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섭 Dec 23. 2022

언제나 변함없이 - 프롤로그

서울, 파리, 뮌헨으로 옮겨 다니면서 정신없이 생활한 지 어언 8년이다. 현실의 삶 속에서 무뎌지는 가슴 속에 하고 싶은 말, 끝내버리고 싶은 일들을 꾹꾹 눌러 담으면서 살아가는 게 차츰 익숙해져 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내가 걸을 다음 걸음, 그 한 발자국을 위해 잠시 미뤄두기를 반복해왔다. ‘내가 이럴 때야? 이런 것쯤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어.’ 해가 지날수록 나중에 하기로 하는 일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이적의 노래 ‘준비’ 중에는 다음과 같은 노래 가사가 있다.      


‘내 인생은 단지 무언가를 위한 준비인가?’    

  

항상 앞만 보고 살아왔다. 성취감은 사람을 지탱하는 기둥과도 같다. 무엇인가를 이룰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의 달콤함은 추운 겨울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치는 반가운 호떡 아주머니와도 같다. 하지만, 성취라는 보상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순간에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결국 성취를 위한 준비들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는 게 아무리 익숙해져도 이따금 울컥울컥 쏟아져 내려올 때가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일까. 나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지 않았을까. 나는 과연 지금 행복한가. 정적인 삶 속에서 내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뭐라도 해야지’를 되뇌면서 정적인 삶 속에서 동적인 사건들을 틈새 사이로 끼워 넣어 보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내 생각과 현재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서 이 책을 집필해본다. 대학교에 입학했던 열여덟의 어린 소년에게 있어서 세상은 꽤나 날 것이었다. 미숙함으로 뒤덮여 있는 소년이었다. 처음이니까. 빈틈투성이의 소년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다큐 3일’의 내용 중, 한 직장인의 인터뷰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기차를 타고 뒤를 돌아보면 굽이 굽이져 있는데 타고 갈 때는 직진이라고 밖에 생각 안 하잖아요. 저도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굽이져 있고 그게 인생인 거죠.’     


살면서 뒤를 돌아봤을 때, 나의 굽이져 있는 빈틈들 모두 다 빠짐없이 남김없이 내 인생의 한 지점들이었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이 이 책을 모두 집필했을 때 왔으면 한다.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게 인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의 빈틈마저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2022년 11월 05일 오전 2시 27분

뮌헨에서     

김명섭


뮌헨 Marienplatz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파는 Glühwein 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