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노동요

팀장 시험을 봤다

노동요 - 철도 인생

by 와칸다 포에버

2025년 11월의 첫째 날, 팀장 시험을 봤다. 내 인생에 더는 시험을 보는 날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 더 남아있었다. 팀장 시험은 말 그대로 우리 회사 내 직원들이 팀장 자격을 얻기 위해 보는 시험이다. 이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사무영업 직렬 기준으로 로컬관제원, 수송원, 전철차장 등 경력이 있어야 한다. 시험은 직렬별로 나눠 있으며 3~4개의 시험 과목을 일정 평균 점수 이상 받으면 합격한다. 역으로 따지면 역무팀장, 부역장 등 직책의 업무를 할 수 있고, 다른 기술 직렬로 따지면 선임장 업무를 할 수 있다.


이 시험은 인기가 없다. 팀장은 지금 우리 회사에서 기피 업무다. 명예? 위상? 등을 따지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사고 같은 안전 문제가 일어나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수습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일도 반복 업무가 대다수인 역무원 등에 비해 여러 일을 총괄하고 많은 일을 도맡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가 시험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책임감, 승진 욕심 등 여러 이유로 지원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편히 일하다 퇴직하는 것을 추구하는 이가 늘어나다 보니 희귀한 직책이 되는 중이다. 그래서 지원을 늘리려고 본사, 본부가 머리를 굴리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내가 시험을 본 이유는 본의 반, 강제 반이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단계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회사 특히 우리 본부의 높으신 자리에 계신 분들의 목표가 각 역에 팀장 자원을 모두 채워 넣는 것이다 보니 지금 본부에서 일하는 나는 시험 볼 자격이 있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시험에 합격하면 승진시켜 준다는 달콤한 말도 들려왔지만 워낙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 많아 크게 믿지 않았다.


시험 과목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과목 별로 출제되는 규정이 꽤 많아 공부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 규정에 밝아야 하는 게 옳은 일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생소한 용어와 규정 그리고 일하느라 바빠 할애하기 힘든 시간 등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퇴근 후 공부하려 마음 먹은 날은 많았지만, 하지 않고 쉬거나 자는 날이 더 많았다. 꾸준히 하려 했던 공부는 점점 시험일이 다가오면서 자연스럽게 벼락치기 공부로 바뀌었다. 자격증 시험 준비하듯 기출문제를 풀며 문제와 관련된 규정을 읽으며 이해하고 암기하려 노력했다.


원래 팀장 시험은 회사 인재개발원에서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전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했다. 대규모 채용 시험도 아니고 우리 회사의 소수를 데리고 하는 시험인데 학교를 빌려 가며 시험을 보는지 의아했다. 더구나 총 한 시간의 시험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대전으로 열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표를 주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 오라는 태도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달 전부터 KTX 표를 예매하는 게 내 시험 준비의 첫 번째였다.


시험장에 가니 아는 얼굴이 많았다. 팀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강제로 차출되어 어쩔 수 없이 시험 보러 온 이도 있었다. 시험 응시율에 따라 각 역 평가를 한다고 해 역마다 응시 자격이 되는 이들을 강제로 명단에 넣은 것이다. 평가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지고 평판도 달라진다. 어떻게든 시험을 보게 해야 하는 이들과 어떻게든 시험을 보고 싶지 않은 이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심함을 알 수 있었다. 명단에 있었으나 시험장에 오지도 않은 이들은 부당하게 여겨 일종의 항의를 한 셈이다. 팀장 시험 응시를 활성화할 방법이 강제 등록과 평가 점수를 두고 하는 협박이라는 게 참 한심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응시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나온 방법일 수 있으나 팀장이 되는 이들에게 책임은 덜어주고 더 많은 대우와 혜택이 전해진다면 자원하는 이들이 조금은 늘지 않을까. 아무것도 주지 않으면서 늘리려고 하니 벌어지는 참사다.


시험은 어렵지 않았다. 아무래도 떨어트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어떻게든 붙이려는 의지가 보이는 시험이었다. 마음먹으면 답을 피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팀장이 되기로 했으니 최선을 다했다.


집에 가는 길에 기다렸다는 듯이 정답지가 바로 나왔다. 이를 보며 열차 안에서 채점하니 과락은 물론 평균 점수를 웃도는 점수가 나왔다. 더는 시험 때문에 골치 아플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후련했다. 언제 정식 결과가 나오고 팀장으로 일하게 될지 모르겠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걱정과 기대를 품게 했다. 늘 그렇듯이 열심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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