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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디 Oct 20. 2024

디자인 에이전시 대표가 스레드 대시보드를 만드는 이유

퍼스널 브랜딩의 막차를 잡기 위한 몸부림

이 글은 제가 스레드 활동을 하면서 퍼스널 브랜딩을 도울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스토리의 첫번째 에피소드 입니다.


어중간하게 좋았던 시작

저는 2곳의 스타트업을 거쳐 2018년도 말에 '데이터 드리븐 디자인'이라는 디지털 에이전시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내세운 콘셉트는 '디자인과 개발을 동시에 해주는 에이전시'였습니다. 지금은 특이할 게 없지만 당시에는 디자인 스튜디오와 개발 에이전시가 나뉘어 있는 상황이라 시작부터 의뢰가 들어온 프로젝트의 수와 예산이 꽤나 괜찮았습니다.



4년 동안 인하우스 제품의 디자인과 개발을 동시에 병행했던 저에게는 초기 스타트업들이 갖춰야 할 업무 세팅과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업들이 비대면, 온라인화를 시도하는 시기와 맞물려서 내가 일만 제대로 하면 그것보다 좋은 마케팅과 브랜딩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사실 당시에는 SNS를 열심히 하는 디자이너, 에이전시들을 무시하는 쿨병에 걸렸었지만, 최근 2년에 걸쳐 이것이 너무나 잘못된 생각이었구나라는 걸 깨닫습니다.



DDD는 어떤 디자이너 인가??

사실 너무나 아이러니하고 창피한 부분입니다. 5년 동안 다양한 IT조직들의 MVP를 함께 고민하고 만들면서 퍼널이 형성되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전제 조건들을 논의를 해왔었는데.. 왜 스스로에게는 이러한 고민을 게을리했을까요?



저는 항상 디자이너들에게 convergence(융합)적인 사람이 되라고 강조합니다. 기획과 개발 과정사이의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기 위한 방법은 한 번이라도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Generalist is New Specialist


제 철학은 같이 협업하는 클라이언트들에게도 이 시대에 생존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강점과 메시지를 퍼트리는 퍼널이 없었다는 사실을 (시기적인 호황으로 인해) 너무 오랫동안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클라이언트와의 핏이 제가 의도했던 바를 벗어나면서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올해 초부터 여러 마케팅 캠페인들을 테스트해 봤지만 생각보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걸 깨닫고서야 미리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해 놓은 인플런서, 크레이터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Threads: 퍼스널 브랜딩의 막차라고 느껴진 플랫폼


스레드 유저의 페르소나

그러던 중 올해 여름부터 메타의 새로운 소셜 미디어, Threads를 일주일정도 써보니, 본능적으로 새로운 기회가 될 거라는 걸 직감합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예비 크리에이터, 사업자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만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레드에 '수줍은 선비' 같은 전문가들이 많이 유입되었다고 봅니다. 이들은 각자 전문 도메인에서 묵묵히 갈고닦은 내공들이 있지만, 100% 검증되거나 확실하지 않은 의견들을 내비치는데 보수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선척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누가 알아주길 원하지, 영업이나 자랑과는 어울리지 않죠. 하지만 이제 깨달았을 겁니다. 계속 이러다가는 현타가 세게 오겠다는 걸요. 저는 스레드의 2가지 특성이 이러한 '수줍은 선비'들이 '이제 나도 나서야겠는걸!'이라는 다짐을 부추겼다고 봅니다. 


타 플랫폼과의 차이점

첫 번째는 타 플랫폼과 달리, 비주얼적인 후킹을 크게 끌지 않고 글 자체의 매력만으로 큰 트래픽을 얻는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레드는 타 플랫폼에 비해 팔로워 보다 연관 키워드의 알고리즘 노출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두 번째로 정보 소비자 입장에서도, 인스타그램의 검증 안되거나 포장지가 거대한 콘텐츠들에 질려서 넘어온 유저들 또한 대거 유입됩니다. 얻고자 하는 전문성을 신비로움으로 포장하지 않고 직접 전달하는 콘텐츠들이 공감을 삽니다.



솔로프리너, 1인기업, 퍼스널 브랜딩이 내 피드의 빈출 키워드이다


물론 스레드라고 해서 위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글만으로 타깃 오디언스를 설득할 수 있다는 점과 희한하게 유사 도메인 전문가들이 너무 말이 안 되는 콘텐츠들은 서로 교차 검증하려는 일종의 레퍼런스 문화들이 목격된다는 점이 저에게는 큰 메리트로 다가왔습니다.


스레드가 기회라고 느낀 이유

아마 저와 유사한 업종에 있는 마케팅, 브랜딩, AI, 개발 등의 전문가들이 많이 몰리는 것도, 위와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하며 이들은 굉장히 트렌드에 민첩하게 반응하며 서로의 성장을 자극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와중에 신뢰할 만 전문가들의 압축된 인사이트를 빠르게 접하고 싶은 사람들도 스레드의 컨슈머 유저들로 참여하고 있으며, 팔로워가 적어도 이들의 트래픽을 끌어오기 위해 요구되는 쓸데없는 경쟁? 이 타 플랫폼에 비해 적다고 느껴지는 점이 새로운 기회의 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숏폼 글쓰기가 크리에이터에게 의미하는바


그래서 저는 DDD라는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스레드에 들어냈고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스스로를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장점을 타깃 오디언스들의 관심사에 맞추는 일종의 사고실험을 숏폼 글쓰기로 진행하면서 IT 실무자들의 트래픽을 얻고 싶었습니다. 




초반에는 디자이너와 개발이라는 제 전문 영역에 과몰입한 나머지 사람들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의 난이도와 소재 선정에 실패했지만 피드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잘 끄는 글들을 벤치마킹하면서 나름의 팔로워 핏을 맞추고 있습니다.


5개월 동안 총 233개의 잡다한 글들을 써보니

대중들이 관심 있어 하는 현상을 디자이너 입장에서 해석한 글들이 조회수가 높았으며

디자인, 개발자등 다른 직군들의 협업을 소재로 한 글들이 참여율이 높았습니다.



흑백요리사 안성재 셰프의 평가기준을 UX 관점에서 해석한 글이 최대 조회수(12만)를 기록했다. 그 외에 디자이이너들이 불안한 이유, 뉴진스가 특별한 이유를 UX관점에서 적었다.



언뜻 보면 큰 인사이트가 아닐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관점을 일상에서 꾸준히 투영했던 개인적인 노력과 그리고 다년간 디자이너와 타 직군 간의 협업을 도와주었던 경험들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My Threads Insight


제게 스레드는 일종의 일기와도 같습니다. 왜냐면 과거의 글들을 계속 돌이켜보고 정리해보고 싶은 욕구가 들거든요. 과거의 저와 지금의 저를 잇는 연장선에서 방향성이 좁혀지는 걸 포착했을 때 퍼스널 브랜드로서 성장할 기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레드에서는 자기 글을 돌아보는 사용자 경험이 좋지는 않습니다. 



My로 할지 Your로 할지, Insight로 할지 Anaytics로 할지 각각 10초씩 고민하고 이름을 짓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국내외 개발자들이 만든 Analytics 툴들을 사용해 봤지만 온전히 제 글들을 돌이켜보는 UX측면에서 제가 원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아 직접 만들어보기를 결심합니다. 제가 이 프로젝트에서 신경 쓰고 싶었던 부분은


1. 첫 번째로 사람들이 자기 글에 애정을 갖고 차분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기를 원했고

2. 두 번째로 글들이 어떤 기준에서 아카이빙 되었을 때 보이는 패턴들을 알기 쉽게 보여주며

3. 마지막으로 미래에 어떤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써야 될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했으며 했습니다.


물론 스레드에서 제공하는 API가 아직 많이 제한되며, 고작 주말마다 작업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2주 차 이기 때문에 아직 1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활동 피드

스레드를 퍼스널 브랜딩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최근 본인이 썼던 글들의 퍼포먼스를 가장 궁금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활동 피드에서는 월단위로 쓴 글들을 그리드 형태로 보여주되 상단에 주요 지표들을 요약해서 각 글들이 어느 정도 기여를 했는지도 같이 비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보통 유저들이 어떤 글에서 팔로워가 많이 발생했는지를 궁금해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지표는 스레드 API에서 제공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에 대한 간접 지표로 사람들이 내 프로필에 얼마큼 방문했는지를 차트와 함께 메인 지표로 보여줍니다.




왜냐면 최근에 글에서 팔로잉을 바로 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지만, 보통은 프로필을 먼저 방문 후에 팔로잉을 하는 패턴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프로필 방문수는 굳이 글을 본 이후에 의도적인 행동으로 간주한 '나의 대한 관심'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 외의 글 조회수, 좋아요, 댓글, 리포스트 수는 월별로 종합한 값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여정

이번 프로젝트는 저에게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 일단 자아 비대증으로 스스로를 괴롭혔던 저에게 처음으로 힘을뻬고 '당장' 필요한 니즈로 시작한 프로젝트이며

- 처음으로 성공의 열망보다는 정말 단순한 니즈로, 제가 스스로 엔드 유저로 시작할 수 있는 프로젝트네요.


아직 2주 차인 프로젝트지만 갈길이 멀어 보이지만, 억지스러운 분석보다는 계속 내 글과 나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어지기 기대해 봅니다. 다음 기능들을 추가하는 과정도 같은 시리즈의 글로 계속 발행해보려 합니다.




DDD의 스레드

https://www.threads.net/@dddesign.io


DDD 공식 홈페이지

https://dddesig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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