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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섭 Jan 14. 2023

학교 가는 길

특수학교 건립까지 가는 길

2021년 5월 5일, 어린이날. "학교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영화 한편이 개봉했다.


밝은 느낌을 주는 제목과는 다르게 너무도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특수 학교 건립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으며, 이 과정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2017년 9월, 강서구 장애인 특수 학교 건립의 문제로 지역 주민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은 특수학교 건립을 찬성하는 입장, 동의하지 않는 주민들은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NIMBY (Not In My Back Yard)를 남발하는 지역 주민들의 모습과 온갖 모욕을 들어가면서도 특수학교 건립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무릎까지 꿇으며 빌던 학부모들의 모습. 격양된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서로 다른 두 집단을 보고 있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특히, 제발 특수학교를 건립하게 해달라고 자신들과 자신들의 자식들에게 모진 말들을 쏟아내던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던 어머님들의 모습은 끝까지 보기 힘들었다.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무릎을 꿇으시던 어머님들과 같은 삶을 살아온 엄마. 그녀의 삶의 무게와 눈물을 느꼈다.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으니까. 내 아이를 위해서 뭐라도 해야하니까.


나의 고향인 춘천을 포함한 대한민국 대부분 도시에서 특수학교 및 장애인 종합복지시설들은 도시의 최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도심내 주거지역과는 자동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과 치료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보다도 이른 아침에 긴 시간을 걸려서 통학을 하고 있다. 출근 혹은 통학의 경험이 많이들 있을 것이다. 한시간이 넘는 출근 혹은 통학 시간이 우리에게 어떤 피로감을 주었는지는 다른 표현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런 통학 시간을 몸도 성치 않는 그들이 도대체 왜 매일 아침마다 그리고 돌아오는 저녁마다 겪어야 하는 것일까?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던 주민들의 주장은 강서구에 그동안 너무 많은 특수 시설들이 들어왔으며, 이제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 특수학교가 아닌 지역 특색을 살린 다른 건물을 짓자는 것이었다. 지역 특색이라고 한 것은 허준 선생의 본가가 가양동이라는 것이었고, 이를 거점으로 한 국립 한방 의료원을 건립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어머니 중 한 분이 그 주장을 한 주민을 향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허준 선생님은 가난하고 힘없는 약한 자를 위해 '동의보감'을 만드셨습니다." 


집값, 지역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에 특수학교를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혐오 시설로 규정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 밀리고 밀려 도시 최외곽으로 밀려나야 했던 특수학교들의 위치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의 위치를 말해주는 것 같다. 약자들을 품지 못하는 사회를 우리는 탈피해야 한다.


결국, 해당 특수학교는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021년 초에 "서진 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를 하게 되었다. 그당시에 무릎을 꿇으셨던 학부모님들의 자녀들은 이미 성인이 되었다.


앞으로는 우리가 더 늦지 않기를 바래본다.


영화 "학교 가는 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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