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삶을 좌우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직업의 선택'이다. 평생직장은 없지만 평생직업은 있다. 우리 속담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젊었을 때 어떤 직업과 기술을 가지느냐'에 따라 평생의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 예전 부모님 세대에서 생각하는 직업에 대한 삶의 모법답안은 오늘날 더 이상 정답이 아니게 되었다.
은퇴시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 중의 하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직무와 역할이 퇴직 후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자영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친구들을 그다지 부러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은퇴 시기가 다가오니 '내가 여태껏 뭘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지금이라도 다시 삶의 시곗바늘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당당하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장의 급여나 복리후생보다는 훗날 미래의 내 삶에서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그런 기술이나 나만의 전문화되고 특화된 콘텐츠를 장착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이 정말 필요하다고 말이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첫 단추를 잘 끼우라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급여 총액에만 매몰되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내가 아는 직원 중에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대학을 나오고도 잠시 발을 담근 아르바이트 경험이 그의 직업을 선택하도록 만든 경우를 적지 않게 목도했다. 아르바이트도 신중해서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 그 아르바이트가 첫 단추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화적 자본'이란 말이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브로디외가 가난이 대물림되는 이유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경제적 원인 이외 다른 이유가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자녀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기회를 부모가 주기 때문에 부유함도 대물림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엄친아'라는 말처럼 요즘은 부잣집 가정이 화목하고,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마련해 주고, 아이와 대화하면서 충분한 교양과 삶의 지혜를 들려주기도 하고, 부모들이 행동으로 실행하는 것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자녀들에게 '문화적 자본'을 많이 만들어주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요즘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수저론'과도 밀접한 용어인 것 같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라고 어릴 때부터 들으며 자랐던 우리 세대는 말이 씨가 된다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간혹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을 사업을 하지 말고 직장에 들어가서 착실하게 일하고, 가정을 꾸리기를 바랐다. 어려운 시절을 견뎌냈던 부모들에게는 그게 정답이고 모범답안이었을 것이다. 요즘 말로는 '서행 차선'의 삶인 것이다.
물론 내가 살아온 삶을 후회하거나 자책하는 것은 아니다. 다니고 있던 직장 덕분에 지금의 삶을 누리고 있음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퇴직을 하게 될 것이고, 그다음 여정에 대해서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퇴직 후에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경력과 노하우는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만약 다시 인생을 '리셋(reset)'할 수 있다면 나는 아마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갈 것이다.
굳게 닫힌 취업문과 경기 악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로 지금의 청년 세대들은 IMF 때보다도 더 혹독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라고 하는 것 또한 모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첫 단추가 인생을 좌우하듯이 사회 초년생일수록 평생의 업을 할 수 있는 그런 일자리를 구하라고 말하고 싶다.
'Foot in the door'라는 말이 있다. '문 안쪽의 발'이라는 뜻인데 일반적으로는 '첫 발을 들이다'는 의미다. 세일즈에서는 '문전 걸치기 전략'이라고도 한다. 예전 방문판매가 주축을 이루던 시절에 세일즈맨들의 가장 큰 관심은 고객의 집 문을 열게 하는 것이었다. 만약 잠재 고객이 문을 열었을 때 한 발을 열린 문 안쪽으로 걸치면 바로 문을 닫지 못하니 그때부터 본격적인 판매 대화의 물꼬가 터지고, 세일즈 성공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요즘은 이 말은 '첫 발을 내딛는 거야'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사회 초년생 때 어떤 일자리에 발을 걸치느냐에 따라 인생의 직업운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Foot in the door'는 중요한 용어다.
아직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이 매우 유행하던 때가 있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거론되는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역대급 저서로 그 당시를 사는 청소년들에게는 필독서처럼 읽히곤 했다. 직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직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이 유효하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많은 직업의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거나 되기를 희망하는 직업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면 우리나라에는 도대체 몇 가지의 직업이 있을까?
2020년 5월 한국 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한국 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에서 보면 직업의 종류는 총 16,891개가 등재되었으며, 2012년에 비해 5,236개가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새롭게 등재된 270개 신생 직업은 4차 산업혁명 등 과학기술 발전, 고령화 등 인구학적 변화, 전문화 등 사회환경 변화, 정부 정책 등 제도 변화에 따른 직업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의 30,654개(10년), 일본 17,209(11년)에 비해서는 적지만 선진국이고 산업이 발달할수록 직업의 수는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체 고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고교생의 절반가량이 선택한 직업의 수는 고작 19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전체 고교생의 90%가 선택한 직업도 113개 직업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고교생들이 되고 싶은 직업은 무엇일까? 교사, 의사, 공무원, 사업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건축설계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유치원 교사, 회사원, 경영인, 간호사, 디자이너, 컴퓨터 관련 직업, 경찰, 한의사, 치과의사, 호텔 지배인, 방송 PD, 직업군인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우리들이 흔히 TV나 영화를 통해 접하는 직업들이 우리들이 생각하고, 되고 싶은 직업의 준거점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교훈은 우리는 아직도 너무 많이 직업의 종류를 모른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직업이 있는 거야?
그러면 나머지 직업들은 도대체 무엇이고, 누가 그런 일들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청년들은 평생 업을 계속할 수 있는 전문직이 되기를 희망한다. '사짜'라고 불리는 전문직은 어려운 취업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없고, 자격증을 통한 안정적인 소득이 가능하며, 본인만 열심히 하면 평생 동안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리처드 서스킨드의 《전문직의 미래》를 보면 전문직 또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예전만큼 '사짜' 직업의 위상과 명성도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공급이 늘어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직의 업무 자체가 상당 부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한국 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발달로 빅데이터 전문가, 블록체인 개발자, 인공지능 엔지니어, 드론 조종사, 디지털 문화재 복원 전문가 등이 새로 나타났으며, 고령화·저출산·1인 가구 등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라 유품 정리사, 애완동물행동교정사, 애완동물 장의사, 수납정리원, 임신육아 출산 코치 등이 새로운 직업으로 등록됐다고 한다. 소비자 요구 강화·안전 강화·스트레스 증가·체험활동 증가 등의 사회변화로 모유수유 전문가, 범죄피해자 상담원, 산림치유지도사, 주거복지사, 게임 번역사, 스포츠심리상담사, 직업체험 매니저 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사회변화와 맞물린 정부의 정책 지원 등으로 사회적 경제 활동가, 지속가능 경영전문가, 창업 기획자, 도시재생 코디네이터, 농촌관광 플래너, 교육농장 운영자 등이 등재됐다고 한다.
2020년 초 세계경제포럼에서 내놓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는 2020년을 전후해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등을 활용한 자동화 물결로 인간이 갖고 있는 직무가 대체된다고 예측하는 만큼 인간 지능이 인간 직무를 대체하는 속도 역시 세간의 예상을 뛰어남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회계사, 의사, 약사, 기타 다른 전문직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지능과 로봇도 대체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람만 할 수 있는 환대(hopitality), 관리(management), 창의성(creativity) 업무로 인간만이 특화된 영역이다.
환대 능력은 비언어적 의사소통과 공감 능력을 말한다. 관리 능력은 재무관리, 자재관리, 인력관리, 프로젝트 관리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관리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직원들의 심리적 상담을 할 수 있는 마음관리(mind management)와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성장관리(growth management) 능력이 요구된다. 다음 창의성의 경우 조직 구성원의 지식과 지혜를 촉진하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관리 능력과 조직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10년 후에도 변치 않을 그런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흙수저로 태어나고, 문화적 자본도 없는 청춘들은 어떻게 해야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평생의 업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서 가는 것이다. 장사도 포화된 시장(red ocean)보다는 틈새시장(blue ocean)을 선택해야 생존할 확률이 높아진다. 만약 '레드 오션'에 뛰어든다면 기존의 시장 판도나 트렌드를 바꿀만한 자신만의 특화된 생존기술을 장착해야 한다. 기존의 업종에서 고객이 불편해하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그 무언가를 말이다. 진입장벽이 높게 만들 수 있으면 더욱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10년 후에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 같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이것에 대한 나의 대답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들을 찾아라"라고 말을 했다. 우리는 항상 미래의 유망 직업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세상의 트렌드가 빛의 속도로 바뀌는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무질서가 판치는 시대에 오히려 향후 삼십 년간 바뀌지 않는 그런 직업을 찾는 것이 더 쉬운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미래의 유망한 직업만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미래의 불확성을 고려할 때 그것을 찾은 혜안을 갖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그런 직업을 찾는 것이 오히려 효율성과 효과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그럼 어떤 직업을 찾는 것이 좋은 좋을까?
첫 번째, 블루칼라 직업을 찾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기계가 반복적으로 할 수 없는 그런 업무를 많다. 예를 들어 배관공, 타일공 등의 블루칼라 업무는 현재 해외에서도 고연봉의 직업이기도 하고, 향후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다. 그러니 블루칼라 업무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찾아보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 설정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두 번째,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 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내 둘째 자형은 30년 전 중소기업의 경리로 입사를 했는데 그 당시 부모님들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자형은 지금 회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역이 되었고, 특히 자금관리가 중요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재가 되었다. 연봉도 무려 대기업의 임원 정도의 수준을 받고 있다. 예순이 다되어가는데도 심지어 다른 중소기업에서 러브콜도 있다고 해서 매우 놀랐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당장은 급여나 복리후생이 적을 수는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만의 특화된 업무 영역을 구축할 기회가 많아진다.
세 번째,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직업들이 막상 구직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농수산물 시장의 경매사도, 특장차를 모는 기사도, 잡은 물고기를 파는 직업 낚시꾼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 직업사전에 등재된 16,891개라는 직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알아봐야 한다. 전문적 기술이 없더라도 분명 노력과 열정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마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찾다가 본인의 적성에 맞거나 하고 싶은 직업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때부터 제대로 환경설정을 하면 된다. 문을 두드리면 열린다는 사실은 반드시 기억하자.
네 번째, 삶의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폐지를 줍는 노인들조차도 모두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으며, 죽을 때 자기가 번 돈을 다 못쓰고 간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자. 신체적, 심리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조차도 생계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운전만 할 수 있어도 평생을 먹고살 수가 있다. 경제적·사회적 신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먹고살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자신감을 제일 먼저 회복해야 한다. 그러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고를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 말하고 나니 그렇게 건질만한 내용은 없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간절한 마음에서 내가 경험하고 아는 이야기들을 짧게나마 정리해 보았다. 요즘은 '뉴칼라' 인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기존의 블루칼라, 화이트칼라와 다른 4차 산업 혁명시대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말한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항상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것에 항상 주목하고 이것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10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나도 매우 궁금해진다. 자세한 직업사전 활용법은 아래 동영상 링크를 확인 바란다.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사전 활용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