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서성이던 하늘이 빛을 잃었다. 성근 빗줄기가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이 별똥별처럼 사라졌다. 하늘이 슬픔을 게우는 동안 별들은 조용했다.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구름 뒤에 숨은 별들을 부르고 싶었다. 슬픔이 허벅지에 난 종기처럼 가뭇했다.
바람이 불어와 오랜 슬픔을 짜냈다. 하늘에 대고 쉼 없이 도리깨질을 했다. 딱딱한 겉딱지를 날리고 눈물 같은 알갱이만 남겼다. 처마 끝에 간신히 매달린 오기가 떨어졌다. 괜찮아, 바람이 말했다. 무엇인가 한 조각씩 죽담 위 디딤돌에서 부서졌다.
어릴 적 엄마 냄새가 났다. 참을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서 일어났다.바람이 누른 땅 위에 나뭇가지를 꺾어 흩뜨렸다. 바닥 때리는 소리에 개구리와 매미가 의기소침해졌다. 바람이 세상의 낭만을 교란시켰다. 나는 자꾸만 울고 싶어졌다.
아이가 물오른 까막살이를 블루베리라고 말했다. 아이는 어떤 맛일지 궁금한 듯 입맛을 다셨다. 아이 손을 놓치지 않으려 꼭 잡았다.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내 손을 움켜줬다. 깜짝, 바람이 돌아보며 방긋 웃었다. 아이가 아닌데도 왜 속이 상했는지.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움푹 파인 땅이 금세 물웅덩이가 되었다. 아이는 나보다 앞서 웅덩이를 참방참방 헤집었다. 아이가 이리저리 발길질을 했다. 물보라가 일었다. 속수무책 바짓단이 흠뻑 젖었다. 바람이 웅덩이에서 발을 굴렀다. 나도 웅덩이에 발을 젖셨다.바람과 나는 함께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