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요 - 철도 인생
민망하게도 파업은 연말에 진행하는 연례행사처럼 굳어진 지 오래다. 물론 안 하면 다행이지만 예상을 뒤엎는 일이 드물 정도로 우리 회사에서 파업은 일어난다. 그만큼 노동자 근무 환경이나 회사의 운영 체계가 잘못되어 있고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법일 수 있겠다. 파업으로 인해 회사에는 인력 운용이 안 돼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고, 파업에 참여하는 이들은 그만큼 일을 하지 않아 급여가 줄어든다. 노사협의로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많다. 파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승객이다. 운행하는 열차가 줄어드니 그만큼 발이 묶인다.
이제는 파업의 방식을 달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언제까지 승객의 발을 볼모 삼아 협상을 이어가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 그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여론을 힘들게 하고 여론이 들끓게 해야 회사는 더 쉽게 움직인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안다. 참 무식하지만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 게 파업이다.
파업 전에는 휴일 근무 거부라는 방식으로 노조는 쟁의행위에 시동을 건다. 근로자 현원이 정원보다 적다 보니 쉬는 날에 돈을 더 받고 일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휴일에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 그렇게 되면 본사, 본부 직원들이 이 근무를 대신해 일이 돌아가도록 한다. 자기 일을 하면서 남의 일까지 해내는 것이다. 당연히 일을 더 했으니 돈을 조금 더 받지만, 체력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부담이 되기에 다들 선뜻 하려고 하지 않는다.
작년에 나는 노조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일을 나가지 않으면 됐다. 지금은 본부에 속해 있기 때문에 현장 지원을 나갔다. 오랜만에 현장 업무를 하려니 반갑기도 했지만, 다양한 걱정거리에 하고 싶지 않은 생각도 들었다. 우선 생활 방식이 바뀌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밤낮 구분 없이 일하려 하니 힘들었다. 업무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아무리 경험이 있다고 해도 오랜 시간 하지 않았던 일을 갑자기 잘 해내기란 쉽지 않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금방 적응하긴 했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현장 업무이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현장 지원으로 내가 얻은 것은 몸살과 감기였다. 잠을 잘 자지 못하다 보니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졌다. 올해 감기가 독한지 쉽사리 몸에서 떨어지지 않아 고생했다. 또 얻은 것은 야근이었다. 내 업무가 밀리니 며칠간 야근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금은 파업을 대비해 일을 하고 있다. 파업 여부는 알 수 없다. 노사 간 대화가 갈등 없이 잘 돼야 하고 정부의 태도도 잘 맞아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파업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아니라 한다는 가정으로 일을 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피해가 안 생길 수는 없다. 이로 인한 비난은 오롯이 회사가 감수해야 한다. 예전에는 그럼에도 노력하는 나의 노고를 이해해 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그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래도 하나 기대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승자가 없는 이 싸움이 정말 연례행사처럼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