(人生)을 합한 신조어로, 하루하루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아내는 삶을 의미하며 특정한 목표를 정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코로나19 기간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들자 자신에게 집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습니다. 목표를 세워 이를 꼬박 실천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활력을 얻는 것이 핵심으로 근면성실의 키워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네이버시사상식사전)
이와 병행해 최근 MZ 직장인들 사이에서 성공의 키워드로 퍼스널 브랜딩이란 용어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느 세대보다 성공을 향한 자기 계발에 힘을 쏟는 그들에게 있어 퍼스널 브랜딩은 선택이 아니라 '갓생'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하는 중입니다. 원래 브랜드(Brand)는 사업자가 자신의 상품을 경쟁업체와 구별하기 위해 만든 인식표인데 브랜드 네임이나 심벌 또는 로고, 슬로건이나 캐릭터 등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브랜딩(Branding)은 이런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을 말하는 것이죠.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은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이나 매력, 가치나 재능을 브랜드화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여 남들과 차별화를 도모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렇듯 퍼스널 브랜딩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유튜브나 인스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등 1인 미디어의 확산으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제작해 퍼스널 브랜딩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자신만의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소위 인플루언서만 되면 팔로워를 기반으로 엄청난 마케팅 수익창출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퍼스널 브랜딩은 불확실한 삶 속에서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바로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고 자신만의 장점과 취향을 발견해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브런치 글쓰기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안정적인 수익 파이프라인 창출을 통해 경제적 독립을 앞당기려는 'N잡러' 열풍도 여전히 식지 않고 있습니다.
'갓생 살기' 이전에는 '미라클모닝(miracle morning)'이란 개념도 한때 주목을 받았습니다. 생업과 가사노동 등의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른 아침에 일어나 누구의 간섭과 방해도 받지 않고 독서, 운동, 명상, 어학·자격증·재테크 공부 등 생활 루틴을 만들어 자신만의 시간을 가치 있게 활용함으로써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미라클모닝, #미라클모닝챌린지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미라클모닝을 참여하고 독려하는 유저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도 직장을 다닐 때 '미라클모닝'과 유사한 개념인 '아침형 인간'이란 책을 감명 깊게 읽은 후 그 내용들을 온몸으로 실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생업으로 부족한 시간을 스스로의 성장과 성공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을 했는데 뭔가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희열감과 뿌듯함을 자주 느꼈습니다. 바쁘고 분주하게 살아가는 것이 삶의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빡빡한 루틴은 마치 밀린 숙제처럼 삶의 압박감을 가중시켰고 조금이라도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누리려고 하면 죄의식마저 느껴졌습니다.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삶의 텐션과 피로도를 높였고 급기야는 번아웃으로 이어져 회사생활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즘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삶의 무게를 진 채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아직 삶의 항로조차 정하지 못했는데 온갖 미디어 채널을 통해 성공에 관한 정보들이 여과 없이 전달되면서 사회생활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SNS 채널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가 홍수처럼 넘칩니다. 그리고 성공의 비결을 알려주겠다고 유혹하는 값비싼 전자책과 전문가들의 강연들도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파이어족'의 개념이 등장하면서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를 조기에 획득하려는 움직임도 강하게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연애, 취업, 결혼, 육아, 집 장만 등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는데 부푼 마음은 스스로 동기부여로 무장한 채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과 계층의 벽은 너무나 높습니다. 매일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 도서관으로, 일터로 분주하게 서두르는데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갓생 살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직장에서 어떤 동료나 친구는 N잡러로서, 어떤 동료는 주식이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로서, 어떤 동료는 유튜브나 블로그 등의 운영자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을 목도하기도 합니다. 어떤 동료는 학위 취득이나 자격증 획득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고, 어떤 동료는 독서나 취미 활동 모임 참석하며, 어떤 동료는 퇴근 후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퍼스널 브랜딩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다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당장 한걸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주변을 보면 전 속력을 다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계속 뒤처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뭐라도 당장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도태될 것만 같습니다. SNS를 통해 엿보는 타인의 삶은 너무나 행복하고 부러워 보입니다. 나는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건지 대체 알 수 없습니다. 목표를 세워서 또 다른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조급함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안감과 조급함은 계속해서 자신의 어깨 위에 무거운 짐들을 쌓아 올립니다.
우리는 살면서 모두들 성공하기를 원합니다. 성공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내뱉지만 성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도대체 성공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모든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일까요? 성공의 사전적 의미는 '원하는 바를 이룸'을 의미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해서 마쳐본 모든 경험들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표 체중 감량을 달성한 것도, 마라톤을 완주한 것도, 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것도, 직장에서 10년이란 만근을 달성한 것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야 오늘 드디어 똥 쌌어"
"성공했네!!!"
오랜 기간 변비로 고생하다 시원하게 숙변을 배출한 것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성공이란 것은 거창한 뭔가를 이루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정에서 소소하게 원하는 바를 이룬 것들을 아우르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삶의 여정은 무수히 많은 성공의 조각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병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큰 성공의 조각들도 필요하지만 그 틈새를 메우기 위해서는 모래와 같은 작은 성공의 조각들이 필요한 것이죠.
성공이란 것은 개인마다 원하는 바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간에서 자주 회자되는 성공의 의미는 이와 달리 사회적으로 금전, 지위, 명성, 권력 등 타인의 시선 또는 타인과의 비교 우위적 삶의 관점에서 언급되는 성공을 의미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공하고 싶어도 성공에 이르는 여정이 험난하고 성공과의 갭이 너무 커 시작도 하기 전에 성공에 대한 도전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금전, 지위, 명성, 권력 등을 갖더라도 더 높은 곳을 지향하고픈 욕망 때문에 여전히 허기를 느끼며 계속해서 성공 지향적 삶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성공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하는 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바로 작은 성공 경험입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고교시절 야구선수였는데 연습 중 동료의 야구 배트에 얼굴을 정통으로 강타당하는 큰 사고를 당한 후 걸을 수조차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절망의 순간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들을 찾아 그것을 반복해서 이루는 방법으로 6개월 만에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6년 후에는 대학 최고 남자 선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작은 성공 경험들이 모여 삶의 항로를 바꾸었고, 많은 작은 성공 경험들이 더 큰 성공 경험으로 이어진 것이죠.
하지만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구체적이고 원대한 목표의 중요성에 대해서 얘기를 합니다. 미국의 작가이자 성공학자인 나폴레온 힐은 성공의 첫 번째 단계는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목표가 뚜렷하다면 그것을 향해 노력하고 힘을 기울일 수가 있으며 목표가 없이 살 경우 성쥐감 없는 일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목표를 구체화시켰다면 그다음에는 글로 써서 반복해서 일고 시각화를 한다면 더욱 쉽게 성공에 이른다고 조언합니다. 다음 단계는 목표 실행을 위한 사소한 습관과 루틴을 만들어 환경설정을 함으로써 작은 성공 경험을 만들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게끔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목표가 없다고 성공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구체적인 삶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끊임없이 실행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들이 사회적 성공이라고 부를만한 결과물이 없음을 볼 때 목표 부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주변에 우리가 부러워할만한 지위나 재력을 갖춘 분들 중에서도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거나 그 목표에 대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습니다. 그들 말을 빌리면 현재를 충실하게 살면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의 결과가 현재에 이르렀다는 겸손한 말을 하더군요.
요즘 성공에 관한 각종 마인드셋과 구체적 실행 방법에 관한 책과 동영상 강연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그 순간은 격하게 공감을 하지만 막상 실행을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하기도 전에 체한 것처럼 성공에 대한 피로감과 무력감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이 성공을 가르는 척도라고 말합니다. 특히 끌어당김의 법칙을 강조하는 화자들은 베스트셀러 저자들의 성공 스토리를 사례로 들며 우리들도 그렇게 따라 하기를 종용합니다. 마치 성공의 모든 열쇠가 그 법칙에 달려 있는 것처럼 말이죠.
원대한 목표를 세워 꾸준하게 노력하고 성취하는 갓생 살기의 여정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주어진 삶의 환경 속에서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맞춰 최선의 선택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삶의 태도가 어쩌면 우리에게 있어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성공에 이르는 방법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목표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삶의 한계선과 경계선을 스스로 정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니깐요. 다만 서정진 회장의 말처럼 어떤 일을 시작하든 두려움 없이 실행하고, 또한 그 일을 해내고 말겠다는 '절박함'은 꼭 필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제가 요즘 들어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파스칼이 말한 '인간의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비롯한다'는 경구입니다. 당장이라고 바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분주하게 어떤 일에 몰두함으로써 자신이 뭔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의미 있게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경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고요한 장소에 머물면서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남자 축구 대표팀이 2:1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날 선발 출전한 파리 생제르맹 FC 미더필더로 뛰고 있는 이강인선수는 22세의 나이로 병역 혜택을 받게 돼 군대 걱정 없이 유럽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어 더욱 기쁜 날이었고 동료들의 축하 인사도 여기저기서 쏟아졌습니다.
경기 후 이강인선수의 인터뷰에서 한 기자가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것 같은데"라며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이강인 선수는 "별생각 없어요. 앞으로도 항상 지금 해왔는 거처럼 최선을 다할 것이고, 해외에서 대한민국 선수를 대표해서 매 최선을 다해 매 경기를 준비하고 항상 좋은 축구 선수,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항상 증명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다소 기대에 어긋난 답변을 했습니다. 이 말에 몇몇 기자들이 웃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자신을 찾는 일은 고독하고 외로운 여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허망한지, 공허한 존재인지, 또한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스스로 깨닫는 것이 어쩌면 성공보다 더 중요한 삶의 여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퇴근하신다면 잠시 동안만이라도 성공에 대한 집착을 버리시고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시면서 앞으로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을 버텨낼 수 있으니깐요. 성공과 행복은 어쩌면 자신의 집 처마 밑에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