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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은 Aug 27. 2019

호텔은 호텔

집은 집

내 방은 아주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는 편은 아니다.


일주일에 1번 정도 정리가 잘 되어있고 그 상태가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가는 편이니까 통계를 내자면 1/7, 100% 로 치면 15%의 시간만큼만 깔끔하다.


예전엔 이게 스트레스였고 이 상황, 방이 항상 깨끗하지는 않다는 이 문제가 해결해야 할 내 인생의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언제 친구들이 와도 부끄럽지 않게 깨끗한 방의 주인이고 싶었다. 집이 좁아서기도 하겠지만 도저히 그게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


왜 난 정리정돈을 해도 얼마 못 가지?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왜 물건이 많지?


정리에 관련된 글을 읽고 그대로 살아봐도 그때뿐이었다.


오늘도 문득 거의 아무것도 없는 미친 듯이 심플한 그런 공간을 갖고 싶다고, 그래도 집이 호텔 정도로 그럴 수는 없겠지 생각하며 방 정리를 하다가 예전에 알쓸신잡에서 나왔던 말이 기적처럼 떠올랐다.


-호텔도 좋은 공간이고 집도 좋은, 꼭 필요한 공간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가끔 오는 호텔이 좋아 보인다고 집이 호텔 같기를 바라면 안 돼요. 호텔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진다고 집 같기를 바라서도 안 되고요. 각자의 필요가 있는 거예요.


호텔은 일상적인 공간이 아니다. 직업의 특수성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끔 접하게 되는 비일상적인 공간이다.  


그에 비하면 집은 일상의 공간이라서 폼나거나, 항상 깨끗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일상의 물건은 우리를 지탱해주는 것들이고 그것들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이 집이라는 공간인 것이다.


호텔은 그런 지탱할 거리를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에 둘 필요가 없는 공간이다. 거기도 어딘가에 그런 물건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다 숨겨둘 수 있는 곳이다. 일상의 피곤함을 잊을 수 있도록.


그러니까 그렇게 근사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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