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건가?”
피노키오는 발걸음을 멈췄다.
‘가? 말아? 가자니 찝찝하고, 그냥 두자니 양심에 찔리고…’
결국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 사전에, 곤경에 빠진 동물을 보고 그냥 간 적은 없지.
사슴을 먹는 곰은 도와주기 싫지만 어쩌겠어. 나의 운명인걸.”
그러고는 낑낑대며 곰의 덫을 풀기 시작했다.
쇠덫은 꽤 단단했지만, 피노키오는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결국 퍽, 소리와 함께 덫이 열렸다.
다행히 곰의 뼈는 멀쩡했고 살만 조금 파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피노키오가 “후… 살았다.” 하고 바닥에 드러눕자마자,
곰이 갑자기 얼굴 근육을 찡그리며 다가오는 거 아닌가!
“이놈! 피노키오! 뭐라고 했지?
사슴을 먹지 말고 풀을 뜯어 먹으라고?
그게 곰한테 할 소리냐? 너처럼 어르신을 몰라보는 놈은 살아있을 필요가 없지!”
피노키오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꿈쩍할 수 없었다.
피노키오는 억울해서 소리쳤다.
“그리즐! 너는 내가 너를 구해준 걸 벌써 잊었냐?
나는 너를 도와준 사람이야.
은혜를 갚지 못할망정 해치려고 하다니… 천벌을 받을 거야.”
그리즐은 코를 씰룩이며 포효했다.
“크르아아아!! 나, 그리즐이다! 천벌은 무슨, 나한텐 그런 거 안 통해!”
피노키오는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덫에 걸려서 징징댈 땐 언제고, 지금은 허풍이 심하네! 나 진짜 어이없다.”
“뭐라고? 이 녀석! 먼저 머리부터 떼고 말해주마!!”
곰은 이빨을 드러내고 양손(?)을 번쩍 들고 한 발 두 발 피노키오에게 다가왔다.
그때.
“그건 피노키오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낮고 묵직한 목소리. 으르렁거리는 짐승의 기운이 공기를 가르고 다가왔다.
피노키오와 그리즐의 시선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 거대한 늑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늑대가 아니었다. 그는 이곳 들판의 지배자, 늑대 대장이었다.
회색 털은 햇살에 반짝였고, 날카로운 눈은 들판 전체를 꿰뚫는 듯했다.
조용히, 그러나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늑대 대장의 입가에는 날 선 송곳니가 슬쩍 보였고,
그 존재만으로도 공기는 얼어붙었다.
하지만 곰은 씩 웃으며 말했다.
“푸하하! 이거 봐라? 고작 개 한 마리가 이 어르신한테 큰소리치는 거냐?”
그러자 늑대 대장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개 한 마리? 웃기네. 언제 늑대가 혼자 다니는 걸 보았냐?”
바로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 풀숲 여기저기서 늑대가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 마리… 셋… 넷… 결국 일곱!
곰은 그 수를 보고, 입꼬리가 살짝 흔들리더니… 피노키오를 놔두고 뒤로 한 발 물러났다.
“비겁한 짓이야! 수로 밀어붙이는 건, 정정당당하지 못하잖아!”
곰이 외쳤다. 앞발로 흙을 쿡 찔러가며 억울하다는 듯 눈알을 굴렸다.
그러자 늑대 대장이 느긋하게 고개를 돌렸다.
“정정당당? 덫에 걸린 걸 구해줬더니, 힘이 빠진 애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건 정정당당했나 보지?
지금 저 아이를 봐. 너를 구하려다가 기운을 다 빼서 바닥에 찰싹 붙어있잖아.”
곰은 딱히 할 말이 없는 듯 생각에 잠겼다.
곰은 잠시 후 미간을 모으더니 심각한 듯 말했다.
“늑대 형제들. 잠깐만. 내 얘기 좀 들어봐.
그 후에 판단해 줘. 내가 얘를 해치는 게 진짜 잘못인 건지.”
곰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곰이야. 육식 동물이잖아.
단백질을 보충하려면 고기를 먹어야 해.
오늘은 굶주림에 지쳐 들판을 떠돌고 있었어.
근데 마침내 사슴을 발견하고 바로 돌진했지!
그런데 막 사슴을 잡으려는 순간 ‘탁!’하고 덫에 걸리고 말았어.
덫!
못된 사냥꾼이 설치한 거야.
덫에 걸려 죽을 뻔했는데, 이 작은 꼬마가 날 살려줬지.
근데 생각해 봐.
날 다치게 한 것도 인간, 날 살린 것도 인간이야.
그럼 이걸 배은망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숲속에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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