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써도 되려나.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부산에서 서울로 와서 7전 8기 끝에 결국 꿈을 이룬 이야기, 를 쓰고 싶었는데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노력할 만큼 하고 써볼 만큼 죽도록 써봤는데 이렇다 할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부산에 가기 전 서울에 고하는 이별 편지는 아니다. 난 밥벌이도 하면서 글을 썼다. 그러지 않았다면 6년동안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
최근 몇달간 새로운 일을 알아보기 위해 쉬고 있는 상태였다.
그동안에도 시나리오를 틈틈히 쓰고 있었지만, 그것보단,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구직을 알아보고, 이력서를 쓰고,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문득 꿈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꿈을 접으려는 마음을 써보고 싶었다. 성공담 아닌 실패담이지만 쓰고 싶었다.
아무렇지가 않다. 부끄러울 줄 알았는데.
꿈에 대해서는 보통 꿈을 이룬 사람들이 쓴 글들이 많아서 이런 글을 쓰려니 조금 민망하다. 내가 도착한 곳은 아무것도 없는 공턴데. 그 실패한 경로를 보여주는 걸 보고 싶어 할까.
보통 성공한 사람들이 자기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를 풀어내고, 실패한 사람은 자기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 입을 다물고 원래 하던 일을 하는 게 좀 뭔가 자연스러운데.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사람의 기분.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더 많고, 기분도 훨씬 복잡하고 앞으로도 사는 내내 불쑥불쑥 그 감정이 떠오를 텐데. 그리고 이건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텐데.
그렇지만, 아무도 그 기분을 자세하게 말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서 꿈을 포기하는 사람의 마음이란, 대부분 계속해서 몰라줄 것 같아서 한번 써보기로 했다.
꿈을 이루지 못해도 삶은 계속된다. 작가가 되지 못한 나도 결국 계속 살아나가야 한다.
이건 실패담이니까 당연히 어떤 문제에 대한 정답은 아니다. 정답이어도 성공에 도움이 될 디테일은 없다. 그런데 꿈을 갖고 사니까 이런 건 좋더라, 이런 것이 불안하고, 또 이런 어려움이 있더라, 근데 이게 이렇게 극복이 되기도 하더라, 하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 꿈을 위해 들어간 시간과 돈이 아깝지는 않다. 29살에 시작한 이 도전이 비록 무모했지만,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35살이 된 지금,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스스로에게 분명하게 말해줘야 할 것 같았다. 좀 더 나아가 볼 수도 있겠지만, 이쯤에서 그만 해도 괜찮다고 말해줘야 할 것 같았다.
2011년, 최고은이라는 시나리오작가의 죽음이, 시나리오 작가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그녀 삶의 어떤 글보다 가장 강력한 최종 보고서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삶도, 나의 삶도, 수없이 많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의 보편적 인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의 삶을 내가 다 알 수는 없다. 다 각자의 속도와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냥 이건 내 보고서다. 내 보고서가 그녀의 보고서보다 구질구질한 부분들이 많겠지만 더 디테일한 항목들을 보여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