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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Sangwoo Kim Mar 16. 2017

비만은 난치병이다

사람들은 듣기 좋은 소리만 듣는다.

비만은 병이다.  

아니 안 그래도 살쪘다고 여기저기 구박당해서 서러운데 이제는 하다 하다 병자 취급을 하네? 짜증이 확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공부를 하면 할수록 비만은 병이라는 확신이 점점 강해진다.   

그렇다. 비만은 병이다. 그것도 치료하기 힘든 난치병.  

이 세상에 만병 통치약은 없다. 모든 병에는 각각 다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이어트 보조제 선전이나 살이 쪽쪽 빠진다는 다이어트법에 혹해서 따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어쩌면 이 사람들한테는 가짜 만병통치약도 팔아볼만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병에는 각각의 원인이 있듯이 비만의 원인도 각자 다 다르다. 원인이 제 각각인데 한 큐에 모든 걸 해결하는 만병통치 다이어트가 있을 리가 없다.   


살이 찌는 ‘증상’ 이 동일하다고 해서 원인이 다 똑같지는 않다. 물론 크게 보면 칼로리 섭취가 너무 많거나 소비가 너무 적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래서 사람들 역시 크게 굶거나 뛰거나 둘 중 하나를 하면서 다이어트를 한다. 좀 더 수월한 다이어트를 위해 원인을 좀 더 세분화해보자.   

사실 칼로리를 너무 많이 섭취하는 이유도 수십수백 가지다. 평소 식단은 좋은데 음료수를 달고 다니는 사람, 혼자 자취하느라 인스턴트만 달고 사는 사람, 회사에서 회식하느라 술로 칼로리를 섭취하는 사람, 편식하는 사람, 식구들 먹다 남은 반찬 아까워 다 주워 먹는 사람, 스트레스로 폭식하는 사람.. 등 나열하려고만 하면 끝이 없다.  

칼로리 소비를 안 하는 이유도 많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서 운동할 시간이 없는 사람, 잠을 충분하게 자지 못해서 신진대사가 떨어지는 사람, 물을 충분하게 마시지 않아서 신진대사가 떨어지는 사람, 몸이 안 좋아서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 또는 이 모든 원인을 복합적으로 다 가지고 있는 사람.  

원인이 여러 가지이니 원인에 맞는 맞춤 해결책도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다. 이런 글 쓰면 닥치고 운동하고 덜먹으면 살 빠진다는 사람들이 꼭 있다. 아 그래! 솔직히 인정! 맞는 말이긴 한데 좀 효율적으로 살을 빼려면 원인 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항아리에 물이 세도 닥치고 더 물을 많이 넣으면 결국엔 항아리에는 물이 가득 차겠지. 근데 이왕이면 세는 곳을 막고서 물을 채우면 좀 더 쉽게 빠르게 물을 채우는 게 더 낮지 않은가?  

팬 하고 종이를 들고 와서 내가 살찌는 습관들을 최대한 자세하게 쭉 나열해 보자. (세분화할수록 더 좋다) 그중에 가장 없애기 쉬운 것 두 개만 시작해보자. 스트레스받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철저하게 지킬 수 있는..  

나는 평소에 편식, 폭식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간식도 많이 안 먹고 물, 블랙커피를 빼고는 음료수는 전혀 마시지 않는다. 운동량도 적지 않다. 근데 살이 안 빠진다. 문제는 술이었다. 일주일에 세 내번 먹는 술이 비만의 가장 큰 적이었다. 술이야 말로 다이어트와 근육 증가에 가장 큰 적이다. 하지만 내 삶의 질을 위해 완전히 끊을 수는 없었다. 다이어트하면서 스트레스받으면 안 된다는 게 내 평소 생각인데 술을 끊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 (아주 많이!!)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만 마시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습관적으로 저녁만 되면 입이 심심하고 술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저녁을 많이 먹었다. 다이어트한다면서 이건 무슨 개똥 같은 소리냐고? 그래도 술 먹는 거보다 칼로리가 훨씬 적었다. 같은 칼로리라도 밥 먹으면서 먹는 칼로리가 술로 채우는 칼로리보다 훨씬 더 건강한 칼로리다. 배가 든든하니 술이 생각나지 않았다. 스트레스도 크게 받지 않았다.

   

그렇게 술과 야식을 조절한 지 한 달 정도 지나자 신기하게도 밤에 술 생각이 아예 나지 않았다. 그렇게 술을 안 마시는 것이 힘들지 않을 때 즈음 저녁식사 때 먹는 칼로리도 조금씩 신경을 써나 가기 시작했다.  

물론 디톡스나 원푸드 다이어트처럼 효과가 팍팍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냥 좀 신경을 써가면서 산다고 느낄 뿐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별 무리 없이 4개월 정도를 했고 저녁에 술을 줄였을 뿐인데 약 5킬로가량이 빠졌다. 예전에 두부다이어트할 때는 1주에 5 킬로씩 뺐었다. 그때에 비하면 정말 느리고 답답하다. 하지만 길게 본다면 분명 이게 옳은 선택이라고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내 습관 중에 없애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 보자. 그렇게 하나하나 나쁜 습관들을 내 인생에서 빼다 보면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비만은 난치병이다. 난치병은 단기간에 치료가 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조절하며 살아야 한다. 비만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왜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안 해주냐고?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달이면 설현이 처럼 된다고 해야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서 약도 사고 보충재도 사면서 돈을 쓸 텐데 장기적으로 하라는 이따위 소리를 하면 사람들이 돈을 안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그 사람들도.. 듣기 좋은 말만 듣는 우리들도 모두 다 알고 있다. 설현이도 끊임없이 피나는 노력하며 관리하고 산다는 것을.. 그걸 안 하는 우리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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