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능력이 탐났던 영화
타인과 상호작용은 불가피한 일이다. 아무리 벽을 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단절된 인간관계는 상상할 수 없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그것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상대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소한 관계부터 가족, 친구 등 사적인 관계까지 모두 겪어보며 매번 느끼는 것은 인간은 참 어려운 존재라는 것이다. 나도 인간인데도 온전히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비슷할 수는 있지만 똑같은 것은 없다.
그러한 인간관계에서 내가 가장 어려운 것은 이성 관계다. 아무리 다르다고 하더라도 동성은 통하는 것이 있다지만 이성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도 있지 않은가.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 대하는 것이 더 조심스러워지는데 이성인 사람을 대하기는 더욱 조심스럽다. 그러던 중에 제목부터 눈에 띈 영화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왓 위민 원트>였다.
닉 마샬(멜 깁슨)은 남성 우월적인 생각을 가진 광고 기획자다. 만사가 잘 풀리는 닉은 어느 날 외부에서 온 여자 기획자 달시 맥과이어(헬렌 헌트)에게 승진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달시는 여성을 위한 제품 광고를 기획할 팀을 꾸리고, 이에 밀릴 수 없는 닉은 여자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여자가 되어 보기'로 결심한다. 여러 제품을 직접 사용하다 닉은 욕실에서 사고를 당한다. 이후로 여자들의 속마음이 들리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다. 닉은 이 능력을 기회로 삼으려 하게 되는데.
여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단서가 되리라는 기대와 호기심으로 본 영화지만 느낀 것은 결국은 이성 관계도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자기 위주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하는 닉은 사고 후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 된다. 물론 남의 마음을 미리 읽고 자기 이익을 위해 한 행동이 대다수이지만 이를 모르는 상대에게 닉은 세심하고 경청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경청과 배려는 독보다는 득이 된다. 여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남성도 반가워할 일이다. 물론 정서와 관심사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건 여자는 이렇고 남자는 저렇고 식의 남녀 차이라고 생각할 순 없고 인간 개성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사고 후 닉은 좋은 동료, 좋은 아빠, 좋은 남자의 모습의 표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여자에게 잘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보여준다고 남성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궁극적으로 인간관계를 잘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보여줬던 것 같다. 이 영화의 제목을 고친다면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법> 정도로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