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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드라 Aug 21. 2018

IT와 건축 사이

컴퓨터공학과 건축공학을 전공한 사람의 대학원 생활 이야기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번개장터 주식회사라는 중고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이명휘라고 합니다. 직장에서는 주로 검색광고를 비롯한 추천 기능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아직 주니어 옷을 벗지 않은 2년 차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부족한 면이 많고, 항상 배우는 입장에 있으려 노력합니다.


저는 사실 학부시절에는 컴퓨터공학 전공했었고, 대학원에서는 건축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저의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특이한 이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좋게 말하면 현시대에 있어서 필요한 융합인재(?)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반대로,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될 수도 있겠고요.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언젠가는 제가 가진 특이한 이력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제가 걸어온 길을 다시 되짚어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떤 길을 통해 나아가야 하는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서로 간 특성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전공을 통해서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홍보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직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지 오래되지 않은 엔지니어라서 시니어분들과는 지식의 깊이가 상이할 수 있다는 점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계기

아는 후배의 권유


저는 백수였습니다. 20대 졸업을 앞둔 청년이라면 대부분은 취업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하게 되죠. 저도 짧지 않은 기간 동안에 취업이라는 벽에 좌절도 많이 했습니다. 최상위권 일류대학을 졸업한 것도 아니고,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스펙이 화려한 것도 아녔죠. 그러던 어느 날 먼저 대학원에 다니던 후배가 저에게 대학원을 추천해주더군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대학원은 단지 도피성으로 가게 되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건 반반입니다. 사실 저는 한 분야에서 깊은 연구를 해보고 싶었고 대학원에 대한 로망을 품고도 있었습니다. 되지도 않는 영번역 실력으로 SCI 논문을 뽑아서 일주일 내내 쳐다보는 짓도 했었죠. 하지만, 주위 많은 동기들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보고 초조한 마음에 함께 취업준비를 한 탓이 컸었습니다. 그때는 무조건 대기업에 입사만 하면 인생이 탄탄대로를 걷는다고 믿는 친구들이 많았었죠. 물론 저도 그랬고요.


건축공학이라는 학부 전공과는 서로 상반되는 전공을 선택한 추상적인 이유는 결과가 눈에 쉽게 보일 수 있는 특성이 짙었기 때문입니다. 건물이라는 유기체가 세워지고 무너지는 과정에서의 연구는 나름 저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촉매제였습니다. 건축이라는 전공도 상세하게 들어가면 다양한 분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건물에 대해 물리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축구조 분야, 역사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건축역사 분야, 건물의 에너지 절감 및 온열감 등에 대해서 상세히 연구하는 건축환경분야 등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건물의 생애주기에 관여해 이로움을 주는 연구분야인 건설관리 분야에 지원했습니다. 건설관리는 건물의 설계단계부터 철거단계까지의 수많은 프로세스에 관여합니다. 제가 전공한 컴퓨터공학과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했습니다.


과정

인턴생활 그리고 연구원


6개월 동안 인턴생활 기간을 가졌습니다. 정부산하 연구재단을 통해 진행 중인 큰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였죠.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서 수많은 논문들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건축공학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갈 수 있는 길도 돌아가야 하는 문제가 생기곤 했습니다. 하나의 영문 논문을 읽고 대충 흐름을 이해하기까지 하루가 꼬박 지날정도였죠. 하지만 새로운 걸 학습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이는 일이었습니다. 건축에 대한 신개념을 이해하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것에 행복을 느꼈습니다.


대학원의 정규 기간 동안에는 머신러닝 기반의 신재생에너지 및 재실자 행동 패턴 최적화에 대한 상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상세하게는 휴리스틱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태양열, 태양광, 지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최적 설계 및 사업성 분석을 하는 연구였습니다. 또한, 실내에서 지내는 재실자의 쾌적성을 최대화하고, 에너지 절감을 위한 최적화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주로 박사님 및 연구교수님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출퇴근 시간, 개인 시간이 희박한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사람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지도교수님을 비롯해 연구실 식구들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분들입니다. 이에 힘입어 SCI(SCIE)급 논문과 국문 논문들에 저의 이름을 올린 것도 저의 소중한 결과물들입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학생이 건축공학 분야의 유명한 저널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저 또한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결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다


근 3년간의 대학원 생활이 재미만 있었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고, 절망적인 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대학원 기간을 보내면서 저의 인생을 보는 통찰력도 함께 변화했다고 단언합니다.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만큼이나 융합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느끼게 되었죠. 직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구조에서 기초가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늘 소프트웨어 설계함에 있어서 더욱 단단한 소스코드를 만들기 위해 여러 분야의 기술들을 접목하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건축공학이라는 전공을 생각하면 건물을 짓고 부수는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학문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학문 간 경계가 점차 사라지게 되었고, 보수적 연구 마인드보다는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어울리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건물의 유지보수를 위해서 딥러닝 기법들(RNN & LSTM)을 활용한 논문이 게재되는 것을 예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여러 학문은 한 곳으로 모이고 있으며, 앞으로는 경계가 완벽하게 사라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브런치에서 건축과 IT에 접목할 수 있는 여러 사례들에 대해서 포스팅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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