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 수마트라의 야생적 향

“왜 호불호가 갈릴까?”

by 이진무

처음 수마트라 커피를 마신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둘 중 하나입니다.

“이게 커피야…?”

“이런 커피는 처음이야.”

누군가는 흙 냄새, 숲의 냄새, 젖은 나무를 말하고, 누군가는 초콜릿, 허브, 짙은 바디감을 말합니다. 같은 커피를 마시고도, 전혀 다른 언어가 튀어나옵니다. 수마트라 커피는 애초에 호불호를 전제로 태어난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1. 수마트라 커피는 왜 이렇게 ‘다를까’


� 지리와 환경

수마트라는 인도네시아 서부에 있는 섬입니다. 이곳의 커피는 보통 해발 1,200~1,600m의 고지대에서 자랍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습도입니다. 연중 높은 습도, 잦은 비, 빽빽한 밀림. 이 환경은 커피 체리를 빨리 말릴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한계가, 수마트라 커피의 정체성을 만들었습니다.


2. ‘길링 바사(Giling Basah)’ — 수마트라만의 방식


수마트라 커피를 이해하려면 이 단어를 알아야 합니다. 길링 바사(Giling Basah). 습식 탈곡, 또는 반건조 상태에서 껍질을 제거하는 커피 가공 방식이에요.


일반적인 워시드나 내추럴과 다르게, 수마트라에서는 아직 수분이 많은 상태에서 껍질을 벗깁니다. 왜 그랬을까요? 말릴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습하고 비가 많은 환경에서, 완전히 말릴 때까지 기다리면 커피는 썩어버립니다. 그래서 생긴 임기응변의 방식.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우리가 말하는 ‘야생적 향’입니다.


⇒ 조금 더 설명하자면 “길링 바사(Giling Basah)”는 인도네시아 커피 특유의 가공 방식으로, ‘젖은 탈곡(wet hulling)’을 뜻합니다. 커피 생두가 아직 수분을 많이 머금은 상태(30~40%)에서 껍질을 벗겨내는 방법으로, 인도네시아 만델링 커피의 독특한 향과 묵직한 바디감을 만들어내는 핵심 공정이죠.


수마트라커피 생두.jpeg


3. 흙, 숲, 약초 — 이 향은 어디서 오는가


수마트라 커피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들 흙내, 이끼, 습한 숲, 허브, 약초, 스파이스.

이건 결함일까요? 아닙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반복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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