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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Aug 13. 2024

식당 창업 1년 후 얻은 소소한 깨달음

뼈와 영혼을 갈아 넣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어느 정도 회사 짬밥을 먹은 직장인이라면 상사의 무자비한 갑질과 은밀한 괴롭힘, 수시로 던져지는 과중한 업무, 사내정치가 능한 빌런과 피곤한 인간관계, 불공정한 인사와 업무평가 등 분노가 치미는 상황과 맞닥뜨릴 때 그간 가슴에만 품어왔던 출사표(?)를 꺼내 미운 상사 얼굴 위로 확 던진 후 "당신 그 따위로 비굴하게 살지 마!!!"라고 고함치며 회사문을 박차고 당당하게 나오는 상상을 한 번쯤은 했을 겁니다. 


반복되는 업무에 대한 지루함과 염증이 찾아들 때면 그간 쌓여왔던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신체적·정신적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번아웃 증후군, 즉 직장 권태기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퇴사나 이직을 진중하게 고민할 때죠. 하지만 직접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왜냐하면 직장 안은 전쟁터지만 직장 밖은 지옥인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죠.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퇴직자들과의 만남에서도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는 어김없이 흘러나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고단한 직장생활 속에서도 매달 통장에 찍히는 월급만큼 삶의 안정감을 주는 것은 없다며 준비 없는 퇴사를 적극 만류합니다. 하지만 한번 마음속에 지핀 퇴직의 불씨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때마침 내 마음을 어떻게 아는지 유튜브, 인스타, 틱톡 등 각종 SNS의 알고리즘은 자영업자들의 대박 성공 스토리를 연신 업로드해서 보여줍니다. 


영상들은 한결같이 트래픽 파이터(Traffic Fighter, 직장에 매여 살면서 자신의 일은 싫어하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의 삶을 중단하고 빨리 자신만의 사업 도전을 통해 삶의 레벨업을 해보라며 독촉합니다. 장사의 노하우와 비결을 전부 알려줘도 그중 1퍼센트조차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없다며 마치 나도 그런 부류가 아니냐며 조롱합니다. 직장에서는 워크홀릭으로 불릴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돌아오는 보상이라곤 좋은 평가와 기대치보다 낮은 연봉뿐. 임원은커녕 부장 달기도 빠듯한데 그마저도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회사의 퇴직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이 영상의 내용과 오버랩되면서 불씨는 바람을 타고 더욱 커져만 갑니다. 


대박은 아니라 중박 정도만 쳐도 지금의 박봉 정도는 충분히 커버하고 남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한 번은 퇴사를 결심해야 하는데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에너지가 넘칠 때 하는 편이 낮지 않을까 라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해봅니다. 만약 첫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시간적 여유와 신체적 에너지가 어느 정도 남아 있을 테니깐요. 현재로선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합니다. 무모한 근자감이 충만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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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부장님의 다급한 호출 소리가 들립니다. "네, 부장님. 이동하겠습니다." 이내 전쟁터로 돌아와 전투태세를 갖춥니다. 역시 난 아직 가족 돌봄이라는 핑계로 여전히 상위 1퍼센트의 실행가가 될 수 없나 봅니다. 


출처 : Pixabay


위의 얘기는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과 직장생활에 대해 일탈을 꿈꾸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실 예전 저의 얘기이기도 했습니다. 저도 한때 직장인이었을 때 나름 남부럽지 않은 직위에 있었고 승승장구한다는 얘길 듣고 있었는데도 가슴 한켠에는 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 대한 갈증이 컸습니다. 직장인이 아닌 사업가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벌여놓은 것도 많았고 자녀들도 어렸기 때문에 직장을 박차고 나갈 용기는 없었습니다. 요즘처럼 N잡을 할 수 있을 시간적, 마음의 여유는 더더욱 없었죠. 하지만 50대 대기업 퇴직을 한 이후 잠시동안 글 쓴다는 핑계로 일 년간 백수로 지내다 음식점 프랜차이즈 대표를 하고 계신 옛 직장 상사를 만난 후 의도치 않게 식당 창업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식당 창업을 한 지 벌써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그런데 식당 창업 시장에 뛰어든 후 저라는 인간이 사업가로서가 아닌 직장생활, 즉 단체생활에 최적화된 유형의 인간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오랜 기간 직장에서의 삶이 제 몸에 체득화되어 있었던 것이죠. 자영업의 경우 사장인 제가 직접 발로 뛰거나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업종인데 어느덧 제 몸은 타인에게 일을 부여하고 지시하고 컨트롤하는 데 익숙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기업 퇴직 후 무모한 근자감으로 도전했던 일 년 간의 식당 창업은 저라는 한 개인을 바깥 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었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괏값은 한 마디로 완전 '꽝'이었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식당 창업은 입지 선정부터 계약 진행, 비용 마련, 인력 채용, 홍보부터 식재료 발주와 관리, 재료 손질, 비용 정산, 식당 내부의 유지 보수까지 제가 직접 챙기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시스템이었습니다. 28년 간 직장에서의 풍부한 업무 경력과 능력은 한 마디로 무용지물이었죠.


무엇보다 뼈와 영혼을 갈아 넣었는데도 매출은 기대 이하였고 창업 때 함께 했던 세 분의 이모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식당을 나가신 후 그분들의 역할과 업무들은 온전히 남은 가족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주방을 전담한 저도, 홀을 관리한 아내도 업무 과부하 현상이 나타났죠. 하지만 고되고 힘든 만큼 호되게 자영업 성장통을 치른 이후에는 어느덧 자영업인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식당을 차린 지가 1년 2개월 차가 되었습니다. 고되고 힘들었지만 시간도 참 빨리 흘렀네요. 잠시 시간을 할애해 일 년 간의 식당을 운영한 저의 소소한 느낌과 깨달음을 이 글을 통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내용은 별 것 없지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갈증이 계신 분들에게 소소한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족이지만 이 글은 자영업 경험이 전무한 초보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작성한 글이므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글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식당 창업을 한 후 얻은 첫 번째 깨달음은 자영업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분석이 전혀 안된 상태에서 막연하게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직장생활을 할 때처럼 단순히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무모한 근자감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먼저 국세청에서 발표한 자영업자 통계 자료를 통해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년도 폐업을 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숫자가 역대 최대인 100만 명에 달했다는 뉴스는 언론매체를 통해 다들 들으셨을 겁니다. 정확하게 폐업한 자영업자들의 숫자는 98만 6,000명입니다. 


자영업의 무덤이 된 코로나19 기간에도 80만 명대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사업 부진이 폐업의 절반 사유였고,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음식·소매·서비스업에서 70퍼센트 가량 폐업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영업자들의 실제 월평균 소득이 162만 원이라는 것입니다. 그중 80퍼센트 이상이 수입에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며 39개월이 지나면 폐업을 한다고 합니다.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4인 가족이라면 빚으로 연명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월 천만 원 이상을 버는 자영업자는 2.5퍼센트뿐이라는 겁니다. 2.5퍼센트라는 것은 공부로 따지면 학생 100명 중 최소 3등 안에 들어야 한다는 뜻이죠. 한 마디로 내신 1등급이란 말입니다. 학생 때도 못했던 것을 자영업 세계에서 할 수 있을까요. 자영업은 절대 만만한 게임이 아니란 뜻입니다. 그런데 상위 2.5퍼센트의 성공한 자영업자들도 최소한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그 자리에 올라왔다는 것이 더 큰 함정입니다. 저는 이러한 자영업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로 시장에 뛰어들었던 것이죠. 


제가 하면 뭔가 다르고 또 열심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상위 그룹에 속할 줄 알았던 착각이 저의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저처럼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50대 예비 창업 퇴직자분들께서는 이러한 자영업자들의 소득 팩트(fact)를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 의사결정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자칫 잘못하면 얼마 남지 않은 짐보따리마저 빼앗길 수 있으니깐요. 



두 번째,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너무 맹신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의 최대 장점은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창업 초기부터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식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무할 때 특히 유용합니다. 본사가 알아서  식당의 입지와 상권분석부터 시작해 식당의 간판과 인테리어, 집기와 비품, 포스와 조리 매뉴얼 교육, 식자재 공급, 오픈 지원은 물론 식당 홍보와 광고까지 대행해 주기 때문에 창업 절차와 운영이 매우 간편합니다. 


장고(長考) 끝에 한 가지 프랜차이즈 업종을 선택했다면 대부분의 예비 창업자들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현상이 일어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는 적극적으로 찾으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부함으로써 외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경향성을 말합니다. 누가 뭐래도 앞으로 꽃길을 걸을 날만 있을 것이라는 프랜차이즈 본사 담당자의 달콤한 말을 맹신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요식업 경험이 전무하더라도 본사에서 주관하는 조리 교육만 며칠 수료하면 인건비가 높고 퇴사와 잦은 이직으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는 주방장을 대신해 남편은 주방을, 아내는 홀을 관리하면서 부족한 시간대에만 단기 알바를 채용해 운영한다면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어느 정도 소득은 가져갈 수 있다는 담당자의 말에 귀가 솔깃해집니다. 확증편향을 더욱 가중시키는 본사의 액션이 한 가지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개설 상담 시에 전국에서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 입지의 식당을 보여주면서 본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앞으로 꽃길만 걸을 날만 있을 것이라고. 지금 당장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된다고 말할 때입니다. 


하지만 오픈을 해보면 저절로 알게 됩니다. 소위 오픈빨(?)이란 달콤한 거품이 꺼지면 현타가 온다는 것을 말이죠. 본사를 원망해도 소용없습니다. 오픈 후 버티고 살아남는 것은 오롯이 점주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줄기 시작하면 어떨까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이모들과 단기 알바들을 내보내야 합니다. 남는 일들은 남은 자들의 몫이 됩니다. 업무에 대한 과부하가 걸리면서 반찬을 비롯해 음식의 품질과 맛, 홀 서빙 및 친절서비스에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굳게 다짐을 해도 매출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매출이 부진한 날은 심각한 자기반성이 시작됩니다. 상권분석, 식당의 입지 선정부터 원인 분석을 하기 시작합니다. 식당의 입지를 잘못 선택한 것 같습니다. 상권에 맞는 업종 및 메뉴의 선정도 애초에 잘못되었고, 맛의 품질과 일관성, 그리고 재료의 신선도까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인근 경쟁업체 상황이 궁금해집니다. 불안한 마음에 동네 상권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우리 식당 빼고 다른 곳은 다 장사가 잘 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런 날은 불면증까지 생기죠. 밤새도록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지만 정신은 더 또렷해집니다. 


출처 : Pixabay


확증편향을 피하기 위한 저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상식(common sense)'을 의도적으로 탑재시키는 것입니다. 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거나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이는 보편타당한 지식과 판단력'입니다. 상식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기본적인 사회규범과 예절에서 비롯된 말로 자주 쓰이기도 합니다. 


제가 왜 상식을 말할까요?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볼 때 프랜차이즈 본사의 말을 있는 그대로 맹신하는 것만큼 비상식적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박이 날 것이라든지 매출을 보장해 준다든지 하는 말들도 상식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만약 대박이 날 것 같으면 제일 먼저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먼저 권했을 것이고 빚을 내더라도 직영체제로 가는 것이 상식일 겁니다. 


만약 희망회로가 작동하고 확증편향이 아닐까 의심된다면 그때부터는 상식을 의식적으로 장착하시기 바랍니다. 확신이 생길 때 오히려 의심하고 그럴수록 자신의 손품과 발품을 팔아 직접 프랜차이즈 가맹점 점주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정말 본사 담당자의 말처럼 꽃길만 걸을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본사 담당자의 말의 반만 믿고 반은 반드시 팩트(fact) 체크를 들어가라는 말입니다. 인생2막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만큼은 꼭 상식이란 친구를 항상 데리고 다니시길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세 번째, 식당 창업 전 자신이 식당 운영에 적합한 지를 사전에 체크하는 과정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그 일에 적성이 있는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일을 오랜 기간 감내할 수 있는지, 심지어 즐길 수 있는 것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들이 바로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체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련 업종에 가서 단기 알바나 계약직으로 최소한 3개월 이상 근무를 해보는 것입니다. 최소한 이 정도의 과정을 거쳐야 인생2막의 중대한 결정을 올바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식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해도 본사에서 주관하는 며칠짜리 교육만 받으면 충분하게 맛을 구현할 수 있다고. 조리매뉴얼과 레시피를 제공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는 본사 담당자의 말은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됩니다. 식당 창업 후 제가 직접 주방장 역할을 하다 보니 일관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리에 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숙달이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많은 고객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주문할 경우 수많은 메뉴를 순차적으로, 일관된 맛을 유지하면서 조리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족이지만 식당 운영에 가장 중요한 인력은 바로 주방장입니다. 문제는 고임금에다 주방장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맛과 품질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 술 먹고 출근을 안 하거나 심지어 아무 말 없이 잠적할 경우 식당의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장이 주방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없다면 요식업 자체에 발을 내딛지 않는 편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출처 : Pixabay


네 번째, 상권 분석과 입지, 업종과 메뉴 선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일 년 간 식당을 운영해 보니 위치와 관계없이 대박을 치는 맛집이 아닌 이상 가장 중요한 창업 요소는 바로 식당이 들어서는 입지란 생각이 듭니다. 상권을 분석할 때 상권분석 어플들을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손품과 발품을 직접 팔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해당 상권의 식당들을 세밀하게 관찰해 그곳을 이용하는 타깃 고객들의 유형을 직접 카운팅 하고 체크함으로써 자신이 하려는 업종의 메뉴와 일치하는 지를 육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현재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현재 운영 중인 식당을 선정할 때 고려했던 것들은 '지하철 입구와 도보 170m로 가깝다', '유명 맛집과 인접해 있어 낙수 및 홍보 효과가 클 것이다', '대형평수로 인테리어 투자가 적게 들어갈 것이다', '도로 맞은편에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진행 중이니 추후 잠재고객이 풍부할 것이다', 무엇보다 '제가 살고 있는 집과 불과 횡단보도만 건너면 도착할 수 있다'는 비본질적인 것들이 입지 선정의 결정 요인들이었습니다. 아전인수적 관점이었던 것이죠.  


가장 본질적인 배후 상권과 수요, 도보 고객 접근성, 유동인구, 타깃고객층(중장년층) 여부 등에 대한 시장 조사를 실질적이고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선정한 상권의 경우 밥집 상권이 아닌 술집상권이었고 타깃고객층이 중장년층이 아닌 MZ세대의 젊은 고객층이 주를 이뤘습니다. 무엇보다 배후 세대인 단독주택 및 빌라 등이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건설 경기 위축으로 현재 무기한 중단되어 유동고객 또한 현저하게 줄어든 상황이었습니다. 


도로 맞은편 대단지 아파트 상권 고객들의 경우 왕복 16차선이라는 대로를 건너야 한다는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큰 장벽으로 작용해 고객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인근 유명 맛집이 있었지만 그 식당이 있는 라인까지가 고객들이 즐겨 찾는 마지노선이었습니다. 기대했던 낙수효과와 홍보 효과는 거의 없었죠. 결론적으로 상권분석과 입지 선정을 할 때는 절대 자의적이고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상권 분석을 하지 마시고 손품과 발품을 팔아 배후수요, 유동고객, 타깃고객층 등 가장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상권 분석을 꼼꼼하고 세밀하게 진행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다섯 번째, 마케팅 및 홍보의 중요성입니다. 대박 맛집의 경우 저절로 입소문이 나서 손님을 줄을 서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적극적 마케팅이나 홍보를 통해 손님들을 끌어 모아야만 합니다. 요즘은 예전처럼 전단지나 현수막 등 오프라인 홍보보다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SNS를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 마케팅이 홍보의 메인 수단으로 완전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음식점들이 활용하는 SNS 마케팅 채널은 인스타그램입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소비자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나 릴스(동영상)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은 후 방문을 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식당 창업 초기에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식당 운영에 관한 제반적인 사항들을 챙기느라 마케팅 및 홍보의 중요성을 소홀히 여겼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쉴 새 없이 울리는 식당 홍보 전문업체들의 무차별적 전화 소음도 홍보에 대한 거부감을 증폭시키는 데 한몫했습니다. 게다가 18년 대박 맛집 외길인생을 걸어온 제 절친이 "초반에 효과도 없는 식당 홍보에 돈을 쓰기보다는 우선 음식의 맛과 품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히려 바이럴(구전)에 효과적이다"라며 요식업 선배로 제게 한 조언도 영향을 미쳤죠. 


문제는 오픈빨이 끝나 거품이 빠지면서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객수가 줄면서 매출이 쭉쭉 떨어지자 넓은 식당 안이 텅텅 비기 시작했고 식당 안에 손님이 없자 신규 고객 유입도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죠. 무엇보다 음식의 회전율이 저하되면서 식재료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식재료의 품질도 악화되자 폐기량도 증가하였고 수익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식재료가 버리기 아까워 가끔은 손님상에 그대로 내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망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결과적으로 오픈빨이 끝나기 전에 적극적인 식당 홍보를 진행하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블로그 체험단의 경우 업체를 통하지 말고 '리뷰 노트'라는 어플을 활용하시면 신청한 블로거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블로거들을 직접 선택해서 진행할 수 있으니 한 번쯤은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네이버 플레이스와 당근을 활용해 업체 등록을 한 후 새소식 쓰기나 비즈니스 프로필 광고를 하는 것도 꽤나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 동영상 편집 능력이 있다면 쇼츠나 릴스 등의 숏폼을 만들어 계정에 올리는 것도 도움이 되며 자신이 없을 때는 대행업체를 통한 유료 홍보도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출처 : Pixabay


다섯 번째, 초보 창업자라면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50대 퇴직자의 경우 청년들보다는 꽤 많은 돈을 벌어놨을 겁니다. 자영업은 하고 싶은데 여태 살아왔던 내 이미지도 있고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이왕이면 이름 있는 프랜차이즈 창업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이때를 조심해야 합니다. 인생2막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남은 짐보따리마저 빼앗기지 않은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초보  창업자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은 곳이 바로 자영업 시장입니다. 통계를 보더라도 5년 내 폐업률이 80퍼센트에 육박한다고 하니 이쯤이면 창업하면 거의 망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이런데도 거액을 투자해 창업을 한다면 스스로 자살골을 넣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영업 중 식당 창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도 매우 치열합니다. 한해 장사가 잘되더라도 이듬해 경쟁점이 들어오면 매출이 반토막 나는 것은 순식간이죠. 유행하는 아이템을 쫓는 것도 매우 위험합니다. 유행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고 또한 젊은 세대들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경향'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영업 시장에 도전장을 내신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최소한의 투자금으로 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소액을 투자하더라도 창업 비용은 절대 적지 않습니다. 식당 권리금을 비롯해 보증금, 식당 인테리어 및 외부간판, 설비 및 집기, 식재료 및 소모품, 인건비, 임대료, 고정비(전기/수도/가스/CCTV/화재보험/인터넷/POS/집기렌탈/세무기장 등), 변동비(유지/보수), 배달료, 홍보 및 마케팅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비용들이 통장에서 새어 나갑니다. 이 많은 비용을 감당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죠. 무엇보다 세금(부가세/종합소득세)의 경우 수익이 전무한데도 부과되는 경우도 다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깐요. 새가 빠지게 일해서 남 좋은 일 시키는 게 어쩌면 자영업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창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최소한의 투자금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권리금과 임대료의 경우 적을수록 창업 리스크를 확 낮출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현재 높은 임대료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현재 건물주만 좋은 일을 시키고 있습니다. 참고로 창업에 도전할 때 부부 창업보다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한 사람은 다른 곳에서 급여를 받는 편이 행여 발생할 수 있는 창업 리스크를 헷지 할 수 있으니 이 점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창업 후 매출이 기대이상으로 잘 나온다면 그때 가서 부부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출처 : Pixabay


여섯 번째. 창업 아이템을 올바르게 선정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창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 가장 실수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선정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자칫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아이템일 확률이 높아집니다. 아이템을 선정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불황기에도 끄떡없으며 고객들의 니즈가 항상 존재하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왕이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아이템이어야 하고 제조사에게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은 아이템이면 더욱 좋습니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은 아이템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창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고 불황기에도 견딜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예상과 달리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제가 선정한 아이템도 많은 외부 요인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외식이 현격히 줄어들었고 외식을 하더라도 가장 가성비가 좋은 고깃집으로 손님들이 몰렸습니다. 무엇보다 소비 여력이 가장 높은 중장년층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그들이 선호하는 아이템까지 소비가 줄어든 것이 매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만든 음식의 맛과 품질이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요. 


추가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선정한 아이템이 기대이하의 성적이 나온다면 너무 고집하지 마시고 가급적 빠른 시간에 고객 니즈에 맞는 맞춤화된 아이템으로의 피보팅(pivoting, 전환)을 하시길 제안드립니다.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저는 최근 고객 선호도가 떨어진 메뉴(동태찜)를 과감하게 폐지하고 고객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메뉴(고등어+제육볶음)로 피보팅을 단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객 반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건강식이지만 일반 가정에서 요리할 때 비린내와 온 집안에 발생하는 냄새와 연기로 주부들이 요리하길 꺼린다는 단점 때문에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메뉴가 고등어구입니다. 아울러 생선구이를 선호하지 않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제육볶음을 고등어구이와 세트로 묶어 내놓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고객 반응이 좋습니다. 


식당을 창업할 때 선정한 메뉴를 바꾸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니즈를 생각하고 또한 투자된 매몰비용을 고려한다면 메뉴 변경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도 추가 메뉴를 운영할 때 일정금액의 레시피 전수금을 지불했습니다. 



일곱 번째, 부부 창업을 원하신다면 부부 창업에 대한 장단점을 미리 알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직원을 채용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주어진 시간과 임금에 비례해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부 창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아닌 책임감 있는 식당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사장이 두 명이란 뜻입니다. 물론 단점들도 존재합니다. 요식업의 특성상 해야 할 일들이 시간대별로 정해져 있고 많은 사람들을 응대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노동의 강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 자칫 실수하면 부부끼리 예의를 벗어나거나 소홀히 대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서로가 고생하는 모습에 애잔하고 측은한 감정이 들 때가 많습니다. 다른 측면도 보게 됩니다. 창업 이전에는 오랜시간 한 공간에서 함께 한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서로 알지 못했던 모습들이 식당을 하면서 보게 되는 순간들이 생깁니다. 상대방에 대한 낯설고 생소한 모습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때로는 이러한 점들 때문에 실망을 하거나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부부에 대한 신뢰와 존중의 태도입니다. 행여 컨트롤이 안 될 때는 깊은 숨을 내쉰 후 침묵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영업시간이 끝난 후 가볍게 맥주 한잔 하면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자주 필요합니다. 


일을 할 때는 부부사이라도 서로간의 역할 분담과 책임 영역도 조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 공백이 생기거나 한쪽이 과다하게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필요시 상대방에게 업무 지시룰 해야 때도 있고 업무에 대한 역할과 영역을 재분장 할 필요도 있으며 소통과 갈등에 대한 조율 과정도 필요합니다. 식당 또한 직장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입니다. 왜냐하면 나 아니면 일을 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덟 번째, 창업에 도전하고는 싶은데 막상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무인카페나 아이스크림 등 무인사업에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 무인사업의 수익이 꽤나 짭짤하고 본인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다면 무인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겁니다. 이후에 사업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겨 요식업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면 이전 사업의 경험이 꽤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추가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시설업종에 대한 투자가 많다고 생각할 경우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출구전략, 즉 양도양수가 잘되는 식당을 선정하시길 조언드립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권리금 회수는커녕 철수비용까지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기 때 주도적으로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던 1,2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퇴직과 그들의 인생2막의 삶들이 세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퇴직 후 이전에 화려했던 직함·명함이 없어지면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이 시작되고 인생2막 권토중래를 꿈꾸지만 재취업은 쉽지 않은 게 작금의 그들의 현실입니다. 논높이를 낮춘다고 노력해도 결과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나도 한번 사업이나 해볼까 하는 가벼운 생각과 타인의 시선을 고려해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 시장으로 눈을 돌려 창업 시장에 뛰어들지만 인생2막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퇴직 후 낯설지만 막연하게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우선 남은 인생2막의 시간 동안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에 대한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시간부터 가지셨으면 합니다. 과거에는 한 번도 진지하게 해보지 않았던 질문들일 겁니다. 이런 질문들을 통해 해야 할 것은 앞으로 주어질 후반부 삶에 대한 새로운 역할과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전의 모든 직함과 명함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비워야 새로운 것들을 온전히 채울 수 있기 때문이죠.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외롭다고 느껴 동굴에 숨기보다는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삶의 새로운 자극들을 만들고 채워 넣는 시간들도 꽤나 많이 필요합니다. 그 여정에서 때로는 자신을 새로운 방향과 시각으로 이끌어줄 인생의 멘토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란 한자 '인(人)'을 보면 두 개의 획이 서로 비스듬히 등을 기대고 있는 모습이란 것을 익히 들어 알고 계실 겁니다. 결국 사람은 서로 기대고 있으며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인생2막의 중요한 기로에서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실 생각이라면 가급적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지마! 이유는 묻지 말고 하지 말라면 제발 하지마!!!"


제 우둔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랜만에 글을 끄적여 봅니다.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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