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책이 나왔다
부산에서 국도 영화관에서 종종 영화를 함께 보던 동생이 있다. 그녀와 술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거리가 멀고 각자 바빠 그리 자주 만나진 못한다.
그녀는 책방 직원으로 일하다가 책방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14개월 동안 전국 책방을 돌아다니면서 쓴 글로 책까지 냈다고 오랜만에 톡이 왔다. 참고로 그녀는 소설가로 데뷔도 했다.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진 못 했기에 이 책방 여행기가 좋았다, 내 취향이다 아니다,라고 섣불리 말하진 못하지만 허투루 쓰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와 나는 몇 년 전 다툰 적이 있었다. 그리고 거의 곧바로 그녀가 사과를 했다.
다툼의 1차 원인이 그녀에게 있긴 했지만 갑자기 문득 내가 이전부터 언니로서 챙겨주고 배려한 부분이 많다고 느껴지더니 문득 그 사과를 받아주기가 싫었다(쩨쩨하게도). 아마 사회생활에 지쳐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 자신도 놀라 다급하게 사과하는 게 보였지만 연이어 오는 그녀의 연락을 줄기차게 무시했다. 인생 뭐 있나 어차피 혼자 사는 거지 뭐, 이런 마음이었다. 그냥 다 귀찮았다. (그리 대단한 배려는 아니었지만서도) 배려해주기도 지쳤고 이 인간관계는 여기서 그만 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계속해서 사과했다. 그날 답이 없자 일주일 뒤에 다시 꾸준히 하다가, 내가 계속해서 답이 없자 한 달 뒤 또 몇 달 뒤 또 몇 달 뒤 내 눈치를 봐가며 사과를 시도하고 내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자신이 잘못했다며.
사실 우리가 한동안 친했던 건 맞지만, 친구 사이라는 게 다들 그렇게 친하다가도 한순간에 멀어지는 게 사람 인연이라 생각하게 돼서 그녀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연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혹은 끊어지는 그런 일들이 못 견디게 가슴 아플 일은 아니게 된 상태였다.
다투기 전부터 이미 못 보고 지낸 지 몇 년 됐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 화해를 안 한다고 해서 어디선가 마주쳐서 어색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자존심 같은 거 하나도 챙기지 않고 사과를 끝까지 했다. 거의 2년을.
그렇게 2년 만에 화해를 했다.
그녀의 꾸준한 진심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었을 화해였다. 그 화해에는 사실 나의 노력은 거의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나는 항상 어느 정도는 거리를 지키는 우정이 편해서 막역하다 싶을 정도로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어 실수한 적도 없지만 실수를 했다 쳐도 솔직히 내가 그녀 입장이면 이렇게까지는 사과 안 했을 거 같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이 친구인 거 같다. 그러니 책도 아마 반드시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