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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프란츠 Jul 31. 2024

바람 부는 날


바람이 서성이던 하늘이 빛을 잃었다. 성근 빗줄기가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이 별똥별처럼 사라졌다. 하늘이 슬픔을 게우는 동안 별들은 조용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구름 뒤에 숨은 별들을 부르고 싶었다. 슬픔이 허벅지에 난 종기처럼 가뭇했다.


바람이 불어와 오랜 슬픔을 짜다. 하늘에 대고 쉼 없이 도리깨질을 했다. 딱딱한 겉딱지 날리고 눈물 같은 알갱이다. 처마 끝에 간신히 매달린  떨어다. 찮아, 바람이 말했다. 인가 한 조각씩 죽담 위 디딤돌에 부서다.


어릴 적 엄마 냄새가 났다. 참을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서 일어났다. 바람이 누른 땅 위에 나뭇가지를 꺾어 흩뜨렸다. 바닥 때리는 소리에 개구리와 매미가 의기소침해졌다. 바람이 세상의 낭만 교란시. 나는 자꾸만 울고 싶어졌다.


아이 물오른 까막살이를 블루베리라고 말다. 아이 어떤 맛일지 궁금한 듯 입맛을 다셨다. 아이 손을 놓치지 않으려 꼭 잡다. 어디선가 바람이  내 손을 움켜줬다. 깜짝, 바람이 돌아보며 긋 웃다. 아이가 아닌데도 왜 속이 상했는지. 늘에서 장대비 쏟아다.


움푹 파인 땅이 금세 물웅덩이 되었다. 아이는 보다 앞서 웅덩이를 참방참방 헤집었다. 아이 이리저리 발길질을 다. 물보라가 일다. 속수무책 바짓단 흠뻑 다. 바람 웅덩이에서 발을 굴렀다. 나도 웅덩이에 발을 젖. 바람과 나는 함께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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