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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V를 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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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Nov 18. 2024

극에 달한 남자들의 훈계 예능

MBC 새 예능 <청소광 브라이언>과 <짠남자>

TV 예능을 보면 눈길이 가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tvN은 인물만 다르지 대부분 요리하느라 바쁘다. 다른 방송사는 전현무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를 보게 될 정도로 전현무가 여러 방송을 종횡무진이다. JTBC의 <최강야구>를 제외하면 트로트 가수에 의존하는 TV조선을 비롯한 다른 종합편성 채널 예능은 눈길 가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MBC 예능 보기를 좋아한다.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다른 방송사보다는 색다른 것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새 예능이라 할 수 있는 <청소광 브라이언>과 <짠남자>다.


<청소광 브라이언>은 MBC의 웹 예능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방송이다. 예전 같으면 브라이언은 지나치게 깔끔해서 유별난 사람으로 토크쇼의 이야깃거리로 끝났을 데 이를 콘텐츠화하니 유튜브에서 성공했고, MBC에서 방영하게 됐다. 요즘은 유튜브 콘텐츠가 괜찮으면 이를 통째로 가져오거나 조금만 변형해 TV 콘텐츠로 방영하는 일이 늘고 있다. 한문철 변호사의 한문철TV가 인기를 얻으니 같은 내용의 <한블리>라는 프로그램으로 JTBC가 방송하는 것이 다른 예다. 나는 그 방식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방송국은 완성된 콘텐츠를 쉽게 활용할 수 있고 출연자는 더 많은 이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손해보다는 이익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계에서 집 깨끗하기로 유명한 가수 브라이언이 광기에 가까운 깔끔함으로 출연자의 집이나 차 등을 청소해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예전에도 청소하거나 정리에 대해 조언하는 방송은 있었기에 아주 새롭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누가 그것을 하느냐에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참신해 보인다. 여기에 과정이 실속 없이 요란하지만 않고 청소 전과 후가 아주 놀라울 정도로 변화가 크다는 게 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다.


하지만 재미만 놓고 봤을 때 <청소광 브라이언>은 웹 버전이 TV 버전보다 더 낫다. 청소하는 장면만 많은 이 예능이 숏폼보다 장시간의 TV 예능으로 끌고 가기에는 여러 규제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웹이 TV보다 규제가 적어 청소용품 PPL 등의 광고를 하기 쉽고 광고에서 비롯한 웃음 또한 만들기 쉽다. 또 브라이언의 광기로 정제되지 못한 단어에서 비롯한 웃음이 TV에서는 보기 어렵다. 언어 사용의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TV 버전과 웹 버전의 다른 점 중 하나는 사이드킥의 출연이다. 배트맨 옆에 로빈이 있듯 뱀뱀이 브라이언의 도우미로 고정 출연한다. 뱀뱀은 브라이언 못지않은 깔끔함을 가졌기에 청소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청소하기 바빠 그만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브라이언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웹 버전보다 재미가 떨어진다.


<짠남자>는 연예계 대표 짠돌이 김종국이 과소비하는 ‘흥청이와 망청이’의 삶을 들여다보는 관찰 프로그램이다. 2024년 봄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가 9월부터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돈을 흥청망청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며 절약으로 유명한 다른 연예인들과 함께 걱정해 주는 게 주된 내용인데 서로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과소비에 관한 적절한 해결 방법이 없다. 함께 일상 영상을 보며 과소비하는 모습을 지적하지만, 주관적인 판단에서 비롯한 훈계가 대부분이다. 구체적이지 않고 효과적이라 할 수 없어 누군가는 수긍하거나 공감할 수 없다. KBS에서 방영했던 <김생민의 영수증>이나 <국민 영수증>, <하이엔드 소금쟁이>는 전문가가 상황에 맞게 돈 모으는 방법, 절약하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줬다. <짠남자>는 전문가가 등장하지 않는다. 웃음 방식과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뭐가 낫다고 말할 순 없다. 그래도 자신의 절약 방법을 출연자에게 강요하다시피 하는 걱정과 지적은 방송 내내 재미로 봐달라고 말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해할 만한 방법은 아니었다.


<청소광 브라이언>과 <짠남자> 모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참신하게 다가오지만 MC들의 극단적인 잣대가 프로그램이 회차가 점점 늘어날수록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 불안 요소다. ‘깨끗하게 살 필요는 있지만 너희처럼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사는 게 맞는 건가’, ‘절약하며 살 필요는 있지만 궁상맞아 보이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게 도가 지나치면 출연자를 문제아로 여기고 본인 삶이 정답인 것처럼 여기며 면박을 주고 비웃고 조롱하다 끝나는 방송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 모습이 보여 놀랄 때가 몇 번 있는데 이게 심해질수록 시청자에게 가치관과 특정 인물에 관해 편견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사람마다 삶의 방식은 서로 다른 것일 수 있는데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기에는 MC들이 내미는 근거는 ‘더럽다, 돈을 펑펑 쓴다.’ 이 수준에 그치기에 조금 논리적이지 못하다. <청소광 브라이언>의 깔끔하게 사는 MC가 자신의 청결 때문에 청소 용품을 남용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고 <짠남자>의 MC와 패널이 돈을 써야 하는 자리임에도 아끼려고 애를 쓰는 것을 자랑하는 게 오히려 밉상일 수 있다. 이들의 잣대가 방송에서 계속 효과적으로 보이려면 이들과 정반대의 극에 달한 사람을 계속 섭외해야 하는데 방송을 위해 결국에는 자극적이거나 인위적인 설정도 나올 것이다. 그 위태로운 선을 잘못 넘는다면 그때는 폐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삶은 더럽게 살아야 한다, 과소비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MC들이 자신만의 잣대로 출연자를 교정하려는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려 하는 모습도 담는다면 조금은 색다른 재미를 주며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번은 두 방송이 협력해 한 회를 구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청소용품을 사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는 브라이언이 <짠남자>에 출연하는 것으로 말이다. 과연 어떻게 해결이 날지 궁금하다. 앞으로 두 방송의 행보를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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