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 브라질의 넓은 농장 vs 예멘의 절벽

“환경이 만든 커피의 두 얼굴”

by 이진무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우리는 흔히 “고소하다”, “산미가 좋다” 같은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 맛이 어떤 땅에서, 어떤 삶을 견디며 태어났는지까지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브라질과 예멘. 이 두 곳의 커피는 맛도 다르고, 생산 방식도 다르며, 무엇보다 풍경 자체가 전혀 다릅니다.


1. 브라질 — 땅이 넓을수록, 커피는 안정된다


브라질의 커피 농장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입니다. 트랙터가 달리고, 기계가 수확하고, 같은 품종의 나무들이 바둑판처럼 정렬되어 있죠.


브라질 커피의 환경은 완만한 고도, 일정한 강수량, 넓고 평평한 농지, 대규모 농장과 기계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환경이 만든 커피의 성격은 분명합니다. 튀지 않지만, 믿을 수 있는 맛이죠.


브라질 커피는 대체로 고소함, 초콜릿, 너트, 부드러운 단맛을 가집니다. 극적인 향보다는 안정적인 균형이 강점이죠. 그래서 브라질 커피는 종종 이렇게 쓰입니다. '블렌드의 중심, 에스프레소 베이스, 누구에게나 무난한 커피'


브라질 원두.jpeg


브라질의 커피는 마치 이런 사람 같습니다. 큰 소리는 내지 않지만, 항상 자리를 지키는 사람. 조용히 있지만, 빠지면 허전한 존재.


2. 예멘 — 사람이 오르지 않으면, 커피도 자랄 수 없는 곳


예멘의 커피 농장은 브라질과 정반대의 풍경을 가집니다. 산이 아니라 절벽입니다. 평지가 아니라 계단식 밭입니다. 기계는 들어갈 수 없고, 사람이 한 발 한 발 올라가야 합니다.


예멘의 환경은 해발 1,800m 이상의 고지에 있고 토양이 척박합니다. 극심하게 건조하고 소규모 농가, 수작업 중심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자란 커피는 자연히 다른 성격을 띱니다. 야생적이고, 거칠고, 그러나 잊히지 않는 맛이죠.


예멘 커피에서는 와인 같은 산미, 건과일, 향신료, 발효된 과일 향, 불규칙하지만 강렬한 개성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어떤 잔은 황홀하고, 어떤 잔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낯설죠. 하지만 한 번 마시면 기억에 남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예멘 농부 염소.jpeg


예멘 커피는 효율보다 이야기를 선택한 커피입니다. 빠르게 대량 생산될 수 없고, 늘 불안정합니다. 그래서 더 인간적입니다.


3. 환경은 맛을 만들고, 맛은 성격이 된다


브라질과 예멘의 차이는 단순히 산지 차이가 아닙니다. 그곳의 땅, 기후, 노동 방식, 삶의 리듬이 그대로 커피에 스며든 결과입니다. 마치 브라질 커피는 매일 곁에 두는 사람과, 예멘 커피는 가끔 떠올리는 잊히지 않는 사람과 닮아 있습니다.


⇒참고로 브라질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커피를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전체 커피 수입량의 약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금액 기준으로도 1위입니다.


우리나라 커피 수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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